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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린이를 위한 삼국지 용어 이야기 > - 계륵(鷄肋)과 양수

병건하게
23.07.08
·
조회 5188
출처 : 본인

 

 

사실 계륵(鷄肋)은 유명한 고사라서,

 

딱히 삼국지를 읽지 않았더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굳이 이 글을 쓴 이유는

 

이 계륵과 관련한 한 인물을 소개해드리려 함인데,

 

 

그 주인공은 바로 양수 되시겠다.

 

 

 

 

혹시 계륵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짤막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면,

 

 

때는 217년 한중.

 

삼국지의 두 주인공인 조조와 유비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 있었으니,

 

 

바로 한중 공방전이다.

 

 

이 전투는 유비군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전투인지라,

 

우리 방장도 매우 좋아하여 방송에서 자주 얘기하는 편이다. 과연 침촉맨

 

 

 

아무튼 조조군이 유비군에게 개발리기 직전에,

 

지금 설명하고자하는 ‘계륵(닭갈비)’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전쟁이 JOT같이 꼬여 어찌해야할지 고민 중이던 조조는,

 

야식으로 닭갈비가 나오자 그 날 밤 암구호를 ‘계륵’으로 정하였다.

 

 

헌데 이 암구호를 들은 양수가 갑자기 준내게 짐을 싸기 시작하니,

 

이에 주변 사람들이 놀라 왜 갑자기 짐을 싸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수가 하는 말이,

 

"닭갈비는 살이 별로 없고 뼈가 대부분이라, 먹기엔 번거롭고 버리기엔 아깝쥬?

 

 지금 한중이 그렇쥬? 위왕(조조)도 심히 JOT같다고 느끼신 중인 겁니다.

 

고로 곧 퇴각이란 소리죠."

 

 

이 얘기는 군영 내에 일파만파 퍼져 병사들이 신나게 짐을 싸기 시작하니,

 

조조가 이 꼴을 보고 “어떤 새끼가 가짜뉴스를 퍼트렸어?” 하고 양수를 참수하였다.

 

 

 

 

아무튼 이 얘기만 들으면 양수라는 놈은

 

쓸데없이 궁예질을 하다가 군기문란으로 디진 멍청한 놈이란 느낌이 씨게 들긴 한다.

 

 

사실 대충 그렇게 받아들여도 ‘계륵’이란 고사를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긴 하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의 주인공은 양수인만큼, 이 이야기의 한 가지 묘한 점을 짚고 넘어가자면,

 

바로 ‘양수가 추측한 걸 모두가 그대로 믿고 군장을 쌌다’는 점이다.

 

 

 

양수가 이 원피스의 코 큰 녀석같은 캐릭터였다면,

 

닭갈비 얘기를 아무리 고봉밥으로 씨부린들 다들 콧방귀도 안 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양수란 녀석의 궁예질은 꽤나 신뢰도가 높았던 듯하다.

 

 

 

양수의 말빨이 잘 먹힌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면,

 

가장 먼저 집안 얘길 들 수 있다.

 

 

양수는 한나라 삼공(재상)을 한 조상이 4명이나 있고,

 

 

당장에 아버지 양표도 현직 태위(삼공 중 하나)였으며,

 

 

어머니 쪽 가문은 그 유명한 원씨가문이었다.

 

즉, 양수는 귀족들 중에서도 사실상 가장 탑티어의 금수저였던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녀석은 금수저들 사이에서도

 

꽤나 재능이 출중한 편이었던 듯하다.

 

 

양수는 동년배들에 비해 출사도 빠르고, 승상부 주부도 빨리 달았다.

 

이 주부란 벼슬은, 집안일 하는 사람은 아니고

 

권력의 핵심인 조조 바로 옆에서 일하는 것이니 당시엔 꽤나 엘리트 코스 취급을 받았다.

 

 

아무튼 스펙이 이리도 짱짱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절로 양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 당연했을텐데,

 

 

양수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더 놀라운 재능을 가졌으니,

 

바로 ‘조조의 심중 알아맞히기’였다.

 

 

 

양수는 근무 중에 나가는 일[出行]이 많았는데,

 

조조가 갑자기 와서 일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라 예측하고[籌],

 

그 물음에 대한 대답들을 적어놓고, 집 지키는 아이에게 주며,

 

"승상께서 오셔서 명령이 있으면, (그것을 보고) 차례대로[依次] 말하라."고 일러두었다.

 

 

과연 정말로 그리되었고, 이런 일이 세 번 정도 있자

 

조조는 그 대답의 신속함이 기이하다 여겨 그 내막을 알아보게 하였다.

 

                                                                                                                 - < 후한서 > 양표열전

 

 

 

이외에도 ‘일합수(一合酥) 사건’이나 ‘상국문 넓을 활(闊) 사건’ 등이 더 있지만,

 

이걸 다 소개하고 가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만하고... (절대 귀찮은 것이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눈치가 빠르고 짱구가 잘 돌아가는 녀석인지라

 

출세에도 꽤나 도움이 되었던 것인데,

 

 

문제는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할 ‘조조의 속마음’까지도 아는 척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조조가 남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던 진심.

 

 

바로, 첫째 아들 조비보다 셋째 아들 조식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앞서 말했듯이 양수는 머리좋은 녀석이니 이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이건 조조의 측근들에겐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양수는 이 공공연한 비밀을, 말 그대로 비밀로 묻어놓질 않고,

 

이를 근거로 가장 앞장서서 조식을 후계자로 밀었다.

 

 

 

양수는 조식과 친하게 지냈다.

 

조식을 만날 때마다 궁궐에 관련된 일에 대하여 태조(조조)의 의도를 미리 헤아려서,

 

10여 개의 예상 답변을 만들고[(答教十餘條], (荅教)],

 

만약 조조가 어떤 일로 질문을 하면, (조식에게) 이렇게 답변하라고 알려주었다.

 

태조(조조)가 질문을 하자마자 답이 나오니, 태조가 이를 매우 기이하게 여겼다.

 

그래서 조사를 해봤고 양수가 한 일이었음이 드러났다.

 

                                                                                                - < 삼국지 위서 > 양수전, 배송지주

 

 

 

조조가 조비와 조식 둘에게 각각 업성문을 나갔다 오라고 이르고는

 

한편으로 가만히 사람을 시켜서 문지기에게 그들을 내어보내지 말라고 분부해 놓고

 

어떻게 하는지 살폈다. 조비가 먼저 성문에 갔지만 나가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양수가 조식에게 말했다.

 

"만일에 문지기가 막고 나가시지 못하게 한다면,

 

공은 지금 왕명을 받들고 나가시는 터이니, 그를 참해 마땅하오리다."

 

조식이 양수의 말대로 했다.

 

 

이 때문에 양수는 제후(조조의 아들)들과 밀통한다는 [交搆] 이유로 처형되었다.(*)

 

                                                                                                - < 삼국지  위서 > 양수전, 배송지주

 

 

 

 

 

양수가 어찌 한낱 닭갈비 타령만으로 죽었으리오.

 

 

물론 후계자로 조식이 선택되었더라면 양수는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조는 결국 장남 조비를 선택하였고,

 

조식파의 가장 열렬한 선봉장이자 ‘다알아 박사님’인 양수를 그대로 둘 순 없었을 것이다.

 

 

 

 

 

 

 

양수의 죽음을 전해들은 제갈량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양수는 분명 빼어난 사람이다. 양수처럼 남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남들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을 입 안에 삼키고 있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양수는 이를 하지 못하여 죽었다."

 

 

 

 

이렇듯 양수의 죽음은 당대에도 큰 울림을 남기는 일화가 되었고,

 

큰 재능을 가졌음에도 입단속을 못하여 화를 당하는 사람을 일컬어

 

‘양수같은 사람’이라는 인물평이 지금까지도 쓰이게 되었다.

 

 

 

 

 

 

 

 

 

 

 

 

 

 

< 에필로그 > - 자식을 앞서 보낸 부모의 마음

 

 

양수가 죽은 후 수척해진 양표를 보고 조조가 물었다.

 

“어찌 이리 야위었소?”

 

 

양표가 대답하였다.

 

“신이 부끄럽게도 선견지명이 없어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자식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늙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 마음일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양수를 죽인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훗날 이 일화는 선견지명(先見之明)노우지독(老牛舐犢)의 고사로 남게 되었다.

 

 

 

 

 

 

* 참고 : 양수는 연의에선 계륵사건으로 참수되나, 정사에선 회군한 후에 처형된다.

 

 

※ < 삼린이를 위한 삼국지 용어 이야기 > 목록

 - [ 제1편 : 계륵과 양수 ]

 - [ 제2편 : 북벌, 출사표, 그리고 하후무 ]

 - [ 제3편 : 백미와 읍참마속 ]

 - [ 제4편 : 인생은 가후처럼(1부) ]

 - [ 제5편 : 인생은 가후처럼(2부) ]

 - [ 제6편 : 반골과 자오곡 ]

 - [ 제7편 : 오하아몽과 괄목상대 ]

 - [ 제8편 : “료 라이라이!” ]

 - [ 제9편 : 칠종칠금과 만두 ]

 - [ 제10편: 손제리와 이궁의 변 ]

 - [ 제11편: 왕좌지재와 빈 찬합 ]

 - [ 제12편: 진창성의 학소, 그리고 한신 ]

 - [ 제13편: 추풍오장원 ]

 - [ 제14편: 상방곡과 사공명 주생중달 ]

 - [ 제15편: 꿀물과 호랑이(1부) ]

 - [ 제16편: 꿀물과 호랑이(2부) ]

 - [ 제17편: 꿀물과 호랑이(3부) ]

댓글
풍피바라
23.07.09
BEST
아들 죽여놓고 아빠한테 왜 야위었냐고 물어보는 조가놈 인성수준 ㅋㅋ
쭈보카도
23.07.08
BEST
삼국지를 보면 침하하를 참을 수 없습니다
쭈보카도
23.07.08
BEST
삼국지를 보면 침하하를 참을 수 없습니다
병건하게 글쓴이
23.07.09
과연 영공조징이 근본인 곳이로군요
참칭맨
23.07.09
이런 콘텐츠 너무 좋아요 진짜 자주 써쥬시요
병건하게 글쓴이
23.07.09
응원 감사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사민수
23.07.09
병건하게 글쓴이
23.07.09
오 이 글은 한중 공방전에 대한 글이군요. 잘 보겠습니다.
그럴수도
23.07.09
짱꿀잼
병건하게 글쓴이
23.07.09
풍피바라
23.07.09
BEST
아들 죽여놓고 아빠한테 왜 야위었냐고 물어보는 조가놈 인성수준 ㅋㅋ
병건하게 글쓴이
23.07.0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하하못참지
23.07.09
재밌네용 요런거 마니 알려주세용
병건하게 글쓴이
23.07.09
응원 감사드립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최대한 재밌게 글을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란마개좋아하는침착맨
23.07.09
??? : 이거 ㅁㅊㅅㄲ 아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저녁밥이 닭갈비인데 그냥 암구호 계륵이라고 했는데 뭐야! ㅇㅅㄲ?
그래서 양수는 여기서 죽어버리고 맙니다
삼치구이
23.07.10
원소와 유표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충 양표새끼 가후 대답은 예측 못했다는 얘기)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88978343144-gnfllt4cmqn.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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