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워싱턴 어빙 - 슬리피 할로우 워싱턴 어빙의 기이한 이야기



팀 버튼의 영화 [슬리피 할로우]의 원작이자 목 없는 기병에 대한 전설을 소재로 한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술 한잔에 취해서 잠들었다 깨어 보니 하룻밤 사이에 백발의 늙은이가 된 공처가 [립 밴 윙클], 살해당한 전우를 대신하여 신랑인 척하다가 급기야 유령 연기까지 하게 된 기사 [유령 신랑], 돈에 눈이 멀어 악마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톰 워커 이야기 [악마와 톰 워커], 광장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과의 기이한 하룻밤 [독일인 학생의 모험],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 속에 파묻혀 사는 좀도둑 같은 작가들 관찰기 [책 만드는 기술]까지, 유럽의 다양한 민담과 기발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워싱턴 어빙만의 특별한 기담을 만나 보자.
미국 단편 문학의 아버지, 워싱턴 어빙
워싱턴 어빙은 공포 문학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 〈주홍글씨〉로 유명한 작가 너새니얼 호손과 함께 19세기 미국 낭만주의 문학을 이끈 작가입니다.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립 밴 윙클〉 등이 수록된 어빙의 대표 도서 《스케치북》은 그가 젊은 시절에 유럽에서 지내며 쓴 단편 소설집으로, 환상적인 내용과 유머러스한 문체가 특징이지요.
어빙은 《스케치북》을 통해 황무지였던 미국 단편 문학의 세계를 개척한 작가가 되었고, 국제적으로도 큰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단편 문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었지요. 그의 작품은 이러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답니다.
유럽의 민간 전설과 미국의 시대상이 만나 탄생한 기담
워싱턴 어빙은 젊은 시절부터 유럽에 자주 드나든 덕분에 수많은 유럽 민담이나 전설을 접했습니다.
그는 유럽에서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 속에 당시 미국 사회의 문제점, 물욕이 가득한 인간의 내면 등을 녹여내어 독특한 기담을 만들어 냈지요.
어빙이 살던 당시의 미국은 물질주의가 팽배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경쾌하게 풍자하여 웃기면서도 슬픈, 한마디로 웃픈 이야기를 많이 지어냈습니다.
웃음 속에 뼈가 있는 셈이지요. 어빙의 낭만적인 소설 곳곳에 나타나는 뼈 있는 웃음이 바로, 그의 작품이 가진 힘이랍니다.
쉬운 번역과 환상적인 일러스트로 원작에 쉽게 다가가기
팀 버튼의 영화 '슬리피 할로우'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워싱턴 어빙의 원작 소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은 어빙의 원문을 쉽고 명확하게 번역하여 그의 소설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작하였습니다.
또한 각 작품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 책에 담긴 매끄러운 번역과 세련된 일러스트는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독자층이 어빙의 원작에 쉽게 다가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목차
악마와 톰 워커
독일인 학생의 모험
립 밴 윙클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책 만드는 기술
유령 신랑
첫문장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몇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깊은 해협 하나가 있다.
악마의 머리에서 뽑힌 듯한 거칠고 부스스한 머리칼도 서너 줌이나 발견했다. 겪어 봐서 알지만 그의 아내는 보통 싸움꾼이 아니었다. 톰은 격렬하게 물고 뜯은 싸움 끝에 남은 흔적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허! 악마도 혼쭐이 났겠군!”
톰은 별로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성격인 터라, 재산을 잃은 아픔을 아내를 잃은 것으로 대신 위로받았다. 심지어 악마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듯한 생각마저 들어 악마에게 고마울 정도였다. 톰은 보다 친분을 돈독히 하고자 악마를 찾아다녔지만 한동안 악마는 보이지 않았다.
<악마와 톰 워커> 중에서 P.20~21
볼프강은 역겨움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 섬뜩한 기구에 몸서리치며 막 돌아서려던 순간, 처형대로 올라가는 계단 발치에 웅크리고 있는 어슴푸레한 형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번갯불이 연달아 강렬하게 내리치자 형체가 보다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었다. 여인은 처형대 아래쪽 계단에 앉아 몸을 푹 숙여 무릎 사이로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독일인 학생의 모험> 중에서 P.38
마을에 가까워지자 립은 여러 사람을 마주쳤지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조금 놀랐다. 이 인근에는 자기가 모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차림새 또한 눈에 익은 옷들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고, 그에게 시선을 던질 때면 예외 없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러한 행동이 자꾸 되풀이되자 립은 자기도 모르게 똑같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다 자신의 턱수염이 30센티미터도 넘게 자라나 있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립 밴 윙클> 중에서 P.66
겁에 질린 선생은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오싹함을 느꼈다. 어쩐단 말인가? 돌아서서 달아나기는 너무 늦었다. 게다가 혹시 그 정체가 유령이나 요괴라면 바람의 날개를 타고 달리는 그들을 무슨 수로 피한단 말인가? 그리하여, 그는 있는 용기 없는 용기를 모두 그러모아 더듬거리며 물었다.
“누, 누구냐?”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더욱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이카보드는 꿈쩍도 않는 화약의 옆구리에 다시 한 번 채찍질을 날린 뒤,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자기도 모르게 열심히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중에서 P.122
그런데 이 좀도둑질 같은 기질이 작가들에게 뿌리내린 게 혹시 보다 현명한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태초의 작품들은 어쩔 수 없이 썩어 없어지더라도, 그 지식과 지혜의 씨앗은 대대로 보존되도록 보살펴 주려는 신의 섭리가 아닐지? 자연도 변덕스럽기는 하지만 현명한 방식으로, 새들의 모이주머니를 통해 방방곡곡 씨앗을 퍼뜨리지 않는가.(…중략…)이처럼 한물간 고대 저자들의 뛰어난 작품들과 훌륭한 사상들도 이들 탐욕스러운 무리의 작가들이 물었다 다시 뱉어 냈기에 시공을 뛰어넘어 다시 번성하고 열매를 맺는 것이리라.
<책 만드는 기술> 중에서 P.137~138
“죄송합니다. 이렇게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서…….”
그때 남작이 찬사와 함께 환영의 말을 쏟아 내며 그의 말을 가로막았고, 그러면서 자신의 관대함과 말재주를 과시했다. 이방인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남작의 말을 한두 번 어떻게든 막아 세우려 했으나 허사였고,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계속 듣고만 있었다. 드디어 남작이 말을 그칠 즈음 두 사람은 성의 중정에 다다라 있었다. 이방인이 다시 말문을 열려는 찰나, 이번에는 집안의 여자들이 나타나 그를 수줍어 얼굴이 붉어진 신부 앞으로 이끌었다. 순간 그는 그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자신의 온 영혼이 빛을 발하며 쏟아져 나와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닿는 듯했다.
<유령 신랑> 중에서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