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주의) 과학 덕후 일대기
- 들어가며
방학이고 뭘 해볼까 하다가
여태까지 해온 취미생활을 분야 별로 일괄하는 글을 남겨보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한 글 회원님들과 공유해 봅니다.
2. 시작
내 과학은 중학생 때부터였다. 마그네슘 막대 끝의 구리 시약의 녹색 불꽃은 원시인의 눈에 비친 밤하늘의 별빛이었다. 그 순간 내 세상에서 과학은 앎으로 대표되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아니라 실재하는 것이 되었다.
이 즈음 접했던 게 “시크릿”이었다. 생각만 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초끈이론의 이름만 빌려온 사이비 과학은 과학에 대한 흥미를 돋궜다. 비록 사이비고 책 값만 낭비한 꼴이 되었지만 어떤 방법으로 바라야 우주가 도와줄지 탐구하는 과정은 즐거웠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과학을 파게 된 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접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닐 아저씨의 <코스모스 리부트>였지만 진정으로 나를 매료시킨 건 칼 세이건의 책이었다. 광활한 세계의 심포니 총보 속, 가장 마지막에 찍힌 16분 음표만도 못한 인간. 그러기에 서로를 보듬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칼 세이건의 메시지는 지금의 내 윤리관의 시초가 됐다.
그리고 나는 천문학을 파기 시작했다. 먼 곳의 과거를 본다는 것. 같은 시간 상에서 이뤄지는 형이상학적인 현상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한때는 진지하게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입시의 벽에 밀려 sf를 쓰려는 글쟁이 호소인이 되고 말았다.
대학교 신입생 때 접했던 게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 (KSP)다. 이 게임을 시작으로 우주 탐사에 관한 정보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고체와 액체 로켓, 연료와 산화제, 반작용 휠과 분사식 자세제어, 근일점과 원일점은 물론 호만전이궤도에 관해서도 배웠다.
군대는 별이 잘 보이는 곳이었다. 다신 가고싶지 않은 곳이지만 별 하나만은 정말 이쁘게 보였다. 맨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별빛을 세면 그만한 낭만이 없었다.
대학교를 복학하고난 뒤에는 좀 더 깊게 파고 싶어졌다. 천문학을 파려면 결국 물리에 관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리고 물리를 하려면 수학을 배워야 했다. 결국 수학부터 돌아가기로 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을 터무니없이 못해서 중학교 수학부터 다시 했듯이.
그런 이유로 지금 필자에게 좋아하는 물리 공식이 뭐냐 물어본다면 세 개를 꼽아볼 것이다.
첫사랑 같던 질량 에너지 등방공식
물리를 두드리며 처음 이해(?)했던 로렌츠 인자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 불확정성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