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님 감사합니다.
2015년, 바야흐로 초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
우리 반 여자 아이들에게는 마법의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 한 단어로 아이들은 웃고, 울고, 소리를 지르고 눈을 가렸죠.
바로,
‘EXO’
이엑스오가 뭔데 그리 난리냐, 저는 멀찍이 바라만 봤습니다.
그나마 친했던 아이 하나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너는 누가 제일 좋아?”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엑소 중에 누가 제일 좋냐고오.“
“어… 난 그게 뭔지 모르는데…”
매일 아침 얼굴이름 매칭 시키기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도경수, 김종인, 오세훈을 알려줄게.”
그 날부터 입니다.
도경수에 빠져 허덕일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음악중심, 인기가요, 뮤직뱅크 매일을 돌려가며 봤습니다.
친구들과 돈을 모아 앨범 하나를 사서 한 쪽씩 나눠 갖기도 했습니다.
웃을 때 하트입술을 왜 이리 귀여운지, 목소리를 어쩜 이리 좋은지.
즐거울 것만 같던 날들이었죠.
그렇게 저는 도경수 빠순이로 4년을 살았습니다.
근데,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도경수가 군대를 들어간 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해본 적 없던 트위터를 깔아 건강히 갔다 오라며 글을 하나 올리고 바로 지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짐했죠.
그만 좋아해야겠다.
몇 해가 흘러 2023년이 되었습니다.
친구와 영화 ‘밀수’를 보러갔는데, 제 눈길을 사로 잡는 분이 계셨습니다.
어? 저 분? 침투부 …
박정민에 빠져버렸습니다.
스쳐 지나가며 본 침투부 영상들을 하루에 세 번씩, 매일 시청했습니다.
이전 나혼자산다에 나온 것들도, 책과 밤낮 라이브 녹화본까지.
있는 자료란 자료는 다 봤습니다.
청룡영화상인가요, 박정민 배우님께서 나오신다길래 찾아봤습니다.
근데 이게 누군가요, 익숙한 하트 입술, 동그란 얼굴.
도경수입니다.
그만 좋아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저는,
‘그’만 좋아하게되었습니다.
다시 다짐하게 만들어주신 박정민 배우님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럼에도 저는 구쭈왕국민으로써, 평생 국왕님을 모시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