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 팬픽

궤도님 오펜하이머 영화 설명하시는 것 보고 과학사에 대한 놀라움. 또는 멋짐이 되게 자극 받네요. 못 참아 글을 써봅니다. 오펜하이머씨에 대한 글은 아니에요.

 1905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 낮.

 창가로 새어나오는 빛이 가문비나무로 만든 책상 위의 먼지에 닿았다. 지루함에 턱을 괴고 있던 남자의 찌푸린 눈살에서 문득 아이가 바퀴달린 장난감에 굉장한 흥미를 보였을 때 반응과 같은 동공의 확장이 그의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보였다.

 먼지는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고, 끈적한 공기가 그 입자를 사로잡았지만 유유히 중력을 따라가는 것을 붙잡지는 못했다. 그 익숙하고도 매우 이질적인 광경을 보면서 그는 그의 인지와 상상력이 그의 몸을 집어삼키는 것을 느끼며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방 안 시계의 째깍째깍거리는 시간의 간격은 소리가 멀어지듯 점차 늘어져만 갔고, 공간은 그런 시간을 따라. 아니면 처음부터 마치 한 몸이었다는 듯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가는 듯 했다.

 시야는 고정되었지만 그의 몸짓은 그의 인지 안에서 이런 풍경에 대해 가볍게 떨고 있었으며 이 세상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먼지와 그것을 비추는 빛 한 가닥만이 그의 감각 속에 있었다.

매우 얇디 얇은 실 한 가닥. 하지만 그 실은 눈으로 쫓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서 생긴 '흔적' 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원래 그 '실'은 실이 아니어야했다. 사과가 싫어하던 과학자 한 명이 주장했던 것은 틀린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나의 직관은. 강한 느낌은 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는 분명 이 먼지에 부딫히는 이 빛은 입자여야만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인지는 먼지에서 점점 멀어져갔고 뇌에선 토를 하듯 심한 울렁거림이 두통을 유발했다. 다시 공간은 밝아졌고,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는 두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귀를 시끄럽게 했다.

이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나는 적당한 종이를 꺼내 도식과 수식. 그리고 약간의 설명을 하기 위한 가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식을 쓰는 순간순간 두통은 점차 나아졌고, 모든 게 명확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다른 사람들이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그의 등 뒤 모습은 아침과 같이 바빠보였고, 먼지는 이미 그의 손목시계에 내려앉아 있었던 후 였다.
 

사실 이런 거시적인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상적인 느낌에서 글을 써봤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렇게 재미있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