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주인공은
관우귀신썰로 지금까지도 영원히 고통받고 있는 여몽 되시겠다.

여몽의 별명은 ‘멍청이[아몽(阿蒙)]’이었다.

아몽이란 단어가 이름과 비슷한 탓도 있었겠으나,
어릴 적 여몽은 실제로 무식하기도 했다.
물론 이게 여몽의 탓만은 아니었다.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이때는 그냥 ‘배움’ 자체에 엄청난 비용이 들던 시대였다.
단순히 신분에 따른 차이뿐만 아니라,
심지어 귀족이더라도 중앙유력귀족이냐 아니냐에 따라 교육격차가 매우 극심한 편이라,
관리를 선발할 때도 그냥 집안만 보고 뽑아도 그러려니 하던 시대였다.
헌데 오늘의 주인공 여몽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려서부터 홀어머니와 살았기 때문에
엄청나게 가난하였다. 그래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웅이야기가 그러하듯,
여기서 현실에 좌절하고 살았으면 여몽은 역사에 이름 한 자 남기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몽은 본래 오나라 사람도 아니었지만(여남 출생),
매형인 등당이 손책 밑에서 일한다는 소리만 듣고 어머니를 모시고 장강을 건너 오나라로 갔다.
그게 15세 때의 일이다.
그리고 그냥 무턱대고 매형을 쫓아다니며 일을 하기 시작한다.
여몽(呂蒙)은 어릴 때 남으로 강을 건너 매부인 등당(鄧當)에게 의지했다.
등당은 손책의 장수가 되어 수차례 산적을 토벌했다.
여몽의 나이가 열대여섯이었는데, 몰래 등당을 따라가 적을 공격하니,
등당이 돌아보고 크게 놀래서 꾸짖었지만 금지시킬 수 없었다.
- < 삼국지 오서 > 여몽전 -
물론 이 시절에는 열대여섯이면 성인으로 분류하긴 했다.
근데 성인이라 하더라도 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15살이
그냥 무턱대고 쫓아다니기엔 전장은 꽤나 위험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여몽이 자꾸 몰래 따라오는 것을 매형인 등당도 걱정을 했고,
여몽의 어머니에게도 말씀을 드려 여몽이 군대에 오지 않도록 말리려 했는데,
여몽이 말하였다.
"저는 가난하고 천한 것에 머물지 않고, 잘못을 벗겨내고 공을 세워 부귀가 오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 어찌 호랑이 새끼를 잡겠습니까?"
- < 삼국지 오서 > 여몽전 -
당시 여몽은 글자를 전혀 모르는 아이였다.
헌데도 이런 언변을 구사했던걸 보면 꽤나 난 놈은 난 놈이었나 보다.
아무튼 이 말에 어머니와 매형 모두 여몽을 말릴 순 없었지만,
매형이 여몽의 입대를 허락한다 하더라도,
주변 모든 사람들이 이를 온정어린 시선으로 봐주진 않았을 것이다.
등당의 부대 내에서도 어린 여몽을 우습게 보고 괴롭히는 사람도 있었다.
등당의 관리가 여몽의 나이가 어린 것으로 그를 업신여기며 말하길
"저 아이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호랑이에게 고기를 던져주는 꼴일 것입니다."
- < 삼국지 오서 > 여몽전 -
그러다 여몽은 자신을 계속 괴롭히고 욕하던 관리를 죽이게 되는데,
이때 여몽은 손책을 만나게 된다.
어느 날, 여몽은 등당의 관리와 만났는데 (등당의 관리가) 여몽을 또 욕보였다.
여몽이 대노해 칼로 관리를 죽이고 … 자수하였는데,
손책이 여몽을 불러 보고 기이하게 여기곤, 데려다 좌우에 두었다.
- < 삼국지 오서 > 여몽전 -
정사는 이야기를 워낙에 담백하게 적어놓는 경향이 있어서,
이때 여몽이 살인을 하게 된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대충 용서해줄만한 명분이 여몽에게 있었던 것 같다.
여몽의 사연을 들은 손책은 어린 여몽을 기특하게 보았고,
그렇게 여몽은 정식으로 손책군이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책이 사망하며, 손권이 오나라의 주인이 되고,
이때부터 여몽은 소년만화 주인공마냥 계속 공을 세우며 승진가도를 달리게 된다.
◎ 손권이 군을 검열하는 날이 되었다. 여몽의 군사들이 사열함에 빛이 나고 훈련에 익숙해져 있으니,
손권이 이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병사를 늘려주었다.
◎ 단양을 토벌하는데 따라가 가는 곳마다 공을 세우니,
평북도위(平北都尉)에 배수되고, 광덕현의 장을 맡게 되었다.
◎ 황조를 정벌하는데 여몽이 선봉을 맡았다. 그리고 친히 적의 도독(都督) 진취(陳就)의 목을 효수하니,
장수와 병사들이 승세를 타고 성을 진공해 들어갔다. … 이에 여몽을 횡야(橫野) 중랑장으로 삼았다.
◎ (여몽은) 주유와 노숙, 정보 등과 함께 서쪽으로 오림(烏林)에서 조조를 격파하고,
남군에서 조인을 포위했다.(적벽대전)
- < 삼국지 오서 > 여몽전 -
손권은 여몽의 계책을 써서 능통을 남겨 조인에게 저항하도록 하면서,
그 중 절반의 병력은 감녕을 원조했다. 이 때문에 오나라 군대는 승리하여 돌아왔다.
- < 삼국지 오서 > 오주(손권)전 -
이렇게 전공을 미친 듯이 세워주니, 손권은 여몽을 매우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
(??? : 사랑에 안 빠질 수 있어? 씁덕이 안될 수 있겠냐고?)
그래서 손권은 여몽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문제는 여몽을 고위직으로 올리는 데엔 큰 난관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여몽은 글을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여몽은 젊었을 적에 경전을 익히지 않아,
매번 큰일에 대해 진언할 때면 글 대신 항상 말로써 상소했다.
- < 삼국지 오서 > 여몽전 -
이에 손권은 여몽에게 공부를 하라는 특명을 내린다... (+ 친구 장흠까지)
손권이 여몽과 장흠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이제 큰 임무를 맡아 새 임지로 떠나니,
이제는 마땅히 공부를 많이 해서 견식을 넓히셔야 합니다.”
여몽은 마음속으로,
‘독서는 학자들의 일이다. 나는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 나가서 이기면 되는 것이지 공부는 무슨 공부인가?’
라고 생각하여 손권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부대의 일로 바빠서 공부할 여유가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에 손권이 말했다.
“내가 경들을 보고 경전을 공부해서 박사가 되라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
경들은 의지도 성질도 밝고 깨달음이 빨라, 공부하기만 한다면 꼭 해낼 수 있을 겁니다. …
한나라의 광무제도 군대를 이끌고 다니면서도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수불석권(手不釋卷)],
조조도 늙도록 책읽기를 좋아한다는데, 그대들은 왜 자기개발에 힘쓰지 않는다는 말이오?”
여몽은 열심히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 뜻이 흔들리지 않고 전념하여 지칠 줄을 몰랐다.
여몽이 보고 공부한 것은 학자들도 이기지 못하였다.
- < 강표전 >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주유가 죽고,
노숙이 오나라의 대도독이 되어 아주 오랜만에 여몽을 만나게 되었다.
노숙이 주유를 대신하게 되어, 마침 육구(陸口)로 가다 여몽의 둔영 아래를 지나게 되었다.
노숙은 항상 여몽을 경시하는 뜻이 있었는데, 어떤 자가 노숙에게 말하길,
"여장군의 공명이 날로 빛나 예전과 같지 않으니, (여몽에게) 들러 보십시오."
라고 하니 노숙은 마침내 여몽에게 향했다.
술이 취하자, 여몽이 노숙에 물었다.
"군께선 중임을 맡아 관우와 이웃하게 되었는데,
장차 어떤 계략으로 불우(不虞)의 상황을 대비하고 계십니까? "
노숙이 경황 중에 응답하길, "때에 따라 시의 적절하게 할 것이오."라 했다.
여몽이 말하였다.
"지금 동서(유비와 손권)가 비록이 한 집안이 되었으나,
관우는 실로 곰과 범 같은 장수인데 어찌 계획을 미리 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노숙을 위해 5가지 계책을 짜주었다.
노숙이 이에 자리에서 일어나 여몽에게 가서 등을 치며 말하길,
"여자명(여몽), 그대의 재략이 미치는 바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내가 미처 몰랐구료."
라고 하면서 마침내 여몽의 모친에게 절하고, 우호를 맺었다.
- < 삼국지 오서 > 여몽전 -
노숙이 여몽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제 와서 보니, 그대의 학식은 넓고 밝고, 더 이상 오하아몽(吳下阿蒙:오나라의 멍청이)이 아니구려!”
이에 여몽이 말했다.
"학자(공부하는 사람)를 3일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되면,
학자가 어떻게 변해있는지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합니다."
[괄목상대(刮目相對:눈을 비비고 상대를 마주함)]
- < 강표전 > -
그렇게 여몽에게 감동을 받은 노숙은 죽을 때 후임으로 여몽을 지명하였고,
전쟁 중에도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자신을 성장시킨 여몽은
주유와 노숙에 이어, 오나라의 최고 군권자인 대도독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촉나라가 한중에서 위나라를 상대로 승리하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중에,
관우는 형주에서 북상하여 위나라를 압박하고 정말로 촉나라가 천하를 집어삼키고자 하였다.

(관우의 수공에 침몰되고 있는 위나라 번성)
그런데 이때,

여몽은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관우를 찔러, 오나라의 숙원인 형주를 수복하며,
촉나라의 대업을 좌절시키고 삼국의 형세를 재조정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바로 사망한다.


이런 여몽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 당시에도 모두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이 이상한 죽음을 납득하기 위한 별별 썰과 음모론들이 난무하였었다.
그러다 결국,
‘여몽이 관우 귀신에 씌여 죽었다.’라는 이야기까지 가게 되었고,
이는 소설 < 연의 >에 실리며 매우 유명해지게 되었다.
이 일화로 물론 여몽의 인지도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지만,
이후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이 오나라의 입지전적인 영웅의 죽음이
“위대한 무신 관우님 전설”의 밑반찬으로 소모되게 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 삼린이를 위한 삼국지 용어 이야기 > 목록
- [ 제1편 : 계륵과 양수 ]
- [ 제2편 : 북벌, 출사표, 그리고 하후무 ]
- [ 제3편 : 백미와 읍참마속 ]
- [ 제4편 : 인생은 가후처럼(1부) ]
- [ 제5편 : 인생은 가후처럼(2부) ]
- [ 제6편 : 반골과 자오곡 ]
- [ 제7편 : 오하아몽과 괄목상대 ]
- [ 제8편 : “료 라이라이!” ]
- [ 제9편 : 칠종칠금과 만두 ]
- [ 제10편: 손제리와 이궁의 변 ]
- [ 제11편: 왕좌지재와 빈 찬합 ]
- [ 제12편: 진창성의 학소, 그리고 한신 ]
- [ 제13편: 추풍오장원 ]
- [ 제14편: 상방곡과 사공명 주생중달 ]
- [ 제15편: 꿀물과 호랑이(1부) ]
- [ 제16편: 꿀물과 호랑이(2부) ]
- [ 제17편: 꿀물과 호랑이(3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