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앵카레 일화
19세기 말 ~ 20세기 초, 가장 위대한 수학의 거장이 누구냐! 하면 수학계에서 흔히 꼽는 두 인물이 있지.
독일의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와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야.

둘은 라이벌 구도로 종종 묘사되곤 하는데, 둘이 비슷한 시대를 풍미한 것도 있지만, 둘의 수리철학적 사조가 굉장히 상반된 것도 한 몫 해.
두 사람의 수리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만화 로지코믹스에 잘 소개되어 있어. 강추함.
어쨌든 오늘 소개할 인물은 바로 앙리 푸앵카레인데

뭔가 헤어스타일이 직박이형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푸앵카레가 남긴 학문적 유산은 어마어마해. 순수수학은 물론 위상수학과 과학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대표적으로 위상수학을 제시한 인물이고, 대수기하학과 카오스 이론의 선구자이고,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초석을 제안한 인물이고 등등 20세기 초 과학/수학사에서는 안 빠지는 영역이 없는 인물이지.
재미있는 건 그가 삼체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일화인데
삼체문제란, 3개의 질량체가 있을 때, 이것의 궤도를 구해낼 수 있을까 라는 문제야.
예컨대 태양과 지구와 달이 있을 때, 이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기술하는 방정식을 구할 수 있는가?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이후 내로라하는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덤벼들었지만 죄다 실패했고
결국 19세기 말 푸앵카레가 그러한 방정식(해)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면서 일단락되었어.
무려 뉴턴 때부터 언급되었던 문제였기 때문에, 그 역사만 해도 200여년되는 아주아주 어려운 난제였는데
푸앵카레가 문제를 해결하자,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큰 상금을 받게 되었어. 예전판 노벨상인 셈이지.
또한 그의 논문은 가히 수학계의 네이처라 불리는 악타 마스마티카(Acta Mathematica)에 오르는 영광을 거머쥐었는데
아뿔싸, 출판해서 찍어내고 보니 푸앵카레가 자신의 증명에서 오류를 발견해버린거야.
그래서 그는 ‘찐 수학자’ (살찐 수학자 아님) 다운 결정을 내리는데
바로 자신의 논문이 담긴 편을 죄다 파기하고 출판사에게 자신의 논문을 빼서 다시 출간해달라고 했어.
(지금과 달리 논문은 인쇄해야 하는 시절이었고, 학술지 한 편에 논문이 하나만 들어가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그 때 들어간 비용을 죄다 본인 혼자 부담했는데, 그 때 들었던 돈이 스웨덴 국왕에게서 받은 상금보다 더 많았다고. 역시 옛날 수학자들은 돈이 많아. 돈이 없었으면 수학을 하지 못했으니…
이후 푸앵카레는 오류를 수정하고, 같은 저널에 다시 올렸다는 해피엔딩.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류를 공표하는 것을 무쟈게 싫어한다 수학자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일화인 것 같아 소개해봤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