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궁금한게 있습니다
23.01.06
·
조회 524
좀 전에 과학의 발전을 늦추는 방법(https://rootsofprogress.org/szilard-on-slowing-science) 이라는 글을 읽었는데요,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학자들은 연구할때 펀딩을 받기 위해 지원서를 내지 않습니까? 그 중 몇몇 연구팀만 펀딩을 받고요.
이러면 과학자들이 성공할 것 같거나 성과를 확실히 낼 것 같은 주제만 파게 되고, 처음에는 과학적 성과가 쏟아지겠지만 곧 과학이 메말라가고 오히려 발전이 늦춰진다는게 글의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패션이라고 글에서는 말합니다. 패션을 따르는 과학자들은 펀딩을 받고, 패션을 따르지 않는 과학자들은 곧 패션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질문들은,
- 이런 패션이 존재하나요? 또는 경험해 보셨나요?
- 각 분야별 패션이 궁금합니다. 어떤 연구주제가 핫한가요?
- 패션이 존재한다면 실제로 과학적 발전이 늦춰진다고 생각하시는지, 실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편하신대로 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치즈모치
23.01.06
전부다 균형이 중요한 거죠. 성과를 내기 쉬운 주제만 연구해도 안되고 오로지 미래만 보는 주제만 보는 연구를 해서도 안되고.
다행히도 사람마다 각자 흥미가 있는 부분이 다르고 펀딩도 어디는 가까운 미래를 보고 어디는 먼 미래를 보고 할테니 균형이 맞을 테구요.
일시적인 불균형은 분명 생길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미래를 보는 사람이 있는 한 큰 문제라고 생각되진 않네요.
뽁뽁이아저씨
23.01.06
우리나라가 특히 심하죠. 과학기술이라고 묶어서 부르고 부서도 묶여있는것 부터 과학을 실제 쓸모가 있는것 즉 돈이 되는것을 연구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반영된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받는 가장 흔한 질문이 그래서 이거 해서 어디에 써요? 이기 때문에 과학자들 스스로도 이거 하면 어디 써먹을 수 있을까 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고 대중으로 부터 지원을 받는 과학자로써도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학문적 연구가 넓게 뒷받침 되어야 실용적인 기술의 발전도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인지가 어느정도는 있어서 학문적인 연구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뽁뽁이아저씨
23.01.06
대표적인 예로 IBS라는 기초과학연구원이 있습니다. 물론 이 연구원도 우리나라도 노벨상 한 번 받아보자 라는 순수하지만은 않은 의도에서 탄생하긴 했지만 흔히 말하는 돈 안되는 연구에 많은 지원을 하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연구원입니다. 여기서도 논문 점수라던지 압박이 없진 않지만 대학이나 다른 연구원에 비해서 압박이 낮은편일 뿐만아니라 지원이 있다는게 어디겠어요. 그리고 과학자들은 주펄님처럼 쾌락주의자들이 많아서 자기가 궁금한건 어떻게든 연구를 안하고는 못배깁니다. 과학의 유행에 장단이 있어서 유행으로 인해 과학의 발전이 늦춰진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뽁뽁이아저씨
23.01.06
저는 고체물리 분야를 연구하는데요. 대부분 반도체를 연구합니다. 돈이 되니까요. 돈이 된다는게 과학자들이 돈을 번다는건 아니고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더 성능좋고 값싼 반도체를 만드는 연구를 많이 하구요. 베터리 연구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딥러닝 같은 단어 넣어주면 잘 팔리구요. 양자컴퓨팅도 연구가 최근 꽤 많아졌습니다.
@뽁뽁이아저씨
뽁뽁이아저씨
23.01.06
소재로 보면 수년 전까지는 그래핀이 슈퍼스타였구요. 그래핀이 나오고 부터는 2차원 물질들을 많이 연구하더라구요. 그래핀을 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서 연구할게 안 남은 다음에는 TMDC도 많이 연구하구요. 저희 분야는 그렇습니다.
강동구30년주민
23.01.06
그런 식의 bottom-up 방식은 펀딩 규모가 top-down 방식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그래서 보통 top-down 과제를 따는게 우선이고 위 글과 같은 방식은 차선책이죠.
저런 식으로 펀딩만 받으며 연명하는 연구실은 극히 적으니 성공할 것 같은 주제만 연구해서 과학계의 발전이 더뎌질거란 건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강동구30년주민
23.01.06
또한, 성공하기 쉬운 연구만 하는 참사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과제 호흡을 연 단위에서 단계 단위(2~3년)으로 변경해서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올해부터 개정되었고, 연구결과가 실패로 떠도 연구비를 물어줄 필요는 없게 하는 제도도 있어서 조금 더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주었죠.
강동구30년주민
23.01.06
Top-down 방식에서도 어느 정도 패션이 형성될 순 있죠. 과기부(요즘에는 뭐라하더라...)에서 연구 주제들을 던지면 기재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줄지 아닐지 결정하거든요. 결국 그 아저씨들 입맛에 따라 예를 들어 어떤 연도에는 인공지능 쪽에서 돈 많이 주는 과제가 쏟아져 나올 수 있겠죠.
그렇지만 지금까지 경험적으로는 그런 쏠림이 몇 년을 걸쳐서 이어지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강동구30년주민
공력민수
23.01.06
네. 존재하구요, 발전을 늦추는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을 가속시키는 면도 있지만요. 결국 핫한거, 될거같은거 한다는 뜻이라서요
쭈들쭈들
23.01.06
아직 종사까지는 아니구 천문 지망생인데요. 주제가 핫하다면 선행 연구와 쏟아지는 연구 내용들이 많은 반면, 많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레드오션인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찾아볼게 많다는 장점과, 경쟁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연구된 적이 없는 주제거나, 정말 참신한 주제라면 그 주제에 대해 선구자가 될 수 있으나, 그걸 개척해나가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교수님들이 얘기해주셨습니다. 물론 지금 교수님 되신 분들은 그 당시에 선구자였던 경우가 많아서 그런 얘기를 해주신 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
rgmq19
23.01.06
네 심합니다.
포닥과 조교수 사이 (팀 구성하고 인건비 지급 가능)의 Fellow인데
각급 공시 뜰때마다 RFP ㅈㄴ 많이 써봤습니다.
위 IBS 언급하신 분이나 탑다운 바틈업 언급하신 분들 말마따나
몇몇 Buzz word 껴있어야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막 쓸 수 있는 펀딩이 있고 (극단적으로 가면 KAIST 싱귤러리티 프로페서)
경쟁 공개입찰의 개가 돼야하는 펀딩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결국 신임 교원들은 “유행하는” 연구에 어떻게든 끼워맞춰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rgmq19
23.01.06
미국에서 포닥 시절 잘나갔어도
한국오면 교수들이 90%는 전부 논문 퍼포먼스 꺾입니다.
반면 포닥 동료들은 미국에서 자리잡은애들 보면 계속 올라갑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걔네도 돈 쫓아서 다 사기업으로 갑니다 요새.
뭔 놈의 쓰라는 ㅈ같은 문서 천지에,
님 말대로 유행 맞추고, 연차별 계획서 써서 기간 맞춰 연구하는 연구가 어딨을까요.
Small PI가 돼서 느끼는거는, 이 판은 답이 없고
그냥 연구자가 아니라 글짓기하고 셀링하는 외판원이라는 겁니다.
rgmq19
23.01.06
가끔 연구실에 의대생들 와서 연구하고 싶다고 하면
그냥 하지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피부과, 정형외과 가고 페이닥터 하라고 적극 조언 중입니다.
학부생들도 전부 MDEET 쳐서 의치대 가라고 합니다.
자기소개서에 연구 열심히할 것 처럼 쓰고 나중에 통수치고 돈 잘주는 과 전문의하라고 합니다.
근시일에 조교수 부임해도 가서 펀딩부터 생각하니까 대가리 터질거 같고,
대학원생 뽑을 자신도 없네요.
rgmq19
23.01.06
사실 한국은 교육 방식이나, 여러 문화적인 특성상 일본이랑 그나마 직선비교가 가능합니다.
다만 일본은 장인정신으로 소위 “오타쿠 연구” 하는게 그래도 제도적으로 가능한 곳입니다.
단적으로 노벨상부터 보이죠. 세상 어느 국가가 해파리 단백질 평생동안 연구하게 해줍니까.
그 해파리 단백질 정말 아주 요긴하게 쓰입니다.
줄기세포 GOAT 야마나카 신야 선생이 한국인이었으면 노벨상 수상자가 아니라
고려프라임정형외과 원장이셨을 겁니다.
rgmq19
23.01.06
그리고 그 “인기있는 연구 주제” 조차 패스트 팔로워 한다고
막상 후발주자 베스트가 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냥 적당히 분야 이름값 높은 저널 내고, citation 50~200회 정도 받으면 성공한겁니다.
몇몇 분야 빼고는 이렇게 유행 잘타서 이름값있는 논문 적시에 내는
소위 ”논문 IF 헌터“가 실상 과학 발전에 이바지 한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뿌듯맨
23.01.06
있습니다. 지원금을 랩실 교수가 잘 땡겨오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교수는 자금 땡겨오는 게 별로인데 옆 랩실은 자금이 풍족해서 이런 저런 실험기구 들여오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튼.. 쉽지 않아요
🚀궤도사령부(궤도) 전체글
궤도님 빛의속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당
7
올타임 레전드였던 지구과학쌤 썰
6
시험지를 날려서 채점하면 어떤 시험지가 유리할까요?
5
궤도민수님 사랑합니다
3
킹받는 연애과학 너무 재밌어요
2
안될과학 굳즈
3
거인들은 왜 느린가요?
19
고추의 매운맛은 껍질에 있을까? 씨앗에 있을까?
4
여러분들께 과제를 하나 내드리겠습니다. 관상의 과학 (궤도님 포함)
12
행성 최초촬영과 최신촬영
6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빌려온 뇌피셜)
2
질문] 수평선이 둥글게(호 모양) 보이는 이유
12
대혜성이 2년만에 또 왔었네요!
2
전은지 교수님
2
양자역학에서 불확정성의 원리란? (스압주의)
17
현재글
과학 연구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궁금한게 있습니다
16
질문)내가 하면 불륜 남이 하면 로맨스
19
질문)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생각 정리 겸 작성해 봅니다.
9
실제로 할 수 있을까요?
20
외계인에 관해서 궁금한게 있습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