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에 보고 인상 깊었던 영화 11편 (스포 o)

작년만 해도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는데, 최근에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열심히 보기 시작했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까 그렇게 많이 보진 않은 거 같네요.
총 33편, 이 중에서 제가 인상 깊었던 영화를 써볼까 합니다.
1. 러브레터 (1995, 이와이 슌지)

주연: 故 나카야마 미호, 토요카와 에츠시,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
재개봉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기다렸던 영화였고, 저의 기대에 완벽히 충족했던 영화였습니다.
간략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후지이 이츠키가 죽고 2년 뒤, 우연히 그의 졸업 앨범에서 옛 주소를 알게 된 약혼년 와타나베 히로코가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게 되는데,
사실 그 주소는 동명이인이자 성별도 다른 후지이 이츠키의 집이었고 우연하게 접한 둘이 서로가 알고 있던 이츠키의 모습을 공유하면서,
후지이 이츠키는 중학생 때의 추억을 되새기고, 와타나베 히로코는 이별에 대한 슬픔을 이겨내는 내용입니다.
이와이 슌지 특유의 자연광과 풋풋했던 중학생 시절에 대한 회상이 엄청난 시너지를 보여준 영화로,
특히 이 회상 부분은 짝사랑을 끝내 말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미숙함의 표현과 추억으로 과거에 파악하지 못한 점을 알게 되는 과정이 함축된 이 영화의 인상 깊던 부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러브레터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알 수 있는 이 장면에서의 압도적인 설산의 모습은 속으로 정말 감탄했습니다.
REMEDIOS가 작곡한 OST는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적인 역할을 도맡았다고 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말그대로 완벽에 가까운 로맨스 영화였습니다
2. 액트 오브 킬링 (2012, 조슈아 오펜하이머)

주연: 안와르 콩고 (죽음)
작년에 개봉했던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매우 인상 깊게 보았는데, 비슷한 영화들 중 하나로 알려진 대표적인 영화로 알려져 보게 되었습니다.
과거 1965년, 군부는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살해했던 학살극을 자행였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2012년, 이 학살극의 주범 중 하나인 안와르 콩고를 만나 그의 살해를 재현하는 영화를 찍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에 가장 충격적이자 기괴했던 것은 바로 그 어떤 인물도 과거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무용담처럼 자랑하면서 재현을 즐기면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학살극의 주범들이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현재까지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학살극을 자행했던 판치실라 청년회를 지지하고 그들의 불법적인 밀매를 암묵하는 모습이 그들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장면 등을 통해 정부가 학살극에 대한 처벌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면 속으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후반부에서, 안와르의 감정 변화와 함께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뀝니다.
죄책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안와르의 말고 함께 끝나는 영화와 크레딧을 보자니 왠지 모를 서늘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가해자들의 외면과 악의 평범성이 주제라면, 이 작품은 인간성의 근본적인 악함이 주제인지 더 소름끼친 영화였습니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분위기나 피해자들이 자신들을 죽여줘서 고맙다고 상을 내리는 장면 같이 정신 나갈 거 같은 장면들로 가득했던 훌륭한 명작이었습니다.
곧 이 영화의 후속작격인 침묵의 시선도 감상해야겠습니다.
3. 마지막 황제 (1987,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주연: 존 론, 조안 첸, 故 피터 오툴 등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 아이신기오르 푸이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바로 영상미입니다.
특히 초반부의 즉위식의 웅장함은 그 어떤 건축물도 재현할 수 없는 자금성의 위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OST도 좋습니다.
푸이의 일대기란 특징처럼 영화는 관객이 온전히 푸이가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을 느끼게 이끌어 줍니다.
초반부, 어린 나이 황제에 즉위해 부모와 이별한 푸이의 슬픔
중반부, 자금성에서 나가고 싶어하는 푸이의 답답함과,
만주국의 황제로 즉위하여 자신의 뜻을 펼치고 싶어하나, 결국 본인은 일본의 꼭두각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 걸 깨닫는 푸이의 괴로움
후반부, 감옥에 갇혀 혼자하는 법을 배우고 결국은 정원사가 되어 훗날 자금성에 다시 돌아온 푸이의 주마등
이 영화는 일대기란 장르를 완벽하게 지킨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면까지 최고였던 영화였습니다
자금성에 다시금 앉고, 이후 안내원의 말로 나오는 푸이의 죽음은 여태까지 따라가던 감정선을 자극하는 데 충분했습니다.
4. 타이타닉 (1997, 제임스 카메론)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넷플릭스에서 내려간다고 해서 급하게 봤던 영화였습니다.
워낙 유명한 영화였고, 보고 난 뒤 왜 유명한 지 분명하게 알았습니다.
단순히 재난 영화의 틀을 넘어, 계층을 뛰어넘은 사랑, 허식 밖에 없는 상류층, 자유를 원하는 여주인공 등 여러 주제가 잘 섞인 영화로,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타이타닉의 침몰 과정에서 수많은 인물들은각기 다른 행동들을 보여줍니다.
배와 함께 침몰을 받아들이는 선장, 혼란스러운 상황을 통제하는 선원들, 죽음을 받아들이는 탑승객들, 살기 위해 선원들의 지시를 듣지 않는 탑승객들, 조금이라도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는 악단 등..
이러한 행동들은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긴 러닝 타임을 모두 커버하는 대중성,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였습니다.
5. 란 (1985, 구로사와 아키라)

주연: 나카다이 타츠야, 하라다 마에코, 테라오 아키라 등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로, 줄거리도 리어왕처럼 몰락하는 가문을 다루었습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리어왕이 권성징악적인 이야기라면, 란은 업(業)에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간략한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영화의 주인공인 이치몬지 히데토라는 작은 성에서 시작하여 큰 성을 세 개나 가진 영주가 되지만,
결국 본인이 이전에 멸망시켰던 일족의 생존자인 카에데에게 두 아들들이 휘둘려지고, 두 아들과 달리 지혜로운 막내 아들도 사건에 휘말려 죽으며 그가 남의 피로 쌓았던 가문은 가족의 피로 끝장나게 됩니다.
영화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정말 끝장나게 표현합니다.
흑백 영화로 대표적인 감독이 컬러 영화까지 이렇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직 구로사와 아키라의 흑백 영화는 보지 못하였지만, 란을 보고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영화였습니다.
6. 패왕별희 (1993, 천카이거)

주연: 故 장국영, 공리, 장풍의
어릴 적부터 경극을 수련했던 데이와 샬로가 혼란스러운 중국의 상황을 겪으며 변화해가는 영화입니다.
퀴어 영화로 분류되고, 동성애와 관련된 장면이 나오긴 하나,
데이의 샬로에 대한 사랑이 과연 경극에 연장선인 결과인지, 아니면 진실된 사랑인지는 꽤 의견이 갈릴 거 같습니다.
영화의 핵심 주제인 경극처럼 결국 둘은 비극적으로 끝나게 됩니다.
패왕을 연기한 샬로는 어릴 적엔 벽돌을 머리로 부시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했지만, 문화대혁명으로 몰락하면서 더 이상 부실 힘조차 남지 못하게 되고,
우희를 연기한 데이는 아편에 중독되고, 자신의 제자에게 자리도 빼앗기며 경극과 작별하게 됩니다.
그리고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마지막 순간, 데이는 우희처럼 스스로 죽음을 택하며 끝납니다.
경극, 패왕별희의 요소와 중국의 역사적 사실을 비극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한 영화였습니다.
특히 영화 속 장국영의 연기는 독보적이었습니다.
7.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다니엘스)

주연: 양자경
마블 유니버스로 익히 알려진 멀티버스를 다룬 영화로, 마블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한 멀티버스를 완벽하게 표현한 영화입니다.
다른 세계의 나와 동기화 할려면 우스꽝스럽고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설정과 같이 B급 유머들로 가득한 영화로,
자칫 잘못하면 어색할 수 있는 장면들을 진지하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에블린이 최악의 에블린이라는 점도 영화의 장점 중 하나로, 다른 세계에 있는 에블린들보다 실패한 인생이고,
본인도 이를 알고 다른 세계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지만, 결국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갈 의지를 얻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주연인 양자경 외에도 키호이콴의 웨이먼드나 스테파니 수의 조이/조부 같이 조연들의 훌륭한 연기가 이 영화를 더 훌륭하게 완성시켰다고 봅니다.
8. 도쿄 소나타 (2008, 구로사와 기요시)

주연: 카가와 테루유키, 코이즈미 쿄코, 코야나기 유, 이노카와 카이
포스터만 보고 좀 행복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처럼 충격적인 전개를 가진 훌륭한 영화는 몇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쫒겨난 아버지, 가정주부 역할에 만족하다고 하지만 우울증으로 점차 변하는 어머니, 피아노를 치고 싶음에도 아버지 때문에 칠 수 없는 켄지, 일본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미군으로 떠난 형
가족은 후반에 결국 파탄납니다.
아버지는 청소부로 일하다가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 일부러 차에 치이고, 어머니는 강도에게 납치되었다가 오히려 강도를 직접 따라가면서 바다에서 스스로 죽기로 택하고, 켄지는 가출하려다가 무단 탑승으로 유치장에 갇히게 되고, 형은 미군의 작전 지역 확대로 인해 전쟁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죽지 않고, 켄지는 불기소처분으로 석방되고, 형은 일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파국으로 치닫던 순간의 절망적인 어둠과 이런 일이 있어도 결국은 살아가는 순간의 희망적인 태양,
그리고 마지막 켄지의 피아노 연주는 영화의 완벽한 결말이었습니다.
근데 피아노로 치는 건 드뷔시의 달빛이면서, 왜 제목은 소나타일까요.
9. 뻐꾸기 둥지 위로 올라간 새 (1975, 밀로스 포먼)

주연: 잭 니콜슨, 루이스 플레쳐
수많은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인 맥머피가 강제 노동을 피하기 위해 미치광이로 가장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정신병원의 환자들은 랫치드란 수간호사의 철저한 통제를 받으며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맥머피는 달랐습니다, 랫치드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반항하며, 주위에서 외면받던 추장에게 먼저 말을 꺼내는 등, 환자가 아닌 정상적인 한 명의 사람으로써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범죄자이자 악인이라 할 수 있는 맥머피가 선인처럼, 랫치드가 악인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바를 전부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맥머피는 전두엽이 절제되지만, 그에게 영향을 받은 추장이 그를 안락사하고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며 끝나는데, 이 영화의 여운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잭 니콜슨, 루이스 플레쳐는 물론 환자나 경비, 간호사를 맡은 조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고 없을 정도로 좋은 연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던 영화였습니다.
10. 베를린 천사의 시 (1987, 빔 벤더스)

주연: 故 브루노 간츠, 故 솔베이크 도마르틴, 故 오토 샌더
베를린의 천사인 다니엘이 극단의 무용수인 마리온을 보며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인간으로 변화하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흑백과 컬러의 대비입니다.
무한한 삶을 살며 그저 지켜보는 천사는 생기 없는 흑백인 반면,
유한하게 살며 온갖 고통을 느끼는 인간은 생기과 열정이 있는 컬러입니다.
87년 당시만 해도 베를린, 독일은 분단된 상태였죠, 30여년 전에는 전쟁으로 나라가 초토화되었죠,
이처럼 인간의 삶은 늘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 고통 속에는 감동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색의 대비로 모두 표현합니다.
잔잔하지만 감동만큼은 확실한 특별한 영화였습니다.
11. 퍼펙트 데이즈 (2023, 빔 벤더스)

주연: 야쿠쇼 코지
전 빔 벤더스 감독님 영화가 좋은가 봅니다.
바로 위, 베를린 천사처럼 이 영화도 잔잔합니다.
주인공인 히라야마는 아침에 일어난 면도와 세수를 하고, 식물에 물을 주고, 차를 타고 도쿄의 화장실을 청소하고, 전기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단골집에서 밥을 먹고, 책을 읽다 잠을 청합니다.
영화는 이 루틴을 진행하면서 중간 중간 이를 방해하는 사건들이 나타납니다.
히라야마와 같이 청소를 하는 타카시가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차를 빌려달라 하거나
조카가 가출을 해, 히라야마의 집으로 가고
단골집 주인의 전 남편을 만나게 되고
방해하던 사건이 끝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간 마지막, 운전 중에 튼 노래와 히라야마의 표정은..
히라야마는 작중에서 왜 청소부를 하고 있는 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작품 상 언급으로 과거엔 이보다 훨씬 더 잘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본인도 이를 그리워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이러한 삶을 택하며 살아가죠.
어쩌면 남들보다 그리 좋지 못한 경제적 여건에도 본인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나날이 완벽한 날이 아닐까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2월에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 글을 읽는다면.. 영화 추천 좀 해주세욤
행복한 영화 생활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