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큰 OTT 프로그램 출연한 썰 푼다 - 근데 촬영 전 이야기인

미-방 짤.
이거 유머 게시판에 올려야 하나? 했다가 여기로 옮깁니다.

침하하 규칙상 얼굴 드러내는건 안되다보니까, 뭘로 인증을 해야하나 하다가 티셔츠랑 안경으로 인증합니다.
숫자를 가렸죠? 그래도 아실분은 다 알아차리실지도 모르겠군요… 무섭다.
작년 10월 즈음이었을까요. 2학기 기말고사 시험도 끝났겠다, 해방감을 만끽하며 혼밥을 하러 가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당연히 혼밥 메이트는 인조인간 18호 팬이셨던 소장님의 이집트 강의. 빨리 더 나왔으면 좋겠다! 하고 있었단 말이지.
세상에는 여러가지 앱이 있고, 그 중에는 사주나 타로를 전문으로 봐주는 것이 있기 마련이죠.
포*텔러 라고 하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동명의 어플을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발견했습니다.
<MBTI와 사주의 상관관계>였나? 이렇게 대놓고 노린 설문조사 제목은 아닌 것 같았는데 기억이 흐릿하네요.
하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MBTI가 한창 유행 중이어서 저도 공부 아닌 공부를 하고 있던 참이었고...
나는 타로 공부를 하니까 사주도 기웃거리고 있었고…
당연히 구미가 당기는 조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다른 검사를 여러번 해도 INTP이 나오던 저는 별 생각 없이 조사에 임했습니다.
사과를 보면 뭐가 떠오르냐, 같은 간단한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죠. 그래서 더 가볍게 했던 것 같아요.
연락은 모르겠고 당첨되면 스타*스 기프티콘을 준다고 해서 그냥 그거나 되면 좋겠거니~ 하고 말았죠.
2주 정도 지났나? 약간 잊어버리고 있을 즈음에 낯선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11월에 했던 조사의 추가 대상자가 됐으니까 해달라는 문자였지요.
그 때는 프로그램 이름이 <MBTI VS 사주>가 아니라 다른거였어요. 더 길었는데 혹시 몰라서 일단 가림.. ㅋㅋ

오옹? 하면서 저는 이전 조사와 비슷한 설문에 답을 했습니다.
사과를 보면 뭐가 떠오르냐, 평소에 흥이 많냐, 가면 쓰고 있으면 춤을 출 수 있느냐... 어떤 의미로는 빤히 답이 보이는 것들이죠?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저는 계속 했습니다. 앞날을 모르고 한 거죠. 크크크.
시간이 흘러, 22년의 마지막 달이 되어 마음이 헛헛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벌써 캠퍼스 고인물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헣헣헣
그 시기에 저보고 MBTI 정식 검사를 받아보라는 문자가, 지난 그 낯선 번호를 통해 온겁니다.

'실험 참가 및 방송 촬영은 추후 개별 통보' 라는 문구를 품은 채로요.
근데 원래 제가 그런 운은 진-짜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별 기대 안하고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당연!히 INTP를 받았습니다. 저기 저 강렬한 그래프를 보십시오.
저는 사람 만나면 기빨리는 사람입니다. 일단 놀고 나서 집가면 죽은 자의 소생 됨.
그리고 저는 평소에도 상상력이 너무 좋아서 탈인 사람입니다. 내가! 어! 팬소설 게시판에도! 글이 2개나 있어! (?)
하여튼 그래서 이걸 하고 또 얼마나 지났을까요… 아마 또 일주일 정도 지났나?
제가 당시에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는데, 방을 슬슬 빼야해서 마음이 허전했거든요.
다음 학기에는 어디에서 지내야 하나, 기숙사 들어가기도 힘든데 자취방을 구해야하나?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당시에는 010으로 사기 전화가 오는 시기는 아니어서 뭐지? 하고 받았지요.
사전인터뷰를 상암(CJ 건물이 있거든요)에서 진행하고 싶은데 참여하고 싶냐, 하고 묻는 담당팀 작가의 연락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프로그램에서 사전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곧 방송에 나오고 싶냐는 질문으로 봐야할텐데요.
저는 제 20대가 금방 지나가는 시기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10대가 그랬듯 20대도 금방 지나가 곧 30대가 되겠지요.
그러면 내 20대를 어딘가에 일단 박제해두면 좋지 않을까?
나중에 ‘나 이런 사람이야’ 라고 회상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인생 한번 사는거 재미있게 살면 좋을텐데 이런 것도 재미 아닐까?
결국은 사전인터뷰 약속도 잡고 프로필 사진도 보내달래서 보내줬습니다.
방송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진이 되게 화려할텐데,
다른게 아니라 바로 저 마인드로 몇 년 전에 찍었던 사진이라 그렇습니다.
전 원래 셀카 싫어해요.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근데 재미있는 건 사전 인터뷰 때부터 실험이 있었습니다.
2개 정도 있었는데요, 이건 2회 나오면 또 언급하겠습니다.
글을 또 쓰겠다는 뜻.
웃긴건 제가 심각한 길치여서 가끔 당황하면 방향 감각도 잃어버리는데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잃어버려서 n분 지각했다는겁니다.
저는 원래 지각 하는걸 천벌 받을 죄로 간주하고 살기 땜시(?) 아주 당황한 상태였습니다.
요약: 건물 어케 들어가는지 몰라서 n분 늦었다.
그렇게 CJ 건물 1층에서 20분 정도 카메라 켜놓고 인터뷰 하고,
n층에 올라가서 또 30분 정도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했어요.
n층은 일반인은 못 들어가는 장소라서, 직원이 먼저 나와서 출입증 찍어주고 들어가는데 사실 어린 마음에는 그게 제일 신기했습니다.
내가 미래에 무슨 일이 있어서 거길 가보겠어. 방송국 자체를 갈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되게 흥미로운 경험이란 말입니다.

글 쓰면서 떠오른건데, 사전인터뷰에서 앞으로 뭘 하고 싶냐? 라는 질문을 주셨을 때
‘내 꿈은 **민수가 되는거에요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라고 했거든요?
그때 예시로 소장님이랑 궤도님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최*성 선생님을 덧붙임.
이거는 촬영 날에도 비슷한 질문이 있었는데, 그날은 궤도님이랑 최태* 선생님으로만 대답했어요.
제작진들이 한국인이 아니어서 민수들을 몰라, 에잉 쯧쯧
와중에 말 되게 잘한다는 이야기 들어서 뿌듯했습니다 ㅎㅎ
여러분도 민수들을 롤모델로 삼고 말솜씨를 연습하시다보면 말솜씨가 정말로 늘어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사전인터뷰도 끝이 났고…
직속 선배랑 지인들과 학교 근처에서 홍차를 마시며 타로를 봐주던 어느 날.
또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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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1월 8일 방송 참여 가능하실까요?"
“종료는 오후 5시 즈음으로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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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죠…
12시간 넘게 파주에서 촬영할 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