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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용어 설명회 > 고평릉 사변

병건하게
04.18
·
조회 1739
출처 : 본인

 

 

[  1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이번 글은 사료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인용된 사료 중 정사(삼국지, 진서, 후한서) 외의 사료들은 모두 배송지 주석의 사료들입니다.
(이는 저의 다른 삼국지글 모두 해당됩니다.)

 

출처를 ‘+’로 같이 써놓은 사료는 두 사료가 동일한 사건을 기술하는데

양쪽 사료에 사건이 부분부분 쪼개져 실려있는 경우, 읽기 편하게 이어 놓은 사료입니다.

 

 

 

 

 

 

사마의를 태부로 올려 뒷방에 쳐 박은 조상일파는

 

빠르게 요직을 차지해 나가기 시작한다.

 

 


조상의 동생 조희는 중령군, 조훈은 무위장군, 조언은 산기상시 시강에 임명됐다.

 

나머지 여러 동생들도 모두 열후에 봉해 시종케 하고 궁정을 드나들며 더할 나위없는 총애를 받았다.

 

- < 삼국지 위서 > 조상전 -

 

 

 

조상이 중루중견영을 없애고 그 군사들을 자신의 동생인 중령군 조희에게 속하게 했다.

 

사마의[宣帝]는 전대 황제 때부터의 오랜 제도라 하여 이를 제지했으나 막지 못했다.

 

- < 진서 > 선제기 -

 

(황제의 근위부대는 반란을 방지하기 위해 원래 여러부대로 편성해놓는다. 근데 그걸 무시하고 통폐합한 것.)

 

 

 

하안, 등양, 이승, 정밀, 필궤는 모두 명성은 있었으나, 명제(조예)는 그들이 실속없이 사치[浮華]함으로 쫓아내었다.

 

그러나 조상이 정권을 잡게 되자 다시 임명되어 조상의 복심이 되었다.

 

 

하안, 등양, 정밀을 상서(尙書)로 삼고 하안에게 관리임용을 관장케 하였으며,

 

필궤를 사례교위, 이승을 하남윤에 임명하여, 국가의 제반 업무가 사마의을 거치는 일이 드물어졌다.

 

- < 삼국지 위서 > 조상전 -


 

 

 

그리고 태후를 수중에 넣어 도장찍개로 전락시킨다.

 

 

 


조상이 하안, 등양, 정밀의 모책을 써서 태후를 영녕궁(永寧宮)으로 옮기고 조정을 전횡하였다.

 

자신의 형제들에겐 금병(친위대)을 관장하게 하고, 자신의 당여들[親黨]을 많이 심어놓고

 

나라의 제도를 여러 차례 고쳤다. 사마의가 이를 제지할 수 없었기에 조상과 불화가 생겼다.

 

- < 진서 > 선제기 -


 

 

 

황제가 아직 어려 섭정 중이었기 때문에 태후는 현 시국의 최고 결정권자이다.

 

조상이 태후마저 차지한다는 건 사마의의 정치적 사망선고와도 같았다.

 

사마의도 이를 모르진 않았으나, 사실 안다고 한들 별 수가 없었다.

 

 

 

전통적으로 태후는 외척가문이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태후(명원황후 곽씨)는 자길 보호해 줄 친정이 없었다.

 

왜냐?

 

 

조예가 외척이 날뛰는걸 방지하기 위해

 

 애초에 가문이 멸문돼있는 여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태후는 궁에서 일하는 관노출신이었다.

 

그래서 태후가 섭정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보정대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근데 조상이 태후를 자기 전용 도장으로 만들어 사마의를 배제하게 만들었고,

 

정치적 뒷배가 전혀 없던 태후는 좋든 싫든 선택지가 조상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정치적 실권을 잃은 사마의가 어떻게 태후를 빼내 오겠는가.

 

 

답은 점점 하나로 수렴하고 있었다.

 

 


정시 8년(247) 5월,

 

사마의는 병들었다 칭하고 더 이상 정사에 관여하지 않았다.

 

 

- < 진서 > 선제기 -


 

 

사마의는 정계에서 은퇴하였다.

 

 

그리고 천하는 조상일파의 세상이 되었다.

 

 

 

 

 

 

사마의가 꺼져주니 조상일파는 이제 꺼릴 것이 없어졌다.

 

본격적으로 권력을 누리기 시작한다.

 

 

 

 

재물도 착복하고,

 

하안 등이 정무를 전횡하여 낙양에 있는 국가 관할[野王典農部]의 뽕밭 수백 경(頃)을 함께 나누어 가지고,

 

… 권세에 편승해 관물(官物)을 절취하고 연고에 의거하여 주군(州郡)에 뇌물을 요구했다.

 

- < 삼국지 위서 > 조상전 -

 

 

 

 

궁녀도 상납받고,

 

장당이 사사로이 궁녀[才人,石英] 11명을 뽑아 조상에게 바쳐 노래부르는 시녀[伎人]로 삼게 했다.

 

- < 진서 > 선제기 -

 

 

 

 

마음에 안들면 그냥 멀쩡한 관료도 맘대로 자르기 시작한다.

 

 


조상이 권력을 장악하고 자기의 당여들을 세우려고 평소 하안 등과 사이가 좋지 않던

 

노육을 복야로 옮기고 시중 하안을 노육의 후임으로 삼았다.

 

 

오래지 않아 노육을 지방으로 나가게 한 뒤 정위로 임명하였고,

 

노육의 속관이 작은 과실을 범하자 법조문을 뒤져 처벌했다.

 

 

노육의 인수를 먼저 거두어 들인 후 필궤가 왜곡된 상주로 황제께 아뢰었으니

 

위세를 부리는 것이 이와 같았다.

 

 

- < 삼국지 위서 > 조상전 + 노육전 -


 

 

심지어 조상일파는 구경(九卿)급의 고위관료 인사 문제를

 

‘선조치 후보고’하는 절정의 패기를 보여준다.

 

 

가절월은 조상이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저 조상과 친할 뿐이기만 한 이들이 이런 짓을 저지른다는 건

 

상식을 한참 벗어난 일이었다.

 

 


이때 방서(謗書)가 나돌았다.

 

 

“대각(臺閣:상서성)에 개가 3마리 있어, 같이 물어뜯고 덤비니 당해낼 수가 없다.

 

이 중 한 마리는 묵(黙)을 믿고 종양[疽囊]을 만들어낸다.”

 

 

개 3마리는 하안, 등양, 정밀을 일컫는 것이고, 묵(黙)은 조상의 어릴 적 이름이다.

 

개 3마리가 모두 사람을 물어뜯으려 덤비는데 그 중 정밀이 가장 심함을 뜻한다.

 

 

- < 위략 > -


 

 

절정의 권력을 마음껏 누려버린 조상일파의 평판은 바닥을 쳐 갔고,

 

그만큼 업보를 쌓아갔다.

 

 


명제(조예)는 임종 때 조상을 대장군으로 삼았지만, 훌륭하게 보좌할 사람이 있어야 했으므로

 

손례를 대장군장사(大將軍長史)로 임명하고, 산기상시의 관직을 더하도록 했다.

 


하지만 손례는 청렴하고 정직하며 타협을 하지 않았으므로 조상은 손례를 싫어했다.

 

 

(손례가 청원군과 평원군의 경계를 그리는 문제로 조상과 대립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손례가 상소를 올렸다. 조상은 손례의 상주문을 보고 대단히 노했다.

 

손례가 조정에 원한을 품고 있다고 탄핵하고, 5년 간 금고에 처했다.

 

 

 흉노왕 유정(劉靖)의 병력이 강성하였고 선비족이 자주 변방을 침략하였으므로,

 

 곧 손례를 병주자사로 임명하고 진무장군 사지절 호흉노중랑장의 관직을 더하였다.

 

 

손례가 사마의[宣帝]를 만나러 왔는데, 아직 (손례가) 분노하는 기색이 있으므로 사마의가 물었다.

 

"군의 경계 문제로 불공정한 처리를 받아 아직 분한 것이오?

 

그대는 병주를 얻고도 부족한가?" …

 

 

손례가 말했다. “어찌하여 명공께서는 이처럼 황당한 말씀을 하십니까?

 

저 손례 비록 부덕하지만, 관직에서 있었던 일을 마음에 둘 리야 있겠습니까?

 

 … 제가 즐겁지 못한 까닭은 현재 사직이 위급하고 천하가 어수선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얼굴 가득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사마의가 말했다.

 

“그치시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으시오.”

 

 

- < 삼국지 위서 > 손례전 -


 

 

 

조상일파의 브레이크없는 권력은 여러 대신들로 하여금 물음표를 찍게 만들었고

 

사마의도 이를 놓치지 않고 슬슬 물밑 작업을 해나갔다.

 

 

물론 조상의 주변에도 이런 동향을 모를 만큼 바보들만 있는건 아니었다.

 

 

사마의의 칭병을 계속 의심하는 자들도 있었으니,

 

사마의가 확실히 퇴물이 된 것인가 확인해보자는 의견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마의[宣帝] 또한 조상 등을 은밀히 방비하니,

 

조상의 무리들도 사마의를 자못 의심하게 되었다.

 

 

때마침 하남윤 이승이 형주에 부임하게 되자 사마의에게 와서 인사하며 동태를 살폈다.

 

 

 

사마의가 숨을 헐떡이며 겨우 말했다.

 

“나는 늙고 병들어, 죽을 날이 이제 코앞에 닥쳤소.

 

… 이제 다시 그대를 보지 못할 것 같으니 내 아들 사마사, 사마소 형제를 잘 부탁하오.”

 

 

 

 

사마의가 입을 가리키며 목이 마르다고 하니 시중드는 자가 죽을 올렸는데

 

사마의는 죽그릇을 잡지 못했고 죽이 모두 흘러 가슴자락을 적셨다.

 

 

 

이승이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많은 이들이 명공께서 예전 풍(風)이 재발했다고 하더니,

 

존체(尊體)가 이 지경이실 줄 어찌 짐작했겠습니까!”

 

 

 

이승이 작별인사하고 나와 조상과 만났다. 이승이 말했다.

 

사마공(司馬公)은 시체와 다름없습니다.

 

육체와 정신이 이미 분리되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후 조상 등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태부의 병환이 다시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이니 가히 애처로운 일입니다.”

 

조상 등은 더 이상 사마의를 방비하지 않았다.

 

 

- < 진서 > 선제기 + < 위말전 > -


 

 

 

그렇게 이승이 떠난 뒤,

 

 

 

 

사마의와 장남 사마사는 은밀히 대화를 나눴다.

 

 

 

 

 

 

 

 

 

사마의[宣帝]가 장차 조상을 주벌하려 하매,

 

심모와 비책은 오로지 사마사[景帝]와 더불어 몰래 획책하였는데,

 

사마소[文帝]는 이것을 알지 못하고 일을 벌이기 전날 저녁에야 알았다.

 

 

뒤에 (사마의가) 사람을 시켜 엿보게 하니,

 

사마사는 잠이든 것이 평상시와 같았으나 사마소는 편하게 자리에 들지 못하였다.

 

 

당초 사마사는 은밀히 결사대 3천을 양성하여 민간에 흩어져 살게 하고

 

이때에 이르러 하루아침에 모이게 하니, 사람들은 (이 병사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지 못하였다.

 

사마사는 새벽에 사마문(司馬門)으로 병사를 모아 안팎을 진정시키고 진을 친 것이 심히 가지런하였다.

 

사마의가 이를 보고 말하였다. “이 아이가 마침내 하였구나.”

 

- < 진서 > 경제기 -

 

 

 

 

 

 

 

정시 10년(249) 정월,

 

황제[車駕]가 고평릉(조예의 무덤)을 참배하는데 조상 형제가 모두 수행했다.

 

- < 삼국지 위서 > 조상전 -

 

 

예전에도 조상 형제가 여러 차례 함께 성 밖을 나가니 환범이 말리며 말했다.

 

“국가의 모든 정무[萬機]를 총괄하는 사람과 금병(禁兵:친위대)을 통솔하는 사람이 함께 나가서는 안 됩니다.

 

만약 성문을 폐쇄해버리는 이가 있다면 어떻게 다시 안으로 들어오겠습니까?”

 

 이에 조상이 말했다, “누가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이후 다시는 함께 나가지 않았으나 이날은 형제가 모두 함께 성 밖으로 나갔다.

 

- < 세어 > -

 

 

 

 

 

 

 

조상 형제가 나가자,

 

사마의[宣帝]는 영녕궁으로 향해 태후에게 상주해 조상 형제를 파면하도록 했다.

 

사마소[文帝]는 병사를 이끌고 이궁(二宮:태후궁과 황제궁)을 호위하였다.

 

- < 진서 > 선제기 + 문제기 -

 

 

 

사마의[宣王]가 군사를 이끌고 대궐을 따라 무기고로 향할 때 조상의 영문을 지났다.

 

조상의 처 유포가 집을 나와 청사로 가서 장하수독(帳下守督:조상의 영문을 지키는 수비대장) 엄세에게 말했다.

 

“공(조상)께서 밖에 계시는데 지금 병란이 일어났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소?”

 

 엄세가 말했다. “부인께서는 염려 마십시오.”

 

- < 세어 > -

 

 

이에 문루로 올라가 노(弩)를 당겨 화살(箭)을 올려놓고 사마의를 쏘려고 했다.

 

이 때 장수 손겸이 뒤에서 엄세의 팔을 끌어당기고 이를 제지하며 말했다.

 

“사태가 어찌 돌아갈 지 알 수 없소이다!”

 

이와 같이 세 번을 말리니 사마의가 무사히 영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 < 진서 > 선제기  -

 

 

 

 

사마의가 병마를 이끌고 무기고를 점거한 뒤 도성을 나와 낙수(洛水) 부교(浮橋)에 주둔했다.

 

그리고 조상에 관해 천자께 다음과 같이 상주했다.

(앞에 다 나온 내용들이라 건너뛰셔도 됩니다!)

 

“신이 예전에 요동에서 돌아왔을 때 선제(조예)께서 폐하와 신을 황제가 계신 침상으로 오르게 한 뒤

제 팔을 잡고 말씀하시길 뒷일을 맡긴다 하셨습니다.

지금 대장군 조상이 그 고명(顧命)을 저버리고 국법을 어지럽히니,

안으로는 참람하게도 군주의 의례를 모방하고 밖으로는 권력을 농단하고 있습니다.

여러 영(營)을 파괴하고 금병(禁兵)들을 모두 장악하고, 백관의 요직에 모두 자기와 친한 자들만 앉혔습니다.

숙위(宿衛:황제를 호위)하던 오래된 자들은 모두 쫓아내고 새로운 인물로 채워 사사로운 계책을 꾸미니,

그들 일당의 뿌리가 더욱 깊어져 그 방자함이 날로 더해갔습니다.

천하가 흉흉하고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는데,

지금 폐하께서 남에게 기대어 보위에 앉아 어찌 오래 안전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신이 늙어서 쓸모없으나 어찌 감히 지난날 (조예 앞에서 한) 맹세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 지금이 신이 목숨을 바칠 때입니다.

 

 태위 장제, 상서령 사마부 등 신하들 모두, 조상이 무군지심(無君之心)을 품고 있어

그 형제들이 친위군을 지휘해 숙위(宿衛)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황태후께 상주했습니다.

이에 태후께서도 명하시길 상주한대로 시행하라 하셨습니다.

 

이에 신이 담당관원과 황문령(黃門令)에 명하여 조상, 조희, 조훈의 관직과 병권을 파하고

각자 본래 관직인 후(侯)로서 사저로 돌아가라 명했으며,

만일 그들이 거가(車駕:황제의 수레)를 억류한다면 군법으로 처리하라 했습니다.

 

신이 병에 걸린 몸으로 군사를 이끌고 낙수 부교로 나아간 것은 비상사태를 살펴 대비코자 함입니다.”

 

 

조상은 사마의의 상주문을 보고 천자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궁지에 몰려 어찌 할 바를 몰랐다.

 

- < 삼국지 위서 > 조상전 -

 

 

조상은 거가를 이수(伊水)의 남쪽에 머물게 하고,

 

나무를 베어 녹각을 세우고 둔병(屯兵) 수천명을 징발해 수비했다.

 

- < 진서 > 선제기 -

 

 

 

 

 

사마의[宣王]가 군을 일으켜 성문을 닫고,

 

환범이 사리에 밝으므로 그를 불러 중령군(中領軍)을 지휘하도록 했다.

 

 

환범이 부름에 응하려 했으나 그의 아들이 간언하기를,

 

황제[車駕]가 도성 밖에 있으니 남쪽(조상이 주둔한 곳)으로 향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환범이 남쪽으로 가기로 결정하자 사농의 속관들(환범의 부하들)이 모두 말렸으나

 

이를 듣지 않고 출발해 평창성문에 도착했다.

 

 

성문이 이미 닫혀 있었으나 성문을 지키던 사번이 예전에 환범이 천거한 관원이었으므로

 

그를 불러 수중에 있던 판(版)을 보여주며 거짓으로 말했다.

 

“나를 부르는 조서가 내려왔으니, 경은 급히 성문을 열라!”

 

 

사번이 조서를 보여 줄 것을 청하자 환범이 그를 꾸짖으며 말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경은 관리가 될 수 없었다. 내게 어찌 감히 이럴 수 있는가!”

 

이에 사번이 성문을 열었고 환범이 출성하며 말했다.

 

“태부가 역모를 꾸몄으니 경도 나를 따라 오시오.”

 

- < 위략 > -

 

 

 

 

대사농 환범이 성문을 나가 조상에게 가자 장제가 사마의에게 말했다,

 

“꾀주머니[智囊]가 조상에게로 갔습니다.”

 

 

사마의가 말했다.

 

“조상은 환범과 소원(疏遠)하고, 환범이 지혜가 있다해도

 

조상은 작은 콩에 연연하는 굼뜬 말(駑馬戀短豆)과 같으니

 

필시 환범을 제대로 쓰진 못할 것이오.

 

- < 진서 > 선제기 -

 

 

 

 

환범이 남쪽으로 가 조상을 만나고,

 

조상 형제에게 천자를 모시고 허창으로 가서 군사들를 불러 스스로를 지키라고 권했다.

 

조상은 이를 의심하고 조희는 아무 말이 없었다.

 

 

환범이 말했다.

 

“돌아가는 사태가 분명하거늘, 경들은 책을 읽어 어디에 쓰려는 것이오?

 

지금 경들의 가문이 무너지게 되었소이다!”

 

 

둘 다 아무 대답이 없자 환범이 다시 조희에게 말했다

 

“대궐 남쪽에 경의 별영(別營)이 가까이 있고,

 

낙양전농의 치소가 도성 바깥에 있으니 마음대로 부릴 수 있소.

(환범이 이를 관리하는 대사농이므로)

 

 

지금 허창으로 간다면 다음날 저녁이면 도착할 것이고

 

허창 별고(別庫)에 있는 무기를 병사들에게 나누어 줄 만하오.

 

걱정스러운 것은 군량이지만 대사농의 인장이 제게 있습니다.”

 

 

조상 형제는 조용히 침묵한 채 환범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 < 위략 > -

 

 

 

조상은 밤중에 시중 허윤과 상서 진태를 보내 사마의[宣帝]의 의중을 살폈다.

 

사마의가 그의 과실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그에 관한 처벌은 면관(免官)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진태가 돌아와 조상에게 보고하고 상주문을 천자에게 올리도록 권했다.

 

또한 사마의는 조상이 신임하던 전중교위 윤대목을 보내

 

조상을 회유하게 하고 낙수(洛水)를 가리키며 맹세하니 조상이 이를 믿었다.

 

- < 진서 > 선제기 -

 

 

 

환범 등이 고금의 사례를 인용하며 백방으로 간언하고 설득했으나

 

조상은 끝내 따르지 않고 군대를 해산했다.

 

그리고 말하였다.

 

사마공은 정히 내 권력을 뺏고자 할 뿐이오.

 

내가 후(侯)로서 사저로 돌아간다면 나를 돈 많은 늙은이[富家翁]로는 살게 해줄 것이오.

 

 

이를 듣고 환범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조자단(조진)은 빼어난 인물이나 당신들 같은 형제를 낳았으니 송아지를 키웠을 뿐이오!

 

이제 경에게 연루되어 내 일족이 멸해지게 되었소이다!

 

- < 진서 > 선제기 + < 위씨춘추 > -

 

 

 

 

 

그렇게 조상은 사마씨와 반란군 3천명에게 나라를 뺏겼다.

 

조예가 죽은 지 정확히 10년 만의 일이다.

 

 

 

 

 

 

 

 

 

 

< 에필로그 1. >  맹세를 믿은 권력자의 말로

 

 

조상 형제가 집으로 돌아가자, 낙양현에 조칙이 내려져

 

백성 8백인을 뽑고 위부(尉部)에 명해 조상의 자택을 사방으로 포위했다.

 

각 모서리에는 높은 망루를 세우고 그 위에서 조상 형제의 거동을 감시했다.

 

 

조상이 청사로 돌아와 형제와 함께 의논하여 사마의에게 서신을 보냈다.

 

 

“비천한 저 조상은 두렵고 두렵습니다. 무상히 화를 초래했으니 마땅히 죽어야 할 목숨입니다.

 

이전에 가인(家人)을 보내 양식을 가져오게 했으나 지금까지 도착하지 않아

 

여러 날을 굶어 마른 곡식으로 아침저녁 끼니를 잇고 있습니다.”

 

- < 위말전 > -

 

 

 

 

얼마 후 담당관원[有司]이 황문 장당(조상에게 궁녀를 상납했던 관리)의 죄상을 아뢰고

 

아울러 조상이 하안 등과 함께 모반을 꾸민 일을 발고하니

 

이에 조상 형제와 그 일당인 하안, 정밀, 등양, 필궤, 이승, 환범 등을 체포하고 모두 주살하라 했다.

 

 

장제가 이를 듣고 사마의에게 말했다.

 

“조상의 부친인 조진의 공훈을 봐서라도, 제사를 잇지 못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사마의는 받아주지 않았다.

 

- < 진서 > 선제기 -

 

 

 

 

 

 

< 에필로그 2. >  인싸가 아싸인 척을 하면 쓰나

 

 

사마의가 조상 등을 치죄하는데 하안과 함께 했다.

 

하안은 필사적으로 조상 일당을 치죄하며 자신은 사면받기를 바랐다.

 

 

사마의가 말했다. “아직 부족하오.”

 

하안이 정밀, 등양 등 7족을 고하였다.

 

 

 그러자 사마의가 다시 말했다, “죄인은 모두 8족이오.”

 

 그러자 하안이 말했다. “저 하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마의가 말했다. “그렇소.”

 

이에 하안이 잡혀 들어갔다.

 

- < 위씨춘추 > -

 

 

 

 

 

 

 

 

< 에필로그 3. > 옳음(義)이란 무엇인가

 

 

조상이 파면되고 황제가 궁으로 돌아올 때 환범이 낙양 부교의 북쪽에 도착해 사마의를 만났는데

 

머리를 조아릴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사마의가 환범의 성(姓)을 부르며 말했다.

 

“아니 환대부(桓大夫)께서 어찌된 일이시오?”

 

거가(황제의 수레)가 입궁하고 조서를 내려 환범을 다시 관직에 복귀시켰다.

 

하지만 환범은 대궐로 나아가 사의를 표하고 회답을 기다렸다.

 

 

이때 사번(환범을 통과시켜준 수문장)이 홍려(鴻臚)에게 나아가 자수하고

 

환범의 일(사마의가 반역했다고 한 일)을 진술했다. 이에 사마의가 분노하여 말했다.

 

“환범이 다른 이를 반역자로 무고했으니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하오!”

 

담당관원이 말했다. “과율에 따르면, 그 죄를 거꾸로 물게 되어 있습니다.”

 

 

이에 환범을 체포했다.

 

이 때 관원이 매우 급하게 환범을 몰아치자 환범이 말했다.

 

“천천히 하라, 나 또한 의사(義士)다.”

 

그렇게 환범은 정위(廷尉:대법원장과 비슷)에게로 송치되었다.

 

- < 위략 > -

 

 

 

이에 조상, 조희, 조훈, 하안, 등양, 정밀, 필궤, 이승, 환범, 장당 등을 잡아들여

 

모두 주살하고 3족을 멸했다.

 

- < 삼국지 위서 > 조상전 -

 

 

 

 

 

 

 

 

 

 

2년 후, 251년 9월, 사마의가 사망하였다.

 

 

 

사마씨는 조상의 자격없는 권력을 비판하며 조상을 몰아냈으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공적없이 아버지의 후광으로 자리를 차지한

 

자격없는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게 되었다.

 

 

 

 

 

※ < 삼린이를 위한 삼국지용어 설명회 > 목록

 - [ 1편: 계륵과 양수 ]

 - [ 2-1편: 북벌, 출사표, 그리고 하후무 ]

 - [ 2-2편: 백미와 읍참마속 ]

 - [ 3편: 인생은 가후처럼(1부)][(2부)]

 - [ 4편: 반골과 자오곡 ]

 - [ 5편: 오하아몽과 괄목상대 ]

 - [ 6편: “료 라이라이!” ]

 - [ 7편: 칠종칠금과 만두 ]

 - [ 8편: 손제리와 이궁의 변 ]

 - [ 9편: 왕좌지재와 빈 찬합 ]

 - [ 10편: 진창성의 학소, 그리고 한신 ]

 - [ 11-1편: 추풍오장원 ]

 - [ 11-2편: 상방곡과 사공명 주생중달 ]

 - [ 12편: 꿀물과 호랑이(1부)][(2부)][(3부)]

 - [ 13-1편: 사마의와 조상, 그리고 흥세산 ]

 - [ 13-2편: 고평릉 사변 ]

 - [ 14편: 금범적과 담소자약 ]

 - [ 15편: “승상은 유부녀를 좋아해”]

댓글
뚜자서
04.18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또 하나의 대단원이 내려가는 이 느낌 너무 좋아요
병건하게 글쓴이
04.18
긴 글인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갈량에 사마의까지 마무리지으니 이제 홀가분하네요
간생이
04.19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주니 읽기 너무 좋잖슴
병건하게 글쓴이
04.20
정사가 기전체다보니 사건기록을 다 찾아보려면 좀 귀찮을 떄가 많아서 최대한 흐름대로 정리해볼까 했는데 잘 됐는진 모르겠네요 ㅋㅋㅋ
이렇게 크게 칭찬해 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호수동복실이돌격대
04.19
너무 재밌습니다 시간 날 때 처음부터 정주행 한 번 해야겠네요
병건하게 글쓴이
04.20
쓰다보니 변변찮은 글들이 쌓이게 되었는데 재밌어 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자국이민자
04.19
글 너무 잘쓰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병건하게 글쓴이
04.20
과찬이시네요. 재밌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침느님이병건
04.19
저 하안이 삼국지의 대단원을 연 하진 대장군의 손자인데 결국 그 손자가 삼국지의 승자라 할수있는 사마씨에게 처단되니 이보다 아이러니할수가 없지요..
병건하게 글쓴이
04.20
하안이 정말 캐릭터자체는 꽤나 매력적인거 같은데 어찌보면 늦게 꽃을 피고 금새 져버리니 더 안타깝기도 하드라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침느님이병건
04.20
하안 얘기하면 논어까지 나와야하니.. 어려운 캐릭터죠.. 하진대장군의 손자로서의 삶이 어뗐을까요? 정말 궁금하네요
@병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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