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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용어 이야기 > - 진창성의 학소, 그리고 한신

병건하게
03.20
·
조회 1797
출처 : 본인

 

 

 

오늘은 제갈량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주제를 한 번 풀어볼까 한다.

 

 

바로 촉군의 2차 북벌, ‘진창성 전투’이다.

 

 

 

그리고 이 진창성 얘길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반드시 언급하고 가야하는 분이 한 분 있다.

 

 

제갈량 실력에 대한 논쟁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분이신데,

 

 

바로 통일해 본 놈, 한신(韓信) 되시겠다.

 

 

???: “제갈량 통일도 못해봤쥬? 씹거품이쥬?”

 

???: “뭐 진령산맥 보급이 어렵고 어쩌구 저쩌구... 한신은 똑같은 데서 이겼는데?”

 

 

 

 

한신과 제갈량 모두 한중을 근거로 관중 쪽으로 진격했는데,

 

 

한 명은 원큐에 성공하고 한 명은 5트를 박았는데도 실패했으니

 

 

이 얼마나 놀리기 쉬운 소재겠는가

 

 

 

 

그렇담 여기서 “한신 >>>> 제갈량입니다! 땅땅땅~! 반박불가 ㅅㄱ~”가 되는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본래 세상 도파민 터지는 콘텐츠가 ‘vs 놀이’인지라

 

인싸행님들 노시는데 안경 추켜올리면서 “팩트는 뭐뭐임~!”하는게 꽤나 죄송스럽지만

 

암튼 ‘한신의 관중평정 vs 제갈량의 북벌’은 비교하기가 굉장히 애매한 감이 있다.

 

 

 

우선 한신의 관중공략법을 알아보자.

 

한신의 관중공략법은 명수잔도 암도진창(明修棧道 暗渡陳倉)이라 하는데,

 

밝을 때는 보란 듯이 잔도를 놓는 것을 보여주어 딴 곳을 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적군 몰래 진창으로 진격했다는 뜻이다.

 

보통 그냥 줄여서 ‘암도진창(몰래 진창을 건너다)’이라 한다.

 

 

 

지도를 보는 순간 벌써 뒤로가기가 마려운 분들이 계실터라 빨리 설명하자면

 

암튼 왼쪽에 기산방면에서 먼저 어그로를 끈 다음에

 

본대가 진창 쪽을 돌파하여 일거에 관중을 평정했단 얘기다.

 

 

 

한(漢)은 이를 바탕으로 초(楚)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천하통일을 이뤄냈고

 

한신은 국사무쌍(國士無雙:천하에 비길 선비가 없음)’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킹갓제너럴마제스티국사무쌍 한신님의 전략대로 제갈량이 북벌을 시도했다면,

촉군은 북벌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건 장담할 수 없다.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전쟁은 혼자 하는게 아니다.

 

 

지휘관이 아무리 훌륭한 작전을 내린다고 해도

 

그걸 수행해 줄 사람과 정치적으로 받쳐 줄 사람이 없다면 말짱 꽝일 것이다.

 


결국 전략의 성패는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인재풀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되며,

 

더 심하게는 일반 사병의 숙련도나 출신지 비율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이는 배수진(背水陣)이나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상대의 수준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위나라는 항우의 초나라에 비해

 

정치 및 군사제도가 훨씬 더 잘 정비되어 있고 중앙집권력도 좋았다.

 

 

이제 막 영지를 부여받은 옹나라(초나라의 제후국)에게 먹힌 전략이

위나라에게도 동일하게 잘 먹힐 것이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신이 어떻게 관중을 평정했는지는 제갈량뿐만 아니라

 

 

번번이 촉나라에게 절망감을 선사했던 이 새끼들도 매우 잘 알고 있었다는게

 

가장 큰 난관이라 볼 수 있다.

 

동일 방법으로는 씨알도 안 먹힐 것이다.

 

 

 

 

끝으로 암도진창과 북벌을 비교할 수 없는 마지막 이유는

 

 

이 둘 사이엔 무려 400년의 세월이 있다는 점이다.

 

 

 

세월이 지나고 본격적인 전란의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군대의 방어술과 관중지역의 성(城)들 또한 같이 발달을 했을 것이다.

 

 

지금 서울이 400년 전 한양과 같을 수 없듯이,

 

제갈량이 북벌을 하며 싸워야했던 진창과

 

한신이 함락시킨 진창이 같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진창은 상하 2성으로 서로 잇달아 연결되어 있는데,

 

상성(上城)은 진문공(秦文公)이 축성하고, 하성(下城)은 학소가 축성한 것이다.

 

- < 환우기 > 제30권 -

 

 

 

조진은 제갈량이 기산에서 패배했으므로 필시 진창쪽으로 다시 출병할 것이라 생각하여

 

장군 학소(郝昭)와 왕생(王生)을 보내 진창을 수비하게 했다.

 

- < 삼국지 위서 > 조진전 -


 

 

 

그리고 이에 더해 위나라가 북벌을 대비하여 축성까지 해버리니

 

촉군의 앞날은 더더욱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제갈량의 1차 북벌그 실패는 이미 이전글에서 보셨을 것이다.

 

<1차 북벌 전쟁상황도>

 

 

1차북벌당시 촉군은 진창성 앞에서도 위군과 교전을 하였었는데(①번 지역)

 

그 때 진창성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1차 때는 진창쪽으로 페이크를 넣고 기산으로 튀어나갔으니

 

이번엔 진창으로 곧장 나가는 슴니즌~을 걸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안타깝게도 제갈량의 오판이었다.

 

 


위나라는 장군 학소를 보내 진창성을 빠르게 완공시켰다.

 

이 후 제갈량이 와서 공격하였는데 제갈량은 (1차 북벌 이후로) 진창성의 상태가 나쁘다고 들었지만,

 

이미 정돈된 것을 괴이하게 여겼다가 (진창성에) 학소가 있음을 알게 되자 매우 놀랐다.

 

 

- < 삼국지 집해 > -


 

 

 

하지만 이미 수만의 대군을 이끌고 진창성 앞에 당도하였으니 어찌하겠는가?

 

 

결정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제갈량은 학소가 하서(河西)쪽에 있을 때의 명성을 이미 들었지만

 

그렇다고 공격할 생각을 바꾸진 않았다.

 

 

근상이란 자가 어릴 적부터 학소와 가까운 사이였는데 후에 촉이 그를 얻었다.

 

 

그래서 제갈량은 근상을 불러 학소에게 항복하라는 뜻을 전하게 하였다.

 

 

- < 삼국지 집해 > -


 

 

 

당시 진창성을 지키는 병사는 불과 1천명 정도였기에

 

제갈량은 학소가 항복할 수도 있다고 여긴 듯하다.

 

 

 


 

학소와 같은 고향 사람인 근상이 성 밖에서 학소를 설득하자,

 

학소가 망루에 올라 근상에게 말했다.

 

 

“위나라의 법이 어떤지 경도 이미 잘 알 것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경이 잘 알 것이오.

 

나는 국은(國恩)을 크게 입어 가문이 귀하게 되었으니 오직 죽음을 각오할 뿐이오.

 

제갈량에게 돌아가 빨리 공격하라고 전해 주시오.”

 

 

 

 

 재차 근상이 학소를 설득하였다.

 

“대적할 수 없는 군사로 헛되이 파멸을 자초하지 마시오.”

 

 

 

 

그러자 학소가 말하였다.

 

“내가 할 말은 이미 정해졌소.

 

나는 경을 알아도 내 화살[箭]은 경이 누군지 모르리.”

 

 

 

 

이에 근상은 물러나고, 제갈량은 진병(進兵)하여 학소를 공격하였다.

 

 

 

- < 삼국지 위서 > 명제기 -


 

 

 

 

그리고 그렇게 학소의 매드무비가 시작된다.

 

 

 

 


 

촉군이 운제(성벽을 오르는 사다리)와 충차(성문을 부수는 병기)로 성에 다가가자

 

학소는 불화살을 쏘아 운제를 불태웠고 그 위에 있던 군사들은 불타 죽었다.

 

 또 학소는 밧줄로 돌기둥을 묶어 충차에 떨어뜨리니 충차가 두동강이 났다.

 

 

 

이에 제갈량은 백 척 높이의 정란을 만들어 성 안으로 활을 쏘게 하고,

 

흙으로 참호를 메꿔 성벽을 기어오르게 했다.

 

그러자 학소는 성 안에서 이중으로 담장을 쌓으며 막았다.

 

 

 

이에 제갈량이 도로 땅굴을 다시 파서 성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학소는 미리 성 안에 가로로 땅을 파서 이를 막았다.

 

 

 

- < 삼국지 위서 > 명제기 - 


 

 

 

 

 

그렇게 학소는 위나라의 구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20여일 동안 성을 지켜내는데 성공하였고,

 

제갈량은 아무런 성과없이 빈손으로 철군하게 되었다.

 

 

 

 

물론 이 일화는 합비 꼴아박기의 위엄을 넘어서진 못하지만

 

제갈량 팬들을 놀릴 땐 아주 효과적이니 잘 써먹으시면 되겠다.

 

 

 

 

 

 

 

 

 

 

 

 

< 에필로그 1. >   하얗게 불태웠어

 

 

제갈량을 상대로 엄청난 전공을 세운 학소는

수도로 돌아가 황제에게 노고를 치하받고 열후(列侯)에 봉해지지만,

 

진창성을 지킬 때 모든 것을 불태워서 그런진 몰라도 이내 사망한 듯하다.

 

 

정확한 사망년도는 역사서에 기록돼있지 않으나,

 

수도로 돌아온 뒤 병에 걸렸다는 기록과 함께 아들에게 유언을 남긴 것을 끝으로

 

그 뒤 행적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진창성 전투 직후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 에필로그 2. > 왕쌍은 어디에

 

 

이 분 언제 등장하나 많이 기다리셨을 것이다.

 

 

근데 이 분은 안타깝게도

 

2차 북벌의 기록에서 딱 한 줄 나오는 분이시다.

 

 


 

건흥 6년(228년) 겨울,  제갈량이 진창을 포위했는데 군량이 다해 퇴각했다.

 

위나라의 장수 왕쌍이 군을 이끌고 제갈량을 뒤쫓으니,

 

제갈량이 더불어 싸워 깨뜨리고 왕쌍을 참했다.

 

 

- <삼국지 촉서> 후주전 -

 


 

 

이거 딸랑 한 줄 있는 양반이 왜 이리도 유명해졌느냐?

 

 

 

종수형을 닮아서는 아니고

 

그건 연의의 작가 나관중이 제갈량의 팬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연의에선 왕쌍을 대폭 상향시켜줬기 때문이다.

 

 

 

연의에선 왕쌍이 60근이 넘는 대도와 유성추를 휘두르는 엄청난 맹장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진창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한 제갈량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왕쌍을 버프해서 2차북벌의 유일한 전공을 올려쳐 준 것으로 보인다.

 

 

 

 

 

 

 

※ < 삼린이를 위한 삼국지 용어 이야기 > 목록

 - [ 제1편 : 계륵과 양수 ]

 - [ 제2편 : 북벌, 출사표, 그리고 하후무 ]

 - [ 제3편 : 백미와 읍참마속 ]

 - [ 제4편 : 인생은 가후처럼(1부) ]

 - [ 제5편 : 인생은 가후처럼(2부) ]

 - [ 제6편 : 반골과 자오곡 ]

 - [ 제7편 : 오하아몽과 괄목상대 ]

 - [ 제8편 : “료 라이라이!” ]

 - [ 제9편 : 칠종칠금과 만두 ]

 - [ 제10편: 손제리와 이궁의 변 ]

 - [ 제11편: 왕좌지재와 빈 찬합 ]

 - [ 제12편: 진창성의 학소, 그리고 한신 ]

 - [ 제13편: 추풍오장원 ]

 - [ 제14편: 상방곡과 사공명 주생중달 ]

 - [ 제15편: 꿀물과 호랑이(1부) ]

 - [ 제16편: 꿀물과 호랑이(2부) ]

 - [ 제17편: 꿀물과 호랑이(3부) ]

댓글
침착맨
03.20
BEST
양질의 삼국지 글은 추천
인저얼미
03.21
BEST
곽튜브 필독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742541320677-ocgt3j2sd2b.png
침착맨
03.20
BEST
양질의 삼국지 글은 추천
병건하게 글쓴이
03.20
긴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치마하하
03.21
왜 하늘은 제갈량, 강유를 낳고 장합, 사마의, 곽회, 학소, 진태, 등애를 낳았는가!
배추살땐무도사
03.21
등애: 아 등애에요~
Cimbalom
03.21
하후패 드렸잖아 한잔해~~
병건하게 글쓴이
03.21
위나라에만 왜케 많이 낳으셨는가!
인저얼미
03.21
BEST
곽튜브 필독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742541320677-ocgt3j2sd2b.png
병건하게 글쓴이
03.21
학소의 좋은 활용례군요!
희지재
03.21
금요일 오후 5시 퇴근 1시간 전 바로 정주행
병건하게 글쓴이
03.21
감사합니다!
뚜자서
03.21
왕쌍 김종수 볼 때마다 너무 하찮잖슴~
병건하게 글쓴이
03.21
하후무종수보단 낫잔슴~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742559561404-h4uoz1z9l0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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