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천쉐 - 마천대루

“이 거대한 빌딩 속에 얼마나 많은 지옥이 감춰져 있을까”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천쉐의 묵직한 역작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천쉐의 장편소설 《마천대루》가 마침내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스물다섯에 금기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대만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등장한 천쉐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는 대만의 중견 작가다.
소설 작품으로는 국내 첫 출간이다.
2020년에 첫 방영된 후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인생 중드’로 꼽는 안젤라베이비 주연 범죄 미스터리 드라마 〈마천대루〉의 원작 소설 출간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들에게는 특히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높이 150미터에 지상 45층, 하늘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 마천대루에서 한 여자가 숨진 채 발견된다.
아름다운 용모와 상냥한 성격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유명인사였던 카페 매니저 중메이바오를 둘러싼 복잡한 인간관계와 비밀스러운 사연이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르지만, 그럴수록 사건은 미궁에 빠져든다.
잔인한 운명의 손아귀에서 도망치려 발버둥치던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누구인가?
각자의 진실과 거짓, 욕망과 좌절이 교차하고, 모두가 범인인 동시에 누구도 범인이 아니다.
천쉐는 이 소설이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독자들 또한 이다혜 기자의 추천의 말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천대루의 주민들을 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현대사회의 축소판이자 바벨탑 마천대루에서, 소통할 언어를 잃은 채 땅으로 돌아갈 방도를 잊어버린 사람들의 슬프고도 비정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5
서곡 11
1부 21
2부 181
3부 313
4부 377
해설 476
옮긴이의 말 481
방문객 등록과 우편물 수발 사이에는 몇 가지 비밀이 감춰져 있다. 게다가 그들의 생활, 출입 패턴, 방문 상황까지 상세히 알고 있다면 저절로 비밀을 알게 된다.
P. 31
중메이바오는 이 일방통행로가 좋았다. 이 길에 있는 마천대루, 미용실, 디저트가게, 꽃집, 만화방, 더 멀리 있는 소아과, 치과, 안과, 약국, 그보다 더 멀리까지도. 이곳 사람들은 이 일방통행로에서 일상에 필요한 것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중메이바오는 이 일방통행의 세계에 살고 싶었다. (…)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 반쪽 얼굴의 사람이 찾아오리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가 지금 가진 모든 것, 작은 원룸도, 사랑도, 우정도, 커피 향도, 케이크 냄새도 모두 어둠에 집어삼켜질 것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안전하지 않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P. 77~78
“다썬 오빠!” 메이바오가 나비를 발견한 아이처럼 깜짝 놀라자 같이 있던 고객이 그를 놀렸다. “미녀 매니저님 카페를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이미 아시면서 시치미를 떼셨네.” 고객의 조롱하는 말투가 한 대 치고 싶을 만큼 밉살스러웠다. “어릴 때 이웃이었어요.” 메이바오가 직업으로 몸에 밴 미소를 지었다. 다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심 무척 놀랐다. 메이바오는 다썬의 기억 속에 있는 그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진정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아직 그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도 함께 기억하고 있을까?
P. 161
‘천하를 군림하는 하늘 도시’. 하하하, 건설사가 이 빌딩을 분양할 때 내건 광고 카피죠. 그때만 해도 고급 주택이 거의 없었어요. (…) 이 빌딩은 솽허의 기적이에요. 이 초라한 미로 도시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타이베이잖아요. 여기 사는 사람들, 나 같은 사람들요. 우린 타이베이를 보면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 나는 촌놈이구나. 그런데 갑자기 타이베이의 아파트보다 더 죽여주는 고급 빌딩이 우뚝 솟아오른 겁니다. (…) 우리 빌딩이 대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어떤 사람들은 어수선하다고 하지만, 난 이걸 다원화라고 불러요. 마천대루에는 현지인과 외지인, 내국인과 외국인, 가난뱅이와 부자가 다 있어요. (…) 하필 우리 빌딩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다니. 뭐랄까, 이런 게 운명이겠죠. 그동안 관찰해보니 소란이 잠잠해지면 집값은 다시 회복해요. 경찰 나리께서 어서 범인을 잡아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안심하고 살 수 있을 테니까.
P. 208~218
집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추측할 수 있어요. 난 메이바오의 집에 몇 번 가봤을 뿐이지만, 메이바오의 내면은 겉모습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고 할까.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일은 또 너무 바쁘고 힘들고, 이유는 모르지만 뭔가를 피해 숨어 있거나 스스로 형벌을 내리고 있는 것 같았죠. 언제든 그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결심이 너무 늦었던 거예요.
P.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