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제가 어릴 때 겪었던 이상한 일 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생각보다 괴담이 많이 올라오지 않아서, 하나라도 늘려보고자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제가 겪었던 일 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좀 맹하게 생겨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나쁜 어른들이 많이 접근했습니다.
중학생 정도의 어린아이에게 이삿짐을 옮겨달라고 하질 않나, 차 고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지를 않나…
하지만 어떤 사건이 엄청 강력한 예방주사가 되어서 지금까지도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는 성격이 되어버렸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쯤이었습니다.
동네 청소년수련관에서 수영 수업을 마치고 돼지바를 까먹으면서 집에 가던 길이었죠.
동네 카센터를 지나가는데, 어느 키가 크고 말쑥한 할머니 한 분이 공업사 근처 슈퍼 아래에 있다가 불쑥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조금 왜곡되었을 수 있지만, 기억상 그 사람은 센치행 유바바의 얼굴과 라따뚜이의 미식가 안톤 이고의 몸뚱아리를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저에게 와서는 잠깐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따라와주겠냐고 물어보셨죠.
← 얘네 둘
순진한 주제에 마음은 여렸던 10살의 저는, 할머니가 도움이 필요하시다고 하니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어른으로 인정받은 것 같은, 으쓱한 기분도 들었죠. 할머니는 카센터 안쪽 골목 깊숙한 곳으로 저를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한 2~3분쯤 걸었을까, 어느 단독주택 앞에서 할머니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집 뒤쪽에 있는 작은 창고 쪽의 문을 여시더니 저를 불렀습니다.
저는 돼지바 나무막대기를 어디에다가 버릴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할머니의 손짓을 따라 그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죠.
창고 안은 약 4평 정도의 공간이 있었고, 바닥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혀 빈틈이 없는 하얀색이었죠.
그리고 제가 바라보는 바로 정면에는 하얀 병풍이 쳐져 있었고 그 앞에는 밥 한 공기에 놋숟가락이 꽂혀있었습니다.
친가 쪽에서 꾸준히 제사를 지내왔기 때문에 이 풍경이 장례식 내지는 제사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어린 나이이었음에도 이건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그 때 돌아본 할머니의 표정이 정말 생생할 정도로 기억납니다.
제가 아니라 저 너머의 그 4평짜리 방의 허공을 뭔가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로요.
눈에 초점이 없이 얼빠진 표정이 아직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네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뛰쳐나왔습니다.
처음 와본 골목이어서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골목을 돌면 그 할머니가 나타날까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죠.
마침내 익숙한 카센터가 보였을 때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돼지바 나무막대기와 수영용품을 담고 있던 가방은 어디엔가 집어던진 채로 말이죠.
멍하니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님을 뵈니 긴장이 풀리면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의 말로는 제가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부모님은 아직도 동네 못된 형들에게 두들겨 맞고 수영가방을 뺏긴 줄로만 알고 계십니다.
한 동안 수영장을 오갈 때 부모님도 같이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 할매는 저를 가지고 무엇을 할 생각이었을까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