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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정산 - 2024년 1월

이호영
24.02.03
·
조회 390
출처 : 출처요...? 글쎄요...?

 1월은 3개의 단편, 2개의 시리즈, 14개의 장편과 함께 했습니다. 열심히 살았군요. 책이 한 권도 없는 건 지독하네요. 2월에는 책도 좀 열심히 읽기를 바랍니다.

 

 

1. <김치> (2011)

 장편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디지털 ADHD의 치료 차원에서 <김치>라는 단편으로 1월을 시작했습니다.

 제각기 생긴 바는 다르지만, 그 와중에 궤도에 오른 존재와 오르지 못한 존재가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점지해 준 자리에서 궤도를 향해서 묵묵히 올라가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서 짧은 순간 안에 인간다움의 무게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2. <문라이트> (2016)

 누군가는 냉장고를 털고, 누군가는 찜하기 목록을 텁니다. ‘보고 싶어요’의 무덤에서 <문라이트>를 건져보았습니다.

 어떤 영화는 상처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상처를 들춰보는 일은 상처의 깊이에 비례하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그래서 정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에 떠도는 안개를 말끔하게 해소하고 필요한 부분을 명확하게 밝히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이 영화는 정답에 가깝습니다.     

 

3. <디스크조각모음> (2014)

 아이 클라우드, 구글 드라이브, 휴대폰까지 용량이 부족하다고 난리입니다. 아마 부족한 뇌 용량을 대변하고 있을 겁니다.

 인간의 사고 구조는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서 정보를 선별적으로 수용, 저장합니다. 여기서 기준은 안정적인 자기 존재 확보입니다. 그래서 누락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 간극이 발생하는 과정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서 구현하는 영화입니다.

 정말 인상적인 사람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니가 나한테 뭐라고 한다면 아마 내가 120% 잘못했을 거야.”     

 

4. <러빙 빈센트> (2017)

 <립세의 사계>를 보기 전, 추천받은 바에 따라 시청한 영화입니다.

 본말이 전도된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합니다. 이 영화는 처음과 끝이 유기적으로 뒤섞입니다.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흐가 남긴 유산으로 고흐의 인생이 스러지는 과정을 조망하면서 고흐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보게 만듭니다. 이 정도의 지독함은 칭송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5. <더 페이버릿> (2018)

 ‘보고 싶어요’의 무덤에서 비교적 빨리 탈출한 몇 안 되는 작품입니다. 아마 근래에 추천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운이 좋네요.

 진심이 불투명한 두 사람을 통해서 사랑의 두 가지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몰입하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레이첼 바이스와 엠마 스톤의 연기는 압도적입니다. 도화지 역할을 수행하는 올리비아 콜맨이 표현하는 나약함과 가혹함은, 시대극의 깊숙한 부분에서 현실을 발견하게 만듭니다.    

 

6. <립세의 사계> (2023)

 ‘보고 싶어요’의 무덤에 빠지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은 낚시 갈고리에 무언가 걸리는 순간 확, 낚아채는 것입니다. 그 도식에 따라 시청한 영화입니다.

 한 땀씩 모여 완성되는 움직임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분류가 갖는 특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과 너무 유사해지는 순간 불쾌한 골짜기에 빠지고 맙니다. 특장점과 불쾌한 골짜기 사이의 어딘가를 떠도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다 애니메이션만의 가능성에 집중하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여기까지가 방법론입니다. 서사는 <플라워 킬링 문>이 연상됩니다. 두 영화는 여성에게서 땅의 이미지를 도출해 내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밀도는 비교할 수준이 아닐 겁니다.     

 

7. <더 랍스터> (2015)

 이야기하기 가장 곤란한 주제가 사랑입니다. 죽음은 적어도 필연적이기라도 하는데, 사랑은 실존 여부에 대한 입장을 일치시키는 것부터 과제입니다.

 이 영화는 모 아니면 도의 양상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쪽 끝과 저쪽 끝을 오갔지만, 여전히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8.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 (2001)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사변적인 이야기는 꺼드럭거리기에 참 좋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이야기하면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제가 몰라서 일반화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도 모르는 거 같습니다.     

 

9. <그린 나이트> (2021)

 이 영화는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된다”의 고전적 재해석입니다.     

 

10. <노매드랜드> (2020)

 자본주의도 하나의 게임이라면, 아마 제가 가장 못하는 게임일 겁니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 안에서 다른 게임을 모색하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보다 보면 우리가 왜 게임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11. <동사서독 리덕스> (2008)

 왕가위가 내는 소리는 늘 음절 단위로 끊어진 채로 들렸습니다. 각각의 소리는 매력적이지만, 뭐랄까요. 무슨 단어인지는 모르겠다고 하면 적당하겠네요. 이 영화는 제가 왕가위의 이미지를 의미의 형태로 조합한 첫 영화입니다.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12. <정고전가> (1991)

 어릴 때는 뇌를 빼고 자극만 가득한 영상물을 찾아 헤맸습니다. 이 영화는 저를 오랜만에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약간의 죄책감을 수반하는 즐거움일수록 그 맛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아우 맛있어라.     

 

13.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2020)

 아무래도 인간은 자유를 구현할 능력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요?     

 

14. <TAR> (2022)

 허술한 사람이 재밌습니다. 정준하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이 영화는 분명 규명되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눈길을 끕니다. 특히 마지막 십여 분은 도대체 뭘까요?  

   

15. <맬컴과 마리> (2021)

 흑백으로 제시되는 질감이 꽤 매력적입니다. 도돌이표가 반복되는 대화로 관객을 더욱 깊숙이 끌고 갑니다. 도자기를 집어던지는 도공의 마음으로 우리도 서로를 바닥으로 던져봅시다. 혹시 같이 하실 분?     

 

16. <지-니어스: 카니예 3부작> (2022)

 힙합은 좋아하지만 칸예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이 사람은 힙합이라는 문화에서 신에 필적하는 입지를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칸예 본인도 그렇게 주장합니다. 신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 세상에 변할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칸예는 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7. <더 베어 시즌 1> (2022)

 현대 사회에 적합한 시리즈입니다. 20여 분 동안 주인공을 쉴 새 없게 괴롭히는 탓에 고개를 돌릴 수가 없습니다. 이는 주방이라는 공간의 특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좋은 시너지를 보입니다. 다만 주변 인물에 대해 밀도 있게 접근하지는 않습니다. 살을 빼면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건 멍청한 일이니까요.     

 

18.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2006)

 1월에 본 작품 중 두 번째로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실컷 욕하고 보니 왠지 모르게 정이 갑니다. 그래도 애는 착하니까요. 아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악물고 애를 발암캐로 만들려는 감독은 여전히 열받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만 속이 후련했을까요?     

 

19. <노 베어스> (2022)

 서울에서 보려던 영화를 부산에서 봤습니다. 만나게 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나 봅니다.
  곰은 없지만, 겁주려고 곰을 지어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죽어나고 있는 걸까요? 곰 때문일까요? 지어내는 사람들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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