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대학원과 여타 이공계 대학원의 차이
제가 수학과 대학원 생활을 한지도 벌써 7년차가 되걸랑요? (석사 2년 + 박사 5년차)
근데 제 주변의 과/공학 계열 대학원생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엥? 우리는 안 그런데?” 싶은 점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수학과가 다른 이공계 계통의 대학원과 어떻게 다른지 좀 이야기해볼까합니다.
1. 실험실
수학과는 실험실이 없습니다. 애초에 실험을 하는 학과가 아니기 때문에.
덕분에 출퇴근이 필수가 아닙니다. 물론 수업을 가르치거나 듣거나, 아니면 교수를 만나러 가거나 할 때는 출근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연구를 꼭 캠퍼스에서만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래봤자, 논문 찾고, 책 읽고, 증명 써내려가다가, 계산하고 하는 건데, 컴퓨터 한 대면 어디서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도 해도 되고, 카페가서도 해도 되고 등 장소의 제약이 없습니다. 개꿀임.
2. 펀딩 규모
펀딩 규모가 대신 굉장히 작습니다. 실험실도 없고 연구 장비도 없기 때문입니다.
수학과에게 연구에 필요한 것은 노트북, 교과서, 펜, 종이가 전부입니다.
노트북이야 뭐 대개 다 소유하고 있고, 교과서도 학교 데이터베이스로 대개 조회가 가능하니, 펜과 종이만 제공하면 됩니다.
덕분에 수학과는 펀딩 규모가 작습니다. 물론 나름의 장점도 있는데, 장점은 연구의 방향을 얼마든 틀 수 있다는 겁니다.
실험 계획을 설계하고, 필요한 예산을 가늠하고 그럴 필요 없지요. 그냥 이 연구하다 막히면, 다른 연구 할 수 있습니다.
3. 지도교수와의 관계
수학과 대학원생은 거진 100% 조교로 일합니다.
수학 수업은 대부분의 이공계 학생들이 필수로 듣기 때문에 수강생이 많거든요. 수학과 대학원생을 모두 조교로 고용해야 그 학생들을 담당할 수 있을까 말까 합니다.
덕분에 지도교수는 대학원생의 고용과 노동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지도교수는 본인의 연구를 하고, 제가 하는 연구에 방향을 제시하고, 논문에 첨언을 하는 정도입니다.
지도교수가 지도를 했다 해도, 같이 쓴 것이 아니라면, 온전히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제 첫 논문은 지도교수와 같이 써서 공동저자 논문으로, 두번째 논문은 지도교수의 지도는 받지만 혼자 썼기에 단독저자 논문으로 되어있습니다.
지도교수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연구를 하면서 지도학생의 연구를 도와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학생을 막 쪼거나 다그치지 않습니다.
(사바사겠지만) 학생이 안 찾아오면 얼씨구나 좋구나 하면서 자기 일에 더 집중합니다. 덕분에 오히려 학생이 교수를 술래잡기 하는 진풍경이 종종 연출됩니다.
수학과 대학원 녹취록
A: 야, 내 지도교수 못 봤냐?
B: 방금 1층에서 마주침. 퇴근하시는거 같던데? (오후 1시)
A: 아 젠장
4. 저자
수학 연구는 대개 저자의 수가 5명을 넘기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대개 단독 연구 뿐이었지만, 최근 4~50년 사이에 공동 연구 학풍이 많이 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의 논문이 1~3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모두 제 1 저자로 올리는 전통이 있습니다.
물론 이름 순서도 중요한 사안일 수는 있는데, 많은 경우 그냥 알파벳 순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BPR13 이라는 논문 코드는 각각 성씨의 이니셜이 B, P, R인 수학자 3명이 2013년도에 쓴 논문이라는 뜻입니다.
이 셋은 똑같이 공로를 가져갑니다. B가 앞인 이유는 단순이 성씨가 B이기 때문입니다.
이상 제가 7년간 대학원생 생활 하면서 다른과 대학원생 생활 이야기를 줏어들으며 쓴 기록입니다. 반박시 님 말이 맞잖슴~
수학 질문/수학과 대학원 질문/수학 연구 질문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럼 비타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