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솔직한 감상평 (장문, 내용 스포X)

많은 기대를 가지고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한줄 요약: 한국 오컬트 장르의 허리는 간신히 끊기지 않은 듯 하지만..
+시놉시스 정도의 큰 줄기의 스토리 언급이 있습니다만 결과를 포함한 스포는 없습니다
0. 개요
개인적으로 오컬트, 공포 장르를 꽤 좋아합니다
마이너한 작품들까지 줄줄 꾀고 있는 덕후는 아니에요
그래도 꽤 이름있는 과거의 작품들, 그리고 근래에 우리 극장에서 개봉한 국내외 작품들은 거의 다 챙겨봤습니다
장재현감독의 작품도 모두 챙겨봤습니다
우리 토종신앙과 이질적인 종교의 결합 등을 잘 다뤄낸 앞선 두 작품 모두 재밌게 봤어요
특히 사바하는 곡성 다음으로 좋아하는 우리나라 오컬트 영화입니다
당연히 파묘에도 큰 관심과 기대를 가졌습니다
1. 결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제게 이 영화는 별로입니다
별점으로 평가하자면 5점 만점에 2.5점, 혹은 그 이하의 점수를 매기게 됩니다
그럼 이 영화가 시종일관 전체적으로 별로냐? 묻는다면 그건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할 이야기가 많아 이런 후기를 남기게 됩니다
하기의 내용은 영화 감상 후 토해내듯 개인 sns에 남긴 평가를 갈음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2. 장점
장재현 감독의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후까시를 존나 잘잡는다'가 아닐까요?
일견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얘기는 사실 장르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공포를 조성하는 요소는 정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잔인한 촬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기괴한 크리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역시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여느 영화에서나 보았던 점프스케어는 이제는 존재만으로 평가를 깎아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요소를 배제하고 공포감을 조성하기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어렵습니다
이야기의 상황에 맞는 장소 선정, 미리 세세하게 구상한 컷 편집과 그에 필요한 촬영,
배우들의 연기, 스산한 음악과 음향 효과, 분위기를 표현할 색 보정 등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계산과 정성이 들어가야 ‘후까시’를 존나 잘 잡을 수 있는겁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그냥 주인공이 차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별 다른 요소없이
실내의 전경, 배우의 얼굴 클로즈업, 창을 통한 외부 배경 컷으로 갖다 붙여놓기만 해도
관객이 불안감을 느끼게 되죠
무슨일이 생길것만 같거든요
장재현감독의 영화들은 이렇게 분위기로 조지는 맛이 진짜 맛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장점이자 타 영화와 차별점이 있습니다
보통의 오컬트 영화는 어떤가요?
미지의 존재와 맞서게 된 주인공은 미스터리와 거리가 가장 먼 일반의 인물들입니다
곡성을 예로 들까요?
곽도원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 아저씨 일 뿐인데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반면 장재현 감독님의 영화는 주인공들이 일반의 인물보다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검은 사제들의 신부, 사바하의 연구단체 박목사, 이번 파묘의 무당, 풍수사, 장의사 등
전문가가 미지의 미스터리와 맞서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구성은
앞서 언급한 장점 ‘후까시’와 버무러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진짜 별거 없어 보이는데 괜히 불안하고 무섭거든요
사바하가 딱 그랬습니다
파묘 역시 영화가 시작되면 그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특별한 묘사 없이도 불안하고 공포스럽습니다
이거이거 이러다 곡성보다도 재밌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고 이야기의 꼭지가 몇개 지나가더니…
3. 단점
앞서 얘기했듯 분위기로 조지는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 방향을 포기한걸까요? 아니면 외부에서 타협을 바랬던걸까요?
미지의 존재를 분위기로 표현하며 압도하던 영화는
어느 꼭지에서 그 공포가 현실로 실체화 됩니다
시놉시스에선 이렇게 표현했더라고여
‘나와선 안될 것이 나와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입니다
이 영화에선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 정말 나와버리고 말았습니다
실체화 된 공포는 공포가 아닙니다
남은건 기괴한 비쥬얼, 시끄럽게 귀에 거슬리는 음향효과들만 남는거죠
극장에서 보셨던 분들은 오 무서웠어~ 라고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에 소리가 과장돼있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게 정말 공포감으로 다가올까요?
감독님도 그 부분을 사실 걱정했던거 아닐까요?
갑자기 뜬금없이 점프스케어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소재를 가지고 억까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그 소재가 구체화되고 해결되는 방식이 정말 낡았고 그건 앞선 작품들과 크게 결이 다릅니다
실망스러운 부분이고 짜칩니다
진짜 짜쳐요
차라리 벽력일섬을 박았으면 크게 박수라도 쳤을겁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될겁니다
4. 연기
출연배우 모두 와 진짜 배우란 직업은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 될 정도로 잘하십니다
다만 김고은 배우님이 진짜 무당으로 투잡뛰는거 아니냐 어쩌냐 하는것까진 좀..
어.. 그냥 바이럴 아닐까요..?
사실 이 부분은 장재현 감독님의 영화가 대사빨이 엄청 뛰어난 영화는 아니었고 그게 중요한건 아니니까.. 라고 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참 중간에 도우미 무당역으로 분한 김선영 배우님은 진짜 무당인줄 알았습니다
당장 점집 차려도 전국구 될 정도임;
5. 돌고돌아서
그래서 별점이 2.5점이나 그 이하로 매기게 된겁니다
초중반엔 4점, 혹은 그 이상의 영화이다가
중후반이 되면 1.5점, 혹은 그 이하의 영화가 됐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상영 후 한시간~한시간 반 정도까지는 정말 재밌었는데…
6. 마치며
결론은 이 영화로 오컬트 장르의 허리가 끊기는 치명타는 간신히 피했다 입니다
앞선 글에 계속 실망이다 어쨌다 해댔는데
극장에서 본다고 돈이 아깝다 정도의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극장에 가서 보세요
큰 화면에, 큰 소리로 감상하셔야 오히려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기때문에
영화관 데이트를 하실 예정이라면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전 혼자 봤지만 니들은 데이트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