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박사받는 대학원생이지만 아직도 궁금한 어릴 때의 고민
어릴 때 우리 몸의 모든 행동은 전기적 신호에 의해서 시작된다고 배우잖아요
그때부터 항상 의문을 가졌던 질문이 있는데요
자극에 의한 반응은 쉽게 납득이 갔습니다. 그런데 (명쾌한 문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발적인 행동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인가요??
굉장히 비약적인 예시이겠지만 가만히 명상을 하고 있는 사람의 상황을 고립계라고 가정하고 현재의 상태를 0이라고 하면 손을 들어라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을 1이라고 할게요. 그럼 0에서 1로 가려면 분명히 에너지가 사용되어야할텐데, 그 에너지가 사용되는 시점을 내가 어떻게 정할 수 있는지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찌되었건 과학적 인과가 있어야하는데 행동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한 원인,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원하는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해당 질문을 이해하는 것은 양자역학적 관점보다는 고전역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기에) 자연을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기에 랜덤하게 어떠한 반응이 벌어지는 것도 결국에는 압력, 온도, 역학적 에너지 등의 특정 조건이 충족되거나 변하면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반응하는 주체가 스스로 그 순간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물도 결국에는 자연의 관점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하나의 복합구조체인데,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할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명령을 내리기 위한 전기적인 신호를 생각(또한 전기적인 신호이지만)만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자연의 에너지를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쓸 수 있다니 뭔가 번개의 신 토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명령’을 내리기 위한 생각을 시작하기 위한 생각을 시작하기 위한 생각을 시작하기 위한 생각을 시작하기 위한 생각의 근원을 찾는 것은 마치 가루삼겹살을 생각해내는 침착맨을 찾아내는 과정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이러한 사고의 끝은 ‘어쩌면 내가 자유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특정한 조건이 맞춰졌기 때문에 나온 반응의 하나이지 않을까?’ 혹은 ‘뇌에서의 전기 자극이 돌고 돌다가 우연히 1이라는 스위치를 건든 결과물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명과학 박사를 받은 여자친구한테 물어보면 헛소리 하지말고 밥이나 먹자고 하더라구요. 궤도님의 생각은 어떠한지 정말정말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