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짧은 가위썰
중학교 때 반지하도 아니고 아예 지하에있는 집에 살았었음.
건물 자체는 층수가 낮은 빌라였고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매우 어두컴컴했으나
막상 집에 들어가면 정말 환하고 은근 넓고 사람이 살만한 따스한 집 느낌이었음.
낮에는 햇빛도 조금 들어와서, 몇 달 정도였지만 꽤 단란하고 평범하게 잘 살 수 있었음. 내 기억엔 그럼.
근데 어느 날 학교끝나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자는데, 가위를 눌리는 장소를 발견함.
귀신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귀에서 불쾌하게 시끄러운 잡음소리가 계속 났음.
초인적인 힘으로 고개를 옆으로 확 돌려서 가위에서 깨는 방법을 그때 처음 터득함.
그날은 와 이게 가위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며칠 뒤 다른 날에 또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낮잠에 들었고, 그때 가위에 눌렸던 때와 똑같은 위치에서 잠이 듦.
그리고 똑같이 가위에 눌림.
이상하고 신기해서 그 이후로 몇 번 실험을 해봄. 다른 위치에서 낮잠을 자보기도 하고. 머리 두는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근데 그렇게 실험해 본 결과, 다른 위치/방향에서는 가위를 안눌리는거임.
그렇게 또 며칠이 흘렀고, 학교끝나고 집에 와서
이제는 가위에 눌렸던 그 특정 방향과 자세로 자보기로 함. 그게 세번째 가위였던걸로 기억.
어김없이 가위에 눌렸는데, 그 기억이 좀 생생함.
가위에 눌릴 때 귀에서 잡음이 들린다고 했는데, 몸은 안움직여지니 눈만 굴려서 잡음의 근원지를 찾으려 했음.
근데 뭔가 옷가지들이 걸려있는 오픈형 옷걸이의 아래쪽에서 그 소리가 나는거같은거임.
그곳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귀에서 들리는 잡음이 더 커지기 시작했고, 이상하게 tv 노이즈같은 화면이 그곳에서 보이는 것 같았음.
그걸 인지하고 눈을 한번 깜빡였는데
누군가 내 발을 밑으로 죽- 잡아 끄는 느낌이 들면서
내 등허리에 차가운 바닥과 문지방이 닿는 느낌이 들었음.
내가 누워있던 방 안에서 방문 밖으로 끌려나와진거임. 방문은 열려있었으니 방문 문지방에 내 몸이 정확히 절반 걸쳐짐.
위치 상 내가 누워있던 자세 그대로 방문 밖으로 일직선으로 이동하는게 가능했음.
어 뭐야, 하고 상황을 인지하려던 찰나 다시 한번 눈을 깜빡이니 원래 누워있던 위치로 몸이 되돌아와있었고.
난 젖먹던 힘을 다해 고개를 오른쪽으로 팍 꺾어서 가위에서 깨어남.
그 등허리에 닿는 찬 바닥 느낌과, 문지방의 딱딱한 느낌이 너무 생생했음.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방문까지. 방문의 시트지까지.
그 이후로는 그 위치에서 다시 자려는 생각조차 안했고, 얼마 안있어 이사를 가게돼서 그 동네는 기억 속에만 남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