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투병 수기가 실렸어요 -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박수받을 수 있던 날들
저가 작년에 암을 이겨냈던 침튜부 애청잔데요..
그 후로 꾸준히 암환자들을 위해 기부도 하고, 침하하에도 두어 번 기부로 글도 올렸었거든요.
이번에는 암환자들을 후원하는 단체에 제 이야기를 투병 수기 형식으로 기고를 했어요.
계간지(계절마다 한 번씩 발행되는 간행물) 형식의 잡지라서 ‘봄’ 호고, 그 중 두 페이지에 제 이야기가 실렸어요.
(혹시나 홍보처럼 비춰질 수 있으니 발행처 등은 언급하지 않을게요.)
투병 기간은 힘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한 시간이었고, 이 공간에서도 역시 따뜻한 마음 나눠주신 분들이 많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암환자들을 비롯해 나름의 고민과 걱정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위로의 글을 쓰고 싶었어요.
(왼쪽 아래 공백엔 원래 제 사진이 있었는데, 숨겼습니다…)
혹시나 이미지가 잘 안 보일까봐 글도 따로 남겨둘게요..!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박수받을 수 있었던 날들
2023년 7월 3일은 제 입영예정일이었어요.
공부를 오래 해서 늦은 나이에 입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3월부터 몸에 이상이 느껴졌어요.
병원 여러곳을 돌아다니다 6월 중순 무렵 림프종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고 부랴부랴 입영 연기 신청을 하고, 최종적으로 6월 30일에 호지킨림프종 2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어요.
그러니 결과적으로 입대 3일을 남겨두고 암을 발견한 셈이네요.
호지킨림프종은 5년 생존률이 꽤 높은 암이지만, 동시에 치료 과정이 매우 힘든 암이기도 해요.
저 역시 오롯이 그 과정을 다 견뎌내야만 했어요.
7월 중순부터 시작한 총 12회의 치료는 해가 바뀌고 2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무리되었어요.
중간중간 구토를 너무 심하게 해서 치료가 연기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래서 진지하게 완치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 포기하고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등장인물을 보며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내가 그 비현실적인 등장인물이 될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 위태로운 순간에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어요.
사람들을 대하는 게 서툴러서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사실은 다들 한 발자국 정도만 뒤로 물러서 있었고, 힘들었던 내가 손을 내미니까 기꺼이 잡아주었어요.
한 발자국이라는 그 거리는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거리면서, 동시에 내가 손을 내밀면 어렵지 않게 잡아줄 수 있는 거리였어요.
혼자였으면 이겨내지 못했을 텐데, 배려심 넘치는 그들 덕에 겨우 이겨낼 수 있었어요.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감사한 일이 너무 많았어요.
제가 20대 후반에 암을 진단받았는데요, 요즘 우리 사회에서 20대 후반이라는 나이대가 갖는 의미는 되게 초라하잖아요.
경쟁은 치열하고 문은 되게 좁아서 오랜 시간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하고, 어찌저찌 사회에 진입을 해도 초년생으로서 겪어야하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고,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력을 쌓아나가도 여전히 저년차거든요.
그러다보니 박수 받을 일, 칭찬 받을 일은 별로 없고, 되려 자존심은 내려놓고 내 잘못이 아님에도 고개를 숙여야하는 일들이 생겨요.
그렇게 초라한 나이대가 바로 사회진출을 앞두고 있는, 혹은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20대 후반인데요, 어째서인지 저에게는 다들 다르게 대해주셨어요.
사회도 사람들도 제겐 더 큰 관용을 베풀어 주었고, 더 많은 배려를 건네주었어요.
그렇게 잘 이겨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큰 격려를 받았고, 건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어요.
여전히 그게 참 감사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변하지 않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어요.
암 판정은 꽤 충격적이었고 또 좌절스럽기도 했지만,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내가 암 환자라는 변하지 않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절실하게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싶었어요.
겪게 되는 감정과 생각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고, 제 직업이 약사인데 약사로서 부끄럽지 않을만큼의 지식도 쌓고싶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기록했어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게 저의 제일 큰 무기가 되었네요.
요즘에는 서사가 곧 경쟁력이라고 하잖아요.
암에 걸린 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항암치료를 견뎌내고 암을 이겨내는 과정은 충분히 자랑스럽고 의미있었거든요.
원치는 않았지만 이 과정 모두 내 서사가 되었으니, 저는 계속 저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려해요.
나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일이 동시에 나를 더 경쟁력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곤, 진단 받을 땐 상상조차 하지 못했네요.
그러니 우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해요.
또 아프기 전의 날들을 떠올리기보단, 건강을 되찾고나서 다시 눈 앞에 펼쳐질 날들을 기대하기로 해요.
가장 행복한 날은 아직 오지 않았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오늘보다 나을 내일이 우릴 기다리고 있어요.
이겨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약해질 땐, 사랑이 우릴 지켜줄 거예요.
여러분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슬픔과 힘듦을 덜어가줄 거고, 여러분보다 앞장서서 여러분을 지켜줄 테니까요.
그렇게 속상하고 힘들어서 울게 될 날보다, 응원해주는 마음이 감사하고 벅차서 눈물 흘릴 날이 더 많을 거예요.
제 이야기 역시 여러분을 지켜주는 작은 마음이 되길 감히 바라요.
더없이 힘든 시간을 용감하게 견뎌내고 있는 여러분들을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다들 삶에 건강과 행복이 깃들길 바라요..!
따뜻한 마음 나눠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