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의 과학 영화에 대한 주관적 해석(스압주의)
안녕하세요. 과학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1인 으로서,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해보려 합니다.
제가 모든 유튜브나 사설들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가 겹칠 수 있으니, 어디 까지나 재미로만 읽어주세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
-놀란 감독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는 마치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5가지 감정 단계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이 단계는 반드시 순서대로만 진행 되는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1.부정(Denial)
2.분노(Anger)
3.협상(Bargaining)
4.우울(Depression)
5.수용(Acceptance)
이 다섯 단계의 감정 중, 놀란 감독이 영화로 만든 감정은 세가지 입니다.
인터스텔라-부정(Denial), 테넷-분노(Anger), 오펜하이머-우울(Depression) 이며, 하나하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지금부터 편하게 글을 쓰기 위해, 조금은 편한 문체를 사용 하겠습니다.
*강스포 주의*

1.인터스텔라-부정(Denial)
인류애와 사랑이 넘치는 영화에 무슨 부정??? 같은 생각을 하겠지?
나 역시 인터스텔라가 개봉할 당시(2014년)만 하더라도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 감상평은 희망에 가깝다고 생각했어.
황폐화된 지구에서도 인류는 반드시 해답을 찾을 것이고, 사랑은 열쇠가 될 거라고 믿었지.
그리고 아직도 인터스텔라는 그 믿음을 아름답게 표현한 좋은 영화 였다고 생각해


영화 내용을 조금 알아보자면, 지구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환경이 되었어.
남은 인류에게 선택지는 두가지 뿐이였지. ‘지구에서 죽던가, 지구를 떠나던가’
아마 평범한 재난물 영화 였다면,
부자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날 계획을 했을 테고
주인공 가족은 여러 고난과 역경을 헤쳐가며 그 우주선에 탑승하는 이야기가 전개 됐을 테지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만들게 돼
바로 웜홀의 등장으로 말이지
공간이 유연하게 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웜홀이 토성 고리에 나타난 거지
웜홀 너머에는 인간이 거주 할 만한 행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 했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중력 방정식(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방정식)이 필요 했어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태운 거대한 우주선이 날아갈 방법은 중력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거든

불가능에 가까운 방정식은 인공지능 컴퓨터 타스와 조셉 쿠퍼가
직접 블랙홀로 들어가, 딸인 머피 쿠퍼에게 모스 부호로 알려줘.
서로 다른 시간과 차원에 존재하는 둘이지만, 중력자는 차원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중력으로 시계 초침을 변화시켜, 방정식을 알려줄 수 있었어
(초끈이론에 따르면, 모든 입자는 브레인 이라는 일종의 막에 끈 양 끝이 연결되어 있지만, 중력자는 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어
브레인을 넘나들 수 있다고 해)

결국 인류는 거대한 우주선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설 수 있게 되었지.
차원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중력자 만이 아니라, 사랑 또한 시공간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해피엔딩 이였어.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가 어째서 부정이라는 감정이라는 걸까?
그건 이 영화가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 있다고 느낄 때 만든 영화였기 때문이야.
인류의 멸망을 점치기엔 인류라는 역사가 보여준 기적이 너무 많거든

이때 까지 우린 답을 찾을 것 이라고 믿었어.
놀란 감독도 믿었고, 나도 믿었고, 우리 모두 믿고 있었지
그렇기 때문에 중력 방정식이라는 허구의 방정식이, 웜홀 이라는 이론만 있는 현상이, 인류가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 모든 것들이 기적처럼 인류를 구하는 영화라고 해도, 우린 그것을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거야.
왜냐하면 우린 답을 찾을 거라고 믿으니까.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나온 이 시점에서 바라본 이 믿음이
말기 암 환자가, 사랑과 초능력으로 완치 되길 바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 뿐일까?
-부정(Denial)
내가 이 영화를 부정의 감정으로 뽑은 이유야.
우리는 아직 인류의 죽음을 받아 들이지 못 했던 거지
그렇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었고, 믿었던 게 아닐까

2.테넷-분노(Anger)
테넷에는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레밍들 처럼, 파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인류에 대한 분노가 담겼어
영화 내내 멋진 연출과 신박한 아이디어들이 가득 하지만, 그 속에서는 비명이 들리는 듯 했지


간단히 줄거리를 말하자면, 미래의 인류가 인간 때문에 황폐화 된 지구에서 살아가기 힘들어지자
그 원인인 과거의 인류를 공격하기 시작해.
인버전 이라는 가상의 장치를 통해 미래에서 과거로 무기, 물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말이지
한마디로, 테러 단체를 후원해서 과거 인류의 머릿수를 좀 줄여보겠다~ 이말이야~
이유?
그야 과거 인류가 좀 죽으면 지구도 건강 할 테고, 그러면 미래 인류도 좀 살만 하지 않겠어?
어라? 근데 좀 이상한데…?
다중 우주론 관점에서 본다면 과거 인류가 죽는 시점에서 분기점이 생길 것이고,
미래 인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 그저 다른 우주의 인류를 아무 이유 없이 전멸 시킨 종족이 될 뿐이지
그렇다면 하나의 질서 정연한 우주일 경우 어떨까?
과거의 인류가 죽는 순간 미래의 인류도 모두 없는 것이 될 테지
태어나지도 못했을 테니까 말이야.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도 득 될게 없는 방식을 미래 인류는 왜…?
혹시 먼 미래에 정말 이디오크러쉬 라도 발생 하는 걸까!?

포르노 스타 대통령의 과거 인류 말살 대책이 아니고서야
상식적으로 이해 되지 않는 상황을 왜 만든 걸까?
정답은 영화 안에서 설명 해주고 있어


설마 했던 이디오크러쉬가 진짜라니!?
그리고 이 장면이야 말로 감독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이 영화는 엔트로피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
아니 사실은 엔트로피보다 중요한 사실은 엔트로피가 열역학(고전 역학) 법칙이라는 것이지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의 법칙은 뉴턴의 운동법칙에 확률적인 논리를 적용하여 얻어진 ‘부차적’법칙 이라는 점이야
그리고 뉴턴의 운동 법칙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고 있어

쉽게 설명 하자면, 엔트로피는 시간의 방향과 관계 없이 증가한다는 뜻이야.
우리가 흔히 ‘시간이 지나간다’ 라고 느끼는 모든 현상들은 사실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 인데
시간의 방향이 반대가 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시간이 거꾸로 가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지
그렇기 때문에 테넷에서 인버전을 할 경우 나만 빼고 모든것이 거꾸로 흘러가는 듯한 모습을 보는 거지
실제로는 위 그래프의 [시나리오2]의 형태로 진행 되는 것일 테지만 말이야
결론적으로 놀란 감독은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
미래 인류가 과거 인류를 죽이려는 모습과
과거 인류가 미래 인류를 죽이려는 모습은
고전 역학적 시선으로 완벽하게 똑같은 행동이라는 것이지


우리가 멍청하다고 비웃었던 미래 인류가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이야

[다큐멘터리 영화 씨스피라시(2021년) 에서는 인류가 이대로 어업 활동을 유지 할 시 2048년 바다가 죽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분노(Anger)
인간은 왜 과거,현재,미래를 구분하고 남일 처럼 생각하는 것인가?
미래가 없으면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테넷에는 그런 분노가 담겨 있다고 느껴져. 특히나 권력자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영화야

3.오펜하이머-우울(Depression)
마치 역사 속 그 자리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영화 였어
과학자들의 열기 마저 느껴지던 현장감 속에서 오펜하이머의 감정이 필터 없이 전해지는 느낌은
정말 새로운 경험 이였지.
내가 오펜하이머가 된 것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지만, 내가 느낀 것이 정말 오펜하이머의 감정인지
아니면 영화가 만들어낸 오펜하이머의 감정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그저 감독의 감정을 느낀 건지도 모르겠어.

영화의 줄거리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흘러가고 있어.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완벽한 시간 순은 아니야
커다란 흐름 속에서 그의 대비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섞어가며 보여주기 시작해
초반부터 사과에 독을 넣는 치졸한 모습으로, 범부만도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가 그 다음에는 천재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무뚝뚝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
시간의 흐름보다 오펜하이머라는 인간의 다각면을 보여주는데 노력한 연출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런 대비 효과 중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대비가 있었는데
바로 트리니티 실험의 성공 했을때의 모습과

일본의 원폭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의 모습이야
두 장면 모두 성공의 대한 축하와 환호 였지만, 위에 보이는것 처럼 그가 느끼는 감정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어
과연 오펜하이머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처음 영화를 보는 동안은 그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느꼈어. 하지만 영화 후반에 이와 같은 연출이 한번 더 등장 하게 돼.

화면은 마치 핵폭탄이 터진것 처럼 밝아지기 시작하고,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지
그리고 계속되는 압박 속에서 마침내 인정 하고야 말았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연쇄 폭발이 일어났음을 말이야
화면이 흔들리는 연출은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던게 아닐까?
연쇄 폭발은 이미 떠나버린 화살과도 같지만, 화살과는 다르게 모든 것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이였어
이때 느끼는 인간의 감정은 무력감에 가까울 수 밖에 없겠지
그리고 다시 트리니티 실험을 생각해보면, 실험에 성공했다는 만족감과 동시에 인간의 기술력 한계를 넘어선
전능감 까지 느꼈을거라고 생각해

전능감과 무력감
그 사이에서 그는 끝 없는 우울함을 느끼게 돼
20만명이 넘는 죽음에 대한 죄책감도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는 당장의 20만명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거야
마치 트리니티 실험에서 시작 된 핵분열이 조금씩, 조금씩 연쇄 반응을 하며 더 큰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겠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연쇄 반응이 시작 됐다고 생각해
그 끝이 핵전쟁 일지, 기후 변화 일지 모르겠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이 멈추지 않고 이대로 나아간다면 그 끝에 더 이상 인류는 없을 거야

사람들은 연어와 감자 샐러드를 대접하며
축사와 함께 메달을 주겠죠
그러곤 다 용서 한다며 등을 두드리겠지
하지만 잊지 마요
주인공은 당신이 아니고
그들이라는 거
-영화 오펜하이머 中-

-우울(Depression)
테넷 에서 느꼈던 권력자에 대한 분노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결국 그들에 의해 결정되는 무기력함을
한번 더 느끼게 하면서 이 영화는 우울함 속에 끝이 나버렸다.
지금까지 주관적인 해석 이였습니다.
좀 억지로 끼워 맞추기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억지 쓰는 재미도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