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렵고 복잡할 때

안데르스 에릭슨에 따르면 어떤 일을 편안히 수행할 수 있는 구간을 ‘컴포트 존’이라고 한다
그리고 컴포트 존에 머무는 한, 그 일을 몇시간을 하든 몇년을 하든 기량 향상은 결코 없으며, 오히려 그러한 부하 없는 행위를 지속할수록 기량은 퇴보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택시를 수십 년 몰아본 기사가 1~2년 운행한 택시기사보다, 교편을 수십 년 잡은 교사가 1~2년 교육한 교사보다 실력이 뛰어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결과가 자주 관찰되곤 한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게 바로 안데르스 에릭슨의 이론인 것이다
이것은 운동러들이 말하는 ‘점진적 과부하’ 이론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나는 힘들고 어렵고 복잡한 건 하기 싫은데
즐거운 것만 해도 짧은 인생 뭐하러 그렇게 살아
난 내가 즐길 수 있는 것만 하면서 적당히 행복하게 살래
내가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이란 책을 읽고 처음 느낀 감정이 아마 이런 것들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침투부에서는 최고민수 님의 주식 강의가 한창 유행이었다
늦은 저녁 일과를 마치고 야식과 함께 말 많고 특이한, 하지만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아저씨의 철학을 시시덕거리며 소비하곤 했다
그러던 중 그 이상한 아저씨의 입에서 내 뒤통수를 꽝 때리는 명언을 듣게 되었다
그 분은 자신이 풀매수 한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감사하다고 했다
오히려 좋다고 했다
‘감사하다’
‘오히려 좋아’
농담조로 받아들이던 침착맨 아저씨와 채팅창 분위기 속에서, 도대체 그 말이 왜 그렇게 유독 와닿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은 분명히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인생에서 또는 오늘의 워크아웃에서 마주하는 ‘힘들고 어렵고 복잡한 순간’은, 어쩌면 반드시 움켜쥐어야 할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텐데
그런데 그 순간이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날부터 내 좌우명은 ‘힘들고 어렵고 복잡할 땐 감사하다’가 되었다
내가 하는 최대심박수 190 이상을 지향하는 달리기는 최고의 효율을 내는 훈련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걸 할 때마다 힘들고, 어렵고, 복잡하고, 때려치고 싶고, 포기하고 싶단 감정을 매일 느낀다
그리고 그걸 결국 이겨내고 190 이상에 도달할 때,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내가 정한 기준 안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게 내 인생을 지탱하는 행복의 원천이 된다
나에게 이런 깨달음을 준 침투부와 최고민수님에게 감사하다
모두 행복한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