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가 있던 우리 할머니 이야기
나와 우리 할머니는 멀리 살지만 자주 통화를 하는 편이다
할머니는 항상 전화를 끊으실 때 우리 철수(가명) 사랑해, 라고 하신다.
내가 손자치고는 애교가 많은 편이어서 서로 그렇게 주고받는 인사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사랑한다는 말씀이 없고
“철수야, 전화번호부에 갑자기 네 이름이 안 보인다”
하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전화번호부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름이 자꾸 여러 개 보인다는 거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자기가 걱정 되어 못 떠나고 있다고 여기셨다.
나는 휴대폰이 고장 나서 그랬겠거니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아무래도 철수 걱정이 된다면서
내 이름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아버지를 통해 내 안부를 물으셨다
그러기를 반 년, 내가 할머니댁에 갔는데
무사히 도착할 줄 아셨다고 한다.
오늘은 네 이름이 잘 보였다면서
내가 할머니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전화번호부가 아니라 통화목록을 보고 계셨다.
출발한다고 전화를 드렸으니 당연히 내 이름이 떡하니 보였던 거다…
할머니는 혼자 사는 게 아주 적성에 맞는다면서 누구 따라가기 싫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전화를 받을 수 없는 할아버지께 자주 전화를 거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 이름만 여러 개 보였던 거다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할머니의 자부심을 건드리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다.
돈 많이 벌 테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호언장담 했던 때와는 달리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가 뜸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전화 한 통을 드리고
갑자기 예전에 겪었던 이야기가 떠올라 적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