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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는 못푼다는 과일 문제 해설

정수론민수
22.12.04
·
조회 8894

들어가기에 앞서) 이거 나는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누군가가 궤령부에 이 문제를 올려버렸더군. 당신들의 호기심이 이 거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거야.

 

먼저 사과를 a, 바나나를 b, 파인애플을 c라고 치환하고, 양변에 (a+b)(a+c)(b+c)를 곱하면

 

a(a+b)(a+c) + b(a+b)(b+c) + c(a+c)(b+c) = 4(a+b)(a+c)(b+c)가 됩니다. 이를 잘 쪼물락(?)대면

 

a^3+b^3+c^3 - 3(a^2b+ab^2+a^2c+ac^2+b^2c+bc^2) - 5abc = 0 이라는 식이 됩니다. (이 식을 식 (1)이라고 합시다.)

 

이 식을 만족하는 a,b,c가 모두 자연수인 해를 찾아야 합니다.

 

이 식에 대한 몇 가지 관찰을 해보면

  1. 총 3개의 변수가 있다.
  2. 모든 항들의 차수가 같으며, 그 차수는 3이다. (이를 동차다항식이라 부른다.)
  3. 만약 a에 1, b에 -1, c에 0을 대입하면 식을 만족한다. (물론 a,b,c 모두 자연수인 값을 찾는 것이므로, 이 값은 답이 될 수 없다.)

 

여기까지 본 대수기하학자 + 타원곡선학자들은 바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방정식으로 정의된 공간은 뭐지? 변수가 3개지만 동차다항식(Homogeneous Polynomial)으로 전체 공간은 2차원 사영공간(Projective Space)이면 충분하겠지? 즉 방정식 하나로 정의되어있으니, 이 방정식이 정의하는 공간은 1차원이겠군! 어랍쇼, 거기에 차수는 3이잖아? 이러면 종수(genus, 차돌짬뽕 아님)는 종수-차수 정리에 따라 1이 되는데. 게다가 이를 만족하는 유리수 해 (1,-1,0)도 있잖아?! 그럼 이건 더도 볼 것도 없이 타원곡선이다!

 

네 맞습니다. 우린 타원곡선에 당도하게 됩니다. (제 전공분야입니다 예에에에~!!)

 

모든 타원 곡선은 y^2 = x^3 + Ax^2 + Bx + C 라는 꼴(바이어스트라스 형식)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위의 식에서도 a, b, c를 도 x, y로 적절히 치환하면 이렇게 변환이 가능한데, 그 방식이란

 

a = (56-x+y)/(56-14x), b = (56-x-y)/(56-14x), c = (-28-6x)/(28-7x) 입니다. (이를 식 (2)이라고 합시다.)

 

저가요… 어떻게 했냐면요, 수학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했답니다. MAGMA나 SAGE가 이런 연산은 끝내주게 잘합니다. (근데 저는 코딩알못이라 여기서 이미 나가리입니다.)

 

그렇게 치환하면 y^2 = x^3 + 109x^2 + 224x 라는 타원곡선이 나옵니다. 이 타원곡선을 편의상 E라고 할게요.

 

자 그렇다면 이 타원곡선 E의 유리수해 (x,y)를 찾기 시작하면 됩니다. 왜냐?! 그 유리수해 x,y를 위의 식 (2)에 대입하면 a, b, c 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한 a, b, c 역시 유리수입니다. 왜냐하면 유리수의 합, 차, 곱, 비는 여전히 유리수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주어진 식은 동차다항식이었죠? 만악 (a,b,c)가 어느 동차다항식의 해가 된다면, d가 어떤 자연수든간에 (da, db, dc)역시 이 동차다항식의 해가 됩니다. 각 항의 차수가 모두 3차로 일치하기 때문에, a,b,c 각각에 d가 곱해지는 것은, 전체 식에 d^3을 곱하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입니다.

 

식 (1)에 (da, db, dc)를 대입하면 

(da)^3+(db)^3+(dc)^3 - 3((da)^2(db)+(da)(db)^2+(da)^2(dc)+(da)(dc)^2+(db)^2(dc)+(db)(dc)^2) - 5(da)(db)(dc) = 0 가 되는데

모든 항들이 d^3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양변에 d^3을 나눔으로서 다시 원래 식 (1)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a,b,c)가 유리수해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 분모의 최소공배수 d를 모두 곱해버림으로서 정수해 (da,db,dc)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은 문제는 유리수해 (a,b,c)를 찾되, a,b,c가 모두 양수인 해를 찾는 방법이군요.

 

그런데 타원곡선의 유리수해는 굉장히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이냐?!

 

바로 유리수해끼리 연산을 취해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리수해끼리의 덧셈을 정의할 수 있는데, 이러면 또다른 새로운 유리수해가 나옵니다.

 

좀 더 쉬운 비유를 들자면, 자연수 1과 덧셈을 이용하면 1+1, 1+1+1과 같이 새로운 자연수 2와 3을 생성해낼 수 있는 것처럼

 

타원곡선의 유리수해 역시 덧셈으로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더하기가 아닌 특별한 연산을 취해 새로운 유리수해들을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즉 유리수해를 하나만이라도 발견한다면, 그 것을 P로 둔다면, P+P, P+P+P, … 를 해줌으로서 더 많은 유리수해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P를 n번 ‘더한’ 것을 nP라고 표기하곤 합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지만, 대개 타원곡선 E의 유리수해들의 구조를 E(Q)로 표기하는데, Mordell-Weil theorem에 의해 E(Q) 는 finitely generated abelian group입니다. 만약 위에서 찾은 P가 꼬임부(torsion part)에 해당하는 원소라면, P를 더하다가 원하는 해도 찾지 못한채 항등원에 도달하는 참사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Mazur's theorem에 의해 E(Q)의 꼬임부가 가질 수 있는 형태가 총 15개밖에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임의의 유리수해 P가 있을 때 2P, 3P, …, 12P까지 E(Q)의 identity element가 아니라면, 이 P는 free part가 non-trivial 하다고 보셔도 좋고, 얼마든지 스스로 더해 무한히 많은 유리수해를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유리수해 찾기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 x = -100, y = 240이라는 E의 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P라고 두고

 

앞서 말했던 것 처럼, 2P, 3P, …를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P의 x, y값을 식 (2)에 넣었을 때 나오는 a,b,c가 모두 양수인가? 아니라면, 2P를 구한다.

 

2P의 x, y값을 식 (2)에 넣었을 때 나오는 a,b,c가 모두 양수인가? 아니라면, 3P를 구한다.

 

이를 반복해본 결과 정말 감사하게도!! 9P만에 a,b,c가 모두 양수인 해가 나왔습니다.

 

9P의 x값은 -66202368404229585264842409883878874707453676645038225/13514400292716288512070907945002943352692578000406921

 

y값은 58800835157308083307376751727347181330085672850296730351871748713307988700611210/1571068668597978434556364707291896268838086945430031322196754390420280407346469

 

이를 식 (2)에 대입한 뒤, 분모부의 최소공배수를 곱해주면 우리가 원하던 값이 나옵니다. 그 값이 바로

 

a=154476802108746166441951315019919837485664325669565431700026634898253202035277999,  
b=36875131794129999827197811565225474825492979968971970996283137471637224634055579,  
c=4373612677928697257861252602371390152816537558161613618621437993378423467772036 

 

이죠.

 

물론 이 값이 가장 작은 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의 문제입니다. 저한테 물어봐도 몰라요.

 

어쨌든 굉장히 심오한 현대수학이 필요하고, 그 해답을 구하는 과정은 괴상망측하게 어렵다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댓글
주펄떡
22.12.04
BEST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0163979213-af751uyd8t7.png
쓸만한구쭈
22.12.05
BEST
그 누군가입니다!
아 완벽 이해했습니다?
그나저나 당신의 지적능력 멋있습니다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0169720030-3xb8dcpz8ji.gif
우마왕
22.12.05
BEST
사과 바나나 파인애플새끼들 순진한 체 하고 있더니 이면에는 악마 발꼬랑내를 숨기고 있었잖아?
물수제비퐁당
22.12.05
결론이 답이 없다인가요? 아니면 답이 있긴한데 엄청 길다인가요? 미리 문송합니다.
김밥김열장이라계속만들게돼
22.12.05
과학민수야 도와줘~~~
메미리
22.12.05
기대하면서 내렸는데 숫자를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뜨끈한장칼국수
22.12.05
나는 95%에 속하는 사람이었잖슴~~~!
짤렉산드리아
22.12.05
몇년전에 이 문제 처음보고 연습장에 3시간동안 풀다 포기했는데 개질알이었잖슴~!!
내 3시간 돌려줘잉
준빈나라통신사
22.12.05
비만 알면 된다는 생각에 변수 하나는 그냥 1로 두고 a, b로만 표현해서 어떻게든 정리해보려고 했었는데... 결국에는 타원곡선을 먼저 떠올리고 특수한 변환을 거쳐서 식을 써야했군요. 고등학교에서 멈춰버린 수학지식으로는 택도 없었네요...
그림좋아하는게뭐가어때서
22.12.06
이걸 보니 지금 과학만 커뮤니케이터가 있어서 될 일이 아닌거 같네요... 일반인으로서 과학에 대해 느낀 거리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수학은 아예 저랑 다른 차원의 얘기 같아요. 이걸 과연 산수정도만 아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방법이 있긴 있을까요....?
Grothendieck
22.12.06
타원곡선의 문제로 치환하는 도입부가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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