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킬러(스포)
그대가 철저하다면,아직 허술할 기회가 없었을 뿐
-핀쳐 특유의 사물 확대하기는 오프닝 시퀀스로 주르륵 흘러간다.이후에도 변호사 사무실 장면 정도에 조금씩 나오지만 영화 내내를 지배하지는 않는다.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이나 폐기하는 모습은 거의 원경으로 잡는다.
-20분 정도 주인공은 장황하게 자신의 철학을 설파한다.계속 나는 특별하지 않고 노력하고 철저히 계획적일 뿐이라며 부정하지만,은연 중에 선민의식이 드러난다.하지만 그는 나레이션 내내 남의 말을 인용할 때 "누구더라?대충 누가 한 말일 거다,비슷하다"는 식으로 한 번도 제대로 된 출처를 대지 못한다.그는 말과 달리 철저하지 못하고 허술해서 실수를 하고 보복을 당하게 된다.
-임기응변하지 말라고 했지만 변호사 사무실로 위장한 보스의 비서를 살려 뒀다가 죽일때도,여자친구를 폭행한 킬러들을 죽일 때도 임기응변으로 일관한다.그의 삶은 즉흥으로 가득하다.
-'면봉 같은 여자',틸다 스윈튼의 지적과 황당한 곰 조크대로 킬러는 사실 비록 죽이는 사람이지만 교감과 교류를 갈구하고 있었다.그렇게 계속 얼굴을 마주 보고 죽이며,원거리 저격과 계획 속에서 결여된 인간과의 교류에 대한 갈증을 채운다.나레이션 내내 공감하지 말라고 했지만 누구보다 공감한다.그는 살인을 수단으로 사람과 살을 부대낀다.마지막 식사 내내 마음을 터놓고 산책을 한 뒤 헤어진다.이 와중에 어차피 죽일 것이라 손은 안 잡아주고 머리에 총알을 박는,기묘한 작별인사를 한다.
-킬러는 그토록 계획적으로,공감 없이 멀리서 타겟을 죽인다고 자부했지만 마지막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나니,진정으로 아무 감정도,어떻게 되는지도 관심 없이 일을 지시하고,그에 대한 감정도 상실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저격총을 들고 거리를 두고 저격하는 그보다도 먼 거리에서 저격한 존재를 만났다.그는 경멸을 남겨 두고 떠난다.
-자신이 특별한 소수에 들었다,최소한 들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하던 그는 마지막에 난 착취당하는 다수였다고 인정한다.그는 엔딩 크레딧에도 The Killer로 명시될 만큼 수많은 위장 신분을 쓴다.하나로서 여러 사람을 연기한,그야말로 여러 사람인 다수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음악의 경우 곡 자체보다는 소리가 들렸다 끊기는 방식으로 집중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