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를 깊이 갈무리하며
지난 금요일 4막을 마지막으로 총 16부작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모두 공개되었다. 마지막 화를 보고 난 뒤에 제작 발표회에서 김원석 연출이 말 했던 이 작품의 기획 의도가 떠올랐다.
"조부모 세대, 부모님 세대에 대한 헌사, 자녀 세대에 대한 응원가로 기획이 된 드라마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말이 이 드라마를 정확히 표현한 말이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인 탓에 한 화, 한 화 볼 때마다 자꾸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거울 치료”의 효과일 것이다.
‘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로 뽑을 만큼 배우 아이유와 연출 김원석 조합을 기대했지만, 가장 먼저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임상춘 작가의 글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금이며 옥이었고 가슴 깊숙히 내려앉았다. 거기에 더해, 단지 글자들의 나열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김원석 연출도 대단했다. 연출과 극본의 힘으로 어느 하나 죽은 캐릭터가 없었다.
배우 아이유는 이 드라마에서 그녀의 최고의 연기를 보여 주었다. 젊은 여배우로서 선뜻 하기 어려운 분장과 메이크업도 마다하지 않고, 많은 것을 잃었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요망진 애순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애순의 딸 금명 역도 함께 맡았는데 한 사람이 연기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정말 잘 해냈다.
박보검 배우는 기대를 뛰어 넘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박보검의 연기를 접했는데, 첫 인상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고?” 였다. 무쇠 관식 그 자체였다.
문소리, 박해준 배우의 연기는 따로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아이유의 애순에서 문소리의 애순으로, 박보검의 관식에서 박해준의 관식으로 잘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 기울였다고 하고 그 결과 서로 다른 두 사람에게서 어색함 없이 하나의 인물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광례, 부상길과 아내, 애순 시어머니, 애순 할머니, 관식 할머니, 해녀 3인방, 주인집 하르방과 할망, 박영범, 박충섭, 여관 주인, 과외집 엄마와 아줌마 등등 어느 하나 허투루 쓴 배역이 없고, 이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작가와 연출의 힘이 더해져 16부를 다 본 지금까지도 한 명, 한 명이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 남는다.
이 드라마에는 눈물 버튼이 되는 소재가 몇몇 있다. 그런데 나를 오열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흘러가듯 툭툭 튀어 나오는 대사와 몸짓이었다. 여러 리뷰 영상을 봤는데 공통적으로 눈물이 나는 장면도 있었지만 나와는 다른 부분에서 울음이 터지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들 각각의 삶의 궤적이 서로 만나기도 하고 또 어긋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삶은 이 드라마와 몇 개의 점을 그리게 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3월 한 달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함께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