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파워 디지몬 더 비기닝(스포일러)

-모든 장면이 그때 그 조합,그 음악,그 연출을 떠올릴 수 있던 키즈나에 비해 오마주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도시 위에 뜨는 디지타마,전자기기와 간판에 메시지를 띄우는 빌런 디지몬,꾸준한 암시가 있던 파워디지몬 결말의 홍예지-서정우 러브라인이나 유치원에서 일하는 중인 신나리,라면가게를 하고 있는 최산해,외교관이 된 신태일 등 진로 암시,구미몬과 초코몬을 연상시키는 큰 귀 디자인과 파트너에게 집착하며 폭주하는 서사를 가진 웃코몬, 컴퓨터실에서 선택받은 아이들이 집결과 회의를 하는 모습,단역으로 지나가는 파워디지몬에서 등장한 타국의 선택받은 아이들(특히 황금의 디지멘탈 극장판의 워래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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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어드벤쳐 시리즈는 tva는 빛과 어둠의 대결로서 선악 구도가 뚜렷한 반면,극장판은 선악보다는 디지몬이라는 디지털 몬스터,교감 대상인 생물로서의 속성이 중요하다.따라서 악역 디지몬들은 전자기기를 장악하는 바이러스거나,선택받은 아이와의 관계가 파토나 폭주하거나,아예 선택받은 아이가 악역이었다.

이번 웃코몬 역시 파트너십을 만드는 존재,친구로서의 디지몬은 무엇인지를 고찰하는 존재이지 완전한 악은 아니었다.또한 디지몬을 보고 성인이 된 세대들을 위한 작품이므로 디지몬들이 과연 자유 의지로 인간을 위하는 것인지,이 관계는 착취의 여지가 있지 않는지라는 쟁점도 던져 볼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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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어드벤쳐 특유의 매운 개인사가 이번에도 나왔다.루이의 아동학대를 당한 불우한 과거와 웃코몬이 만들어준 가짜 행복, 그리고 그걸 눈치채고 폭주하다가 한쪽 눈이 실명되고 웃코몬을 죽인 비극적인 결말까지 귀여운 웃코몬의 비주얼과 목소리에 대비되는 위화감을 계속 느끼다가 막판에는 그로테스크함과 슬픔이 뒤섞이는 찝찝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루이와 웃코몬 둘 다 사연을 해명 가능한 존재이다.웃코몬은 루이의 행복만을 바래 오고 벌인 일이기에 산해 일행이 저 사태는 루이의 책임이라고 하며,설득해 보라고 제안하는 것이 자연스럽다.하지만 그 상대인 루이는 처음 소원을 빌 땐 너무 어렸고 아동학대도 당했으니 당연히 의존적으로 굴며 웃코몬이 만들어준 환경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머리가 크고 나서는 자유 의지가 있는 인간이라면 모든 환경을 마음대로 조종해 왔다는 것에 화를 낼 수도 있다.루이나 웃코몬이 징징대는 사연팔이로 느껴지지 않고 둘 모두 서로를 생각했기에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것을 참작 가능하게 잘 짠 각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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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래서 웃코몬을 딱히 물리쳐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웃코몬은 썩 폭주다운 폭주를 한 편이 아니다.비록 진화한 비주얼은 크고 괴상할지언정 눈에 띄는 피해를 준 일도 없다.물론 이성적으로야 전 인류가 파트너 디지몬이 생기면 혼란이 초래되겠지만,디지몬과의 파트너십이 누구보다 중요했던 선택받은 아이들이 파트너십을 만드는 디지몬을 처리하는 데 너무 거리낌이 없이 바로 결심을 하고,그나마 반대 의견을 내놓은 리키의 변론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대화 몇 번 후 바로 묻힌다.

심지어 웃코몬은 인간들에게 엄청난 위해를 가하지도 않으며 자신을 설득해 주기를 내심 바라며 루이에게 과거를 보게 만들었다.폭주하는 자신을 말리고 순하고 작게 돌아가서 다시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것인데 문제는 딱히 폭주를 하지도 않았다.

루이가 자립심을 갖고 웃코몬과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웃코몬이 못하고 집착하며 폭주하는데 산해 일행과 루이가 해결책을 생각해내서 위기를 막은 게 아니라,

이미 웃코몬 스스로 어느 정도 루이와 대화로 서로를 직시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는 데서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만 든다.과거 회상 파트에서라면 루이를 헬리콥터맘처럼 관리하고 가스라이팅하는 패착이 있었지만,문제는 현 시점의 웃코몬은 거대화했을 뿐,루이에게 과거를 직시시켜 주고 마음을 터놓을 생각을 이미 했던 것이다.덕분에 설득에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고,이 극장판의 각본의 핵심은 루이와 웃코몬인 데다 산해 일행은 조연에 머물게 되어,파워디지몬의 극장판이라는 느낌은 몹시 옅어진다.진짜 조연으로 나온 키즈나 쪽이 오히려 파워디지몬 멤버들의 캐릭터성도 훨씬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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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디지몬과 파트너를 맺었다는 설정도 tri나 키즈나에서 태일이 일행보다 나이가 많은 선택받은 아이들이 존재했다는 데서 의문을 떠나지 않게 한다.루이는 아무리 봐도 산해 정도 나이다.애초에 태일이와 나리가 첫 번째 빛의 언덕 사건 시점일 때 루이가 웃코몬을 만났고 디아블로몬과 오메가몬의 싸움을 뉴스로 봤다는 데서 파워디지몬 주역 일행들과 비슷하거나 아예 더 어린 나이일 수밖에 없다.

굳이 억지로 이해하자면 루이는 너무 고립된 탓에 자신이 최초라고 착각했고,실제로는 어드벤쳐의 등장인물들보다 약간 이른 시점 정도에 파트너십을 맺었으며,파워디지몬 시점부터 급속도로 증가한 선택받은 아이들만이 웃코몬으로 인해 발생한 파트너십의 결과물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설정이 맞을 듯도 하지만..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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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바이스는 그냥 도구일 뿐이었고 진정한 파트너십은 사람과 디지몬의 우정이라는데,파워디지몬 결말부에서는 다들 디지바이스를 차고 파트너 디지몬을 달고 있었다.그런데 이 극장판은 오히려 디지바이스가 사라지고 전 세계인에게 파트너 디지몬을 주려던 기회는 주인공들이 처리했다. 이 ip로 극장판을 더 내겠다는 의도일 듯한데,갈수록 설정 면에서는 뒤집기의 연속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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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루이를 설득할 때,디지몬과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말하는 인물들 중 파닥몬이 한 번 사라졌던 리키,처음엔 적이었던 가트몬,무엇보다 한 번 카이저가 되었고 츄츄몬을 학대했다가 잃었던 서정우가 잡힐 때는 그 대사의 무게가 다르고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특히 한 번 큰 실수를 저지른 정우의 설득이 인상적이다.디지몬과 끔찍한 일을 겪어 봤기에,인간과 디지몬은 사실 교감할 수 없다고 부정하는 루이를 설득할 때 무게감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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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에 파워디지몬을 볼 때는 산해는 태일이와 매튜에 비하면 너무 고뇌가 부족하고 단순무식한 열혈바보라고 느꼈다 .하위호환 캐릭터가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하니 채워 놓은 느낌이었다.하지만 나이를 먹고 나니 산해는 행동력이 좋고,특히 꿍하지 않고 바로 실행할 수 있으며 우습게 되는 것도 거리낄 게 없는,멘탈이 단단한 성숙한 리더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번 영화에서

산해의 행동력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브이몬의 모습이 그대로여서,바보같지만 어쩌면 진짜 어른의 자격으로는 바보가 되어도 괜찮은, 회복력과 자존감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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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신의 연출은 최고였다.3d모델링을 썼던 파일드라몬과 황제드라몬의 진화를 전부 2d작화로 대체했지만 연출은 그대로 재현했으며,실피드몬의 합체 진화 때는 그냥 얼굴만 내밀던 가트몬이 애교스럽게 머리를 찡긋대는 등 한두 프레임의 미학으로 더욱 풍성해지기도 했다.특히 황제드라몬의 도심 비행 중 건물을 위,아래,옆으로 타고 나는 부 <맨 오브 스틸>의 오마주가 느껴지며,황제드라몬의 내부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메카물의 조종실을 연상시키는 재미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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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캐릭터들 특유의 눈 디자인이 과장,만화적 묘사가 아니라 실제로 인간의 눈과 차이를 주는 게 목적인 디자인이었다는 것을 루이가 웃코몬의 눈을 박았을 때의 위화감이 드는 비주얼로 새삼 다시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