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차원에 대해서 궤도님께 질문이 있어요
채사장님의 지대넓얕제로 라는 책에서 0차원에 대해 잠깐 나오는데 흥미롭게 읽었어요! 과학자인 괘도님은 이 관점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요!
"0차원.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좌표축의 개수가 0인 세계. 여기에는 가로, 세로, 높이가 없고 시간의 차원도 없다. 이 세계는 시간과 무관한 그저 ‘점’의 세계다. 점의 수학적 정의는 ‘크기를 갖지 않는 최소의 단위’다. 이 모순되어 보이는 정의처럼, 0차원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크기도 갖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다. 시간, 공간과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만약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아마도 세계 그 자체일 것이고, 그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세계는 나다. 나는 세계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는 세계이고, 나는 나다.’ 그는 세계와 자신을 분리하는 것에 무척이나 어색함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존재와 부재는 구분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 0차원의 세계가 매우 작을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우리는 숫자가 주는 습관 때문에 1차원보다 2차원이 큰 세계이고, 2차원보다 3차원이 더 거대한 세계일 것이라고 쉽게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차원의 숫자는 크기가 아니다. 0차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있다는 것은 시간이 0이고 공간이 0인 동시에, 영원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먼 미래에 우리 후손들이 차원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수많은 우주와 차원을 오가는 가운데 0차원에 존재하는 무언가와 조우하게 된다면, 그를 ‘신’이라고 혹은 ‘자아’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이자, 모든 것을 보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일원론적 존재일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제로)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 채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