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중학교 시절 친구와 함께 자주 놀러가던 동네가 있었어요.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금방 한강으로 갈 수도 있었고 집에서 멀지 않고
근처에 맛집도 많아 일주일에 몇 번은 그 동네에서 놀곤 했었는데
이 일을 겪고나선 어쩔수없이 발길이 뜸해지더군요.
아무튼 그 날도 어김없이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강으로 가던 길이였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급하게 끄적인 약도입니다. 참고해주세요.

보시다시피 지하철역에서 내려 직진으로 쭉 가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신호등을 건너야 한강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옵니다.
친구와 즐겁게 무아지경으로 수다를 떨면서 신호등까지 가는 길에
계속 구급차에서 나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어요.
역 출구에서 나왔을 때부터인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일정한 음량의 소리였고 그 소리가 꽤 컸어요.
친구랑 저 둘 다 이야기 중 목소리를 높였었으니까요.
그러다 문득 어? 누가 죽었나? 라는 생각이 스쳤고 신호등 앞에 도착을 했어요.
파란불을 기다리는데 병원 방향에서 구급차가 오고 있었고
자연스레 구급차로 시선이 갔던 저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습니다.
제가 본건 구급차 위에 어떤 여자가 미동도 없이 쭈그리고 앉아있었어요.
잠깐이였지만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지도 않았고 하얀 옷도 흔들림이 없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지나간 구급차의 뒷 모습을 확인 할 용기도 안났고
주저앉아 숨만 쉬고 있었는데 같이 있던 친구가 움직임이 없길래 쳐다봤더니
그 자리에 서서 얼굴을 손으로 가린채 얼어있었어요.
둘 다 겨우 정신을 차린 후 서로 본 것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제가 먼저 소리를 지르고 주저앉은 후 친구도 그 구급차를 봤는데
저랑 똑같은 여자를 본거였어요.
근데 친구는 어쩐지 시선이 그 구급차에서 떨어지질 않더래요.
계속 그 구급차가 가는걸 보는데 그 여자도 고개를 돌려 친구를 쳐다봤다는거예요.
도로가 직진이니까 친구를 쳐다보려면 목이 옆으로 꺾여야하는데
정말 비정상적으로 목이 꺾인채로 계속 쳐다보더래요.
그래서 친구가 너무 무서워서 손으로 얼굴을 가린거였구요.
그리고 친구는 지하철 출구로 나왔을때부터 사이렌 소리가 들렸는데
저랑 똑같이 어? 누가 죽었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어디론가 출동을 가는건가 혹은
누군가 다쳤나 생각하는게 보통이지 않았을까..
왜 친구와 저는 누가 죽었나 라는 생각을 먼저 했을까
그리고 저희가 본건 무엇이였을까..
여전히 만나면 가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