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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는 못푼다는 과일 문제 해설

정수론민수
22.12.04
·
조회 8901

들어가기에 앞서) 이거 나는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누군가가 궤령부에 이 문제를 올려버렸더군. 당신들의 호기심이 이 거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거야.

 

먼저 사과를 a, 바나나를 b, 파인애플을 c라고 치환하고, 양변에 (a+b)(a+c)(b+c)를 곱하면

 

a(a+b)(a+c) + b(a+b)(b+c) + c(a+c)(b+c) = 4(a+b)(a+c)(b+c)가 됩니다. 이를 잘 쪼물락(?)대면

 

a^3+b^3+c^3 - 3(a^2b+ab^2+a^2c+ac^2+b^2c+bc^2) - 5abc = 0 이라는 식이 됩니다. (이 식을 식 (1)이라고 합시다.)

 

이 식을 만족하는 a,b,c가 모두 자연수인 해를 찾아야 합니다.

 

이 식에 대한 몇 가지 관찰을 해보면

  1. 총 3개의 변수가 있다.
  2. 모든 항들의 차수가 같으며, 그 차수는 3이다. (이를 동차다항식이라 부른다.)
  3. 만약 a에 1, b에 -1, c에 0을 대입하면 식을 만족한다. (물론 a,b,c 모두 자연수인 값을 찾는 것이므로, 이 값은 답이 될 수 없다.)

 

여기까지 본 대수기하학자 + 타원곡선학자들은 바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방정식으로 정의된 공간은 뭐지? 변수가 3개지만 동차다항식(Homogeneous Polynomial)으로 전체 공간은 2차원 사영공간(Projective Space)이면 충분하겠지? 즉 방정식 하나로 정의되어있으니, 이 방정식이 정의하는 공간은 1차원이겠군! 어랍쇼, 거기에 차수는 3이잖아? 이러면 종수(genus, 차돌짬뽕 아님)는 종수-차수 정리에 따라 1이 되는데. 게다가 이를 만족하는 유리수 해 (1,-1,0)도 있잖아?! 그럼 이건 더도 볼 것도 없이 타원곡선이다!

 

네 맞습니다. 우린 타원곡선에 당도하게 됩니다. (제 전공분야입니다 예에에에~!!)

 

모든 타원 곡선은 y^2 = x^3 + Ax^2 + Bx + C 라는 꼴(바이어스트라스 형식)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위의 식에서도 a, b, c를 도 x, y로 적절히 치환하면 이렇게 변환이 가능한데, 그 방식이란

 

a = (56-x+y)/(56-14x), b = (56-x-y)/(56-14x), c = (-28-6x)/(28-7x) 입니다. (이를 식 (2)이라고 합시다.)

 

저가요… 어떻게 했냐면요, 수학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했답니다. MAGMA나 SAGE가 이런 연산은 끝내주게 잘합니다. (근데 저는 코딩알못이라 여기서 이미 나가리입니다.)

 

그렇게 치환하면 y^2 = x^3 + 109x^2 + 224x 라는 타원곡선이 나옵니다. 이 타원곡선을 편의상 E라고 할게요.

 

자 그렇다면 이 타원곡선 E의 유리수해 (x,y)를 찾기 시작하면 됩니다. 왜냐?! 그 유리수해 x,y를 위의 식 (2)에 대입하면 a, b, c 값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한 a, b, c 역시 유리수입니다. 왜냐하면 유리수의 합, 차, 곱, 비는 여전히 유리수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주어진 식은 동차다항식이었죠? 만악 (a,b,c)가 어느 동차다항식의 해가 된다면, d가 어떤 자연수든간에 (da, db, dc)역시 이 동차다항식의 해가 됩니다. 각 항의 차수가 모두 3차로 일치하기 때문에, a,b,c 각각에 d가 곱해지는 것은, 전체 식에 d^3을 곱하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입니다.

 

식 (1)에 (da, db, dc)를 대입하면 

(da)^3+(db)^3+(dc)^3 - 3((da)^2(db)+(da)(db)^2+(da)^2(dc)+(da)(dc)^2+(db)^2(dc)+(db)(dc)^2) - 5(da)(db)(dc) = 0 가 되는데

모든 항들이 d^3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양변에 d^3을 나눔으로서 다시 원래 식 (1)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a,b,c)가 유리수해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 분모의 최소공배수 d를 모두 곱해버림으로서 정수해 (da,db,dc)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은 문제는 유리수해 (a,b,c)를 찾되, a,b,c가 모두 양수인 해를 찾는 방법이군요.

 

그런데 타원곡선의 유리수해는 굉장히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이냐?!

 

바로 유리수해끼리 연산을 취해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리수해끼리의 덧셈을 정의할 수 있는데, 이러면 또다른 새로운 유리수해가 나옵니다.

 

좀 더 쉬운 비유를 들자면, 자연수 1과 덧셈을 이용하면 1+1, 1+1+1과 같이 새로운 자연수 2와 3을 생성해낼 수 있는 것처럼

 

타원곡선의 유리수해 역시 덧셈으로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더하기가 아닌 특별한 연산을 취해 새로운 유리수해들을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즉 유리수해를 하나만이라도 발견한다면, 그 것을 P로 둔다면, P+P, P+P+P, … 를 해줌으로서 더 많은 유리수해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P를 n번 ‘더한’ 것을 nP라고 표기하곤 합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지만, 대개 타원곡선 E의 유리수해들의 구조를 E(Q)로 표기하는데, Mordell-Weil theorem에 의해 E(Q) 는 finitely generated abelian group입니다. 만약 위에서 찾은 P가 꼬임부(torsion part)에 해당하는 원소라면, P를 더하다가 원하는 해도 찾지 못한채 항등원에 도달하는 참사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Mazur's theorem에 의해 E(Q)의 꼬임부가 가질 수 있는 형태가 총 15개밖에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임의의 유리수해 P가 있을 때 2P, 3P, …, 12P까지 E(Q)의 identity element가 아니라면, 이 P는 free part가 non-trivial 하다고 보셔도 좋고, 얼마든지 스스로 더해 무한히 많은 유리수해를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유리수해 찾기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 x = -100, y = 240이라는 E의 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P라고 두고

 

앞서 말했던 것 처럼, 2P, 3P, …를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P의 x, y값을 식 (2)에 넣었을 때 나오는 a,b,c가 모두 양수인가? 아니라면, 2P를 구한다.

 

2P의 x, y값을 식 (2)에 넣었을 때 나오는 a,b,c가 모두 양수인가? 아니라면, 3P를 구한다.

 

이를 반복해본 결과 정말 감사하게도!! 9P만에 a,b,c가 모두 양수인 해가 나왔습니다.

 

9P의 x값은 -66202368404229585264842409883878874707453676645038225/13514400292716288512070907945002943352692578000406921

 

y값은 58800835157308083307376751727347181330085672850296730351871748713307988700611210/1571068668597978434556364707291896268838086945430031322196754390420280407346469

 

이를 식 (2)에 대입한 뒤, 분모부의 최소공배수를 곱해주면 우리가 원하던 값이 나옵니다. 그 값이 바로

 

a=154476802108746166441951315019919837485664325669565431700026634898253202035277999,  
b=36875131794129999827197811565225474825492979968971970996283137471637224634055579,  
c=4373612677928697257861252602371390152816537558161613618621437993378423467772036 

 

이죠.

 

물론 이 값이 가장 작은 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의 문제입니다. 저한테 물어봐도 몰라요.

 

어쨌든 굉장히 심오한 현대수학이 필요하고, 그 해답을 구하는 과정은 괴상망측하게 어렵다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댓글
주펄떡
22.12.04
BEST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0163979213-af751uyd8t7.png
쓸만한구쭈
22.12.05
BEST
그 누군가입니다!
아 완벽 이해했습니다?
그나저나 당신의 지적능력 멋있습니다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0169720030-3xb8dcpz8ji.gif
우마왕
22.12.05
BEST
사과 바나나 파인애플새끼들 순진한 체 하고 있더니 이면에는 악마 발꼬랑내를 숨기고 있었잖아?
지구평평설을믿는궤도
22.12.05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0171335662-f0y53ze3p0q.gif
침하하전문눈팅팀
22.12.05
아 나 진짜 알겠어!!!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0171620676-u6u8xyys4bf.jpg
굳병건
22.12.05
그래서 답이 뭔데 하고 쭉 내렸는데,
답은 안본걸로 하겠습니다...
대황갓청자
22.12.05
와 대박이네 (안 읽음)
여름이었다
22.12.05
종수형 도와줘
우원박시시
22.12.05
(대충 궤도 말 못알아듣는 병건이짤)
개구리
22.12.05
과일은 그냥 나 배고프라고 넣은거죠?
김호랭이
22.12.05
인정합니다
즐건하루병건하루
22.12.05
남은 사과, 바나나, 파인애플은 제작진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웃음을참지못하는병이있어요
22.12.05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70173664333-tafosn24k3.jpg
수학민수
22.12.05
이걸 진짜 해설을 올려버리시네 ㅋㅋㅋㅋ 궤령부 만세
Lutarez
22.12.05
이게 지옥이지
Tazdingo
22.12.05
아 ㅋㅋ 쉽네~ 다 이해했잖슴~(이해못함)
옾카페스타일
22.12.05
아 오케이~ 완전 이해했어(안함)
킹갓봉
22.12.05
십일만양병건
22.12.05
왜죠
튀김비둘기
22.12.05
이해함
퐉스침
22.12.05
하지만 어렵죠?
십일병건
22.12.05
아 나 이제 완전 이해했어(쭈펄님 톤)
네이버
22.12.05
김다미내꺼야
22.12.05
와 이제 완전 이해했어
병건하게침들갑
22.12.05
이거 아주 쉽게 푸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여백이 부족할 뿐입니다..ㅎ
개오줌아니오줌개
22.12.05
보호막을쓴꼬마로봇
22.12.05
네줄 읽다가 내렸는데요ㅋ 이런 수학 관련 글이나 문서들 볼때마다 궁금했던게
수학에서 말하는 '공간'이라는게 무슨 개념인가요...?
공간에 대한 글도 한번 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정수론민수 글쓴이
22.12.05
간단하게 설명하면 예컨대 y = x라는 식을 생각해봅시다. 그래프를 그리면 원점을 지나는 사선이 되지요? 이 직선을 y = x라는 식이 정의하는 '공간'이라고 부릅니다. y = x^2는 포물선이지요, 그 포물선을 y = x^2라는 식이 정의하는 공간이라고 부르지요. 직선이니 곡선이니를 공간이라고 부르는 게 조금 의아하게 들릴 수 있지만, 변수가 많으면, 방정식이 정의하는 공간은 3차원 4차원 혹은 그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보호막을쓴꼬마로봇
22.12.05
어..음... 그러면
특정한 방정식에서 도출되는 좌표들의 집합?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정수론민수
정수론민수 글쓴이
22.12.05
네네 정확합니다.
@보호막을쓴꼬마로봇
딜량도르
22.12.05
나 완전 이해했어 (이해못함)
LA침숭이
22.12.05
근데 문제에 (1,-1,0)을 넣어보니 성립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a+b)가 0이라 양변에 0을 곱하는 것이 되는 것 아닌가요?
이해해보려다 초반부터 막힌ㅠㅠ
정수론민수 글쓴이
22.12.05
원래의 식, 그러니까 a/(b+c) + b/(a+c) + c/(a+b) = 4에서는 a = -1, b = 1, c = 0을 대입하면 안됩니다. 그럴 경우 0으로 나누는 참사가 발생하지요. 하지만 해당 식에 (a+b)(a+c)(b+c)를 곱한 것엔 -1, 1, 0을 대입하면 성립합니다. 이 값을 넣어본 이유는 해당 식이 타원곡선임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타원곡선은 각 항의 차수가 3이며, 유리수 해를 적어도 한 개 이상 갖고 있는 다항식을 말합니다. 원래 처음 제시된 문제의 식은 타원곡선이 아닙니다. a, b, c를 각각 다른 두 변수의 합으로 나눈 것이므로 애초에 다항식이 아닙니다. (다항식은 변수로 나누는 것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변에 (a+b)(a+c)(b+c)를 곱해줌으로서, 분모에 변수가 없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다항식이 되었습니다. 또한 각 항의 차수가 3이지요. 덧붙여 -1, 1, 0이라는 각각이 유리수(더 나아가 정수)인 해가 존재합니다. 다항식, 차수 3, 유리수 해 존재함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하기 때문에 (a+b)(a+c)(b+c)를 곱해준 식은 타원곡선입니다.
즉 -1, 1, 0은 이 값이 원래의 식을 만족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선정한 값이 아니고, 이러한 해를 갖고 있으므로 이건 타원곡선이다 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해였습니다.
LA침숭이
22.12.05
감사합니당 이해했어요 타원곡선이라는 것이 타원과는 다른것이었군요...
앞에 다른 분이 음의 정수를 포함하면 간단한 답이 나온다고 하셔서 1, -1, 0이 답이 되는줄 알았습니다.
음의 정수를 포함하면 다르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정수론민수
정수론민수 글쓴이
22.12.05
음의 정수를 포함하면... 굳이 멀리까지 나가지 않고도 손으로 해볼 수 있습니다. a = 11, b = 9, c = -5 라는 해가 있군요. 물론 '모든 정수해를 구하고 싶다'라면, 앞서 말한 타원곡선 방식을 써야겠습니다만, 그냥 아무거나 하나만 찾겠다라면 더 쉬운 알고리즘도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LA침숭이
이왕건더기
22.12.05
뭐래
이병건강냉이사이에낀김가루
22.12.05
젊은꼰대
22.12.05
아 알지알지 이거 머피의 법칙인가 그거잔슴~
싯다운코메디
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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