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선악의 저편 -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를 읽고 주인도덕을 갖춘 사람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선악의 저편』을 읽었는데, 순서가 거꾸로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도덕의 계보』를 처음 접했을 때만큼의 충격을 느끼진 못했지만, 이 책을 먼저 접했더라면 같은 크기의 감명을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덕의 계보』는 노예도덕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있다면, 『선악의 저편』은 주인도덕과 고귀한 사람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는 느낌이라, 책을 읽으면서 소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해가 어려운 챕터가 몇 개 있기는 했다. 다른 책들을 더 읽으며 사유를 확장하다보면 이해가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의 정점은 마지막 장에 나오는 「높은 산에서 – 후곡」이다. 이 책을 진정으로 이해했다면, 후곡에 등장하는 모든 상징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한 15~20% 정도 이해한 것 같다.
니체의 번역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독일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올해 안에는 시작해야겠다). 아무래도 한 번 번역가의 머리를 거친 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번역가의 주관이 들어간 것이 느껴져서 니체 사상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려면 독일어를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철학서를 읽을수록 외국어 공부의 중요성을 나날이 체감하고 있다. 언어는 중간 단계가 끼면 그 안에 담긴 뜻이 너무 쉽게 변질되는 것 같다. 물론 번역서를 읽으면 날것의 사상을 독자들이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느낌이라 좋은 점도 있다.
니체의 책은 겨우 두 권 읽었는데, 나머지 부분이 궁금해져서 전권을 읽어봐야겠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아직 내가 알게 된 생각의 빈 곳이 많아, 그것을 채워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다음 책으로는 『아침놀』이나 『우상의 황혼』 생각하고 있는데…
『아침놀』은 산문 형식이 아닌 것 같아서 『우상의 황혼』부터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