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시절 꿈에 갇혔던 썰
저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 즉시 수면에 이상이 생깁니다. 가위에 눌리고, 블록버스터/아포칼립스 장르의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시달리다보니 현실과 꿈이 분간이 되지 않는 아침이 매일같이 반복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고3 수험생 시절에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보니 수면장애를 겪게되었습니다. 점점 신경이 예민해지고 날이 서게 되더라구요. 아침에 밥을 챙겨주시던 엄마께 밤새 꿨던 이상한 꿈들을 브리핑하곤 했는데... 나중엔 허무맹랑한 꿈썰만 반복되는 게 지치셨는지 힘들어하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
가위에 눌리는 것 정도는 처음 경험할 때야 무서웠지(엄마 방에 가서 잤어요..ㅋㅋㅋㅋ) 나중에는 도사가 됐습니다. 가위가 눌릴 것 같은 날은 이미 자려고 준비할 때부터 느낌이 옵니다. 약간의 비현실감과 붕 뜬 감각이 있다 싶으면 어김없이 가위에 눌리기 때문에 그런 날이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고, 지쳐서 기절하기 직전까지 깨어있다가 잠들었었죠.
나름의 가위에서 풀려나는 팁도 생겼습니다.
순간적으로 힘을 주어 몸을 빠르게 일으키듯 하면 가위에서 풀려납니다. (인셉션의 킥 같은 충격을 스스로 주는 겁니다ㅋㅋ) 가위에 눌리는 게 익숙해져도 여전히 기분은 더럽기 때문에 고조가 없는 잔잔한 음악을 귀에 꽂아 놓으면 잠 드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꿨던 꿈들은 참 다양했는데요, 루시드 드림이라고 불리는 자각몽을 꾸기도 했구요. 인센셥 마냥 꿈속의 꿈, 몽중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 꿈을 자각하게 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들었기에(루시드 드림이 유행하기도 했죠) 단순히 즐거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다르게 이상하게 어그러진 세상에 혼자 남겨진 감각은 참 생경하고 오싹하더군요. 언제 깰 수 있을지 감조차 오지않으니 더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전 자각몽을 꾸면 가위에서 풀려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빠르게 몸을 일으키듯 힘을 주면 침대에 누운채로 눈을 떴습니다. 왠진 모르지만 한 번 그러고 나면 기가 미친듯이 빨려요. 그리 유쾌하지 않죠.
어느날은 이상한 꿈을 꾸게 됐습니다. 처음엔 별 문제 없이 꿈 속에서 일상을 살고 있었죠. 집에서 챙겨서 일을 보러 밖에 나가 실내시장 같은 곳을 걷고 있었습니다. 채도가 -10 쯤으로 느껴지는 회색빛 시장을 목적없이 여기저기 걷다보니 어느순간부터 같은 곳을 돌고있더라구요. 그때 알아차렸죠. ‘아, 이거 꿈이구나.’ 그러고 보니 이런 시장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강하게 몸을 일으키니(아래부턴 킥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꿈에선 비현실적 요소들을 현실처럼 생각하게 되잖아요. 한 꿈에서 깨어난 후 다시 일상을 살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감지하면 또 꿈이구나, 하고 깨어나기를 반복하게 됐습니다. 너무너무 괴롭고 지치더라구요. 서너번 쯤 침대에서 깨기를 반복하다보니 죽을 것 같이 힘들어져 제발 그만하라고 속으로 미친듯이 빌었습니다.
다시 침대에서 깬 저는 안 되겠다 싶어서 가위에 눌렸을 때 즉시 일어나 으레 그랬듯 엠피쓰리를 찾으려 불을 켰습니다. 환해진 방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잠시 스위치 앞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천장을 쳐다봤습니다. 천장엔 잔뜩 꼬인 배기관들이 가득 깔려 있었습니다.
엄청 당황했죠. ‘뭐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버니 제 방 천장에 벽지가 떨어지고 있던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저게 저번부터 조금씩 떨어지더니 결국 다 벗겨져버렸구나.’ 라고 생각하니 우습더라구요. 피식 웃고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고있었습니다. 근데... 이상했습니다. 벽지가 떨어진다고 방 천장에 배기관이 드러날리가 없잖아요. ‘제발...’ 눈을 꾹 감고 킥을 했습니다.
환한 방, 침대 옆에 서있던 저는
어김없이 깜깜한 방 침대에서 눈을 떴습니다.
완전히 기진맥진이라 잠시 누운채로 심호흡을 했습니다. 가만히 누워서 감각해보니 드디어 몽중몽이 끝난 것 같더군요. 힘들게 몸을 일으켜 불을 켜려고 문 앞에 섰습니다. 스위치에 손을 얹으려는데 문 바깥에서 웬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거실에서 티비 소리 같은 게 넘어오는데 가끔 동생들이 새벽에 티비를 몰래 보기도 해서 그러려니 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 꺼진 거실에 동생이 쇼파에 옆으로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안경을 끼지 않아 세상이 뿌얬지만 그정도는 보였습니다. ’뭐하냐ㅋㅋ’ 피식 웃으며 말했습니다. 동생이 저를 빤히 쳐다보더니 손을 흔들더라구요. 맥빠지는 반응에 웃고는 한번 더 ’빨리 자.’ 말 하며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문 앞 에서 불을 켜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더라구요. 뭐하냐고 물어봤을 때 제 동생들이라면 대답하거나 웃을 거거든요. 빤히 쳐다보다 인사하듯 손만 흔들던 리액션, 다시 생각해보니 둘 중에 어느 동생인지 특정이 되지 않던 무언가 낯선 실루엣, 아무리 안경을 끼지 않았더라도 이상하리만큼 분간되지 않던 이목구비... 닫힌 문 앞에서 그대로 얼음이 됐습니다.
이것마저 꿈이라면?
그대로 재차 킥을 했고 저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저는 끝나지 않는 굴레에 갇혀 절망에 빠졌고, 말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여기가 마지막이었어요. 천천히 일어나 불을 켜니 익숙한 감각이 돌아오고, 현실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이어폰을 끼고 늘 듣던 노래를 들으며 기절하듯 잠에 들었습니다.
그때 당시엔 다들 그렇게 산다 생각하고 힘듦을 그냥 감내했는데, 어리석었죠. 다행히 요즘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이 정도의 문제를 겪지는 않습니다..!
가끔 지인들에게만 풀던 썰을 침하하 횐님들께 공유할 수 있는 게시판이 생겨서 신기하다는 거시다ㅏ
뭔가 마무리가 이상하네요잉
횐님들은 잘 자고 잘 먹는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침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