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후기 완전 스포 버전(감상전 클릭 금지)

기억 날아가기 전에 좋았던 장면이나 소회 몇가지 나눠보고 싶어서 적습니다 ㅎㅎ
너무 솔직할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두서 없을 수 있음.
일단 호불호 갈린다던지, 지루하다던지 등의 평을 좀 주워본 뒤라 기대컨이 된 걸 수도 있겠어요.
우원박이 말해줬던 광활한 자연 한두 장면과 사람들의 속이야기를 기대하고 갔고, 원래 열두명의 성난 사람들 같은 연극식 영화도 좋아해서 오히려 생각보다 볼 거리가 많은 느낌이었습니다.
#. 풍경
: 얼음강이나 사막씬도 그렇지만 이등박문의 첫 발표 때 강당을 가득 채운 군인들이나, 마지막 기차역의 군중들은 짧은 장면임에도 돈과 품이 꽤 들었겠구나 싶더군요. CG가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요.
강과 사막은 진짜 와 소리가 나와서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음.
#. 미장센
1. 열차 씬에서 밀정을 기다리던 장면
좌우로 흔들리는 기차와 조명이 마치 아지랑이처럼, 혹은 개인의 삶과 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들의 마음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를 꿰뚫고 확인한 밀정의 얼굴과 안중근의 표정에서 많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2. 김상현과 모리의 회상씬
뭐니뭐니해도 감정 연출의 일미는 이때였습니다. 2009년 신하균 주연의 <카페 느와르> 라는 대화 위주의 흑백 영화가 어렴풋이 떠오르더라구요. 깊은 상징과 진한 감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다시 돌아온 장면은 담백해보일 정도로요.
#. 사건
: 기차타고 가다 잡히고, 폭약 싣고 가다 습격 받고, 진짜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그들의 열악한 현실과 그럼에도 밀고 나가야하는 그들의 마음이, 그래서 더 숭고했던 결의가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마무리.
: 국뽕이나 일제에 대한 분노 이런 건 오히려 노골적으로 치솟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 혹은 이미 관련 주제 영화들을 많이 봐 왔기에 내성이 생긴 걸수도 있으려나요. 그저 그들도 시대의 풍파에서 조금 다른 길로 살아내려고한 사람들이었음을.
아쉬운 점도 한두개 있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일단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잘 봤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