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스포) <악마와의 토크쇼> 간단 후기 및 좋았던 결말
단군님과 주호민님의 호평 리뷰를 연달아보고 뭔가 제 스타일의 영화인 것 같아서 오늘 보고 왔어요.
평소에 공포 영화를 정말 안좋아하지만, 이건 별로 무섭지 않다는 평이 있어서 봤는데요, 실제로도 공포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했네요.
정확히 공포라기보다는, 넷플릭스 같은데서 <기묘한 단편 미스테리 모음집> 뭐 이런거에 나올법한 느낌의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토크쇼 자체를 통으로 보여주는 연출 자체가 너무나 신선하고 몰입력 있었고요, 루즈한 부분 없이 압축된 진행 덕분에 계속해서 ’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지? 너무 궁금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이러한 연출에 더해져서 배우진들의 연기도 수준급이라 이런 녹화본 테이프가 정말 있을 법한 일인 것 처럼 느껴지게 잘 만든거 같습니다.
그리고 호불호가 갈리는 결말 역시 저는 생각할 수록 마음에 드네요. 분명 악마와의 대면을 더 길게 늘어트리면서 떡밥들을 좀 더 풀 수 있었겠지만, 저는 영화가 토크쇼의 녹화본 테이프를 공개하는 ’푸티지 필름‘ 형식을 취한 만큼, 형식에 맞는 가장 깔끔한 결말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후반부가 길어졌다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실제 있었던 사건인 것처럼 끌어가는 몰입력’을 크게 해쳤을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구질구질하게 늘어질 위험이 컸을텐데, 딱 필요한 만큼만 잘 치고 빠진 느낌이네요.
솔직히 깊이 있는 스토리도 아니고, 결말도 너무나 예상 가능하게 초반에 힌트를 대놓고 주긴 합니다만, 영화의 주된 매력은 70년대 토크쇼 느낌의 연출과 연기력에 있기에 저는 아주아주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돈이 안아까운 킬링타임 영화였네요.
(스포) 여담으로, 마지막에 릴리 안에 있던 악마는 잭의 몸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기적적으로 살아남은건지, 혹은 교단이 의도적으로 살려둔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신자살에서 살아남은 릴리의 몸 속에 악마가 들어간 것 처럼, 주변 모두가 다 죽어버리고 릴리까지 찔러 죽이면서 혼이 빠진 채 혼자 남은 잭은 악마가 들어가기 너무나 좋은 환경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