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글)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같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A와 B는 같다. 크기가 같다. 키가 같다. X같다.(응?) 등 ‘같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수학적으로 같다는 =을 사용해 표현합니다. =를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것과 오른쪽에 있는 것이 ‘완전히 일치’할 때 =를 넣지요… 그런데 과연 꼭 그럴까요?
2+3=5라는 식을 봅시다. 아마 초등학생 아이들도 이 식은 맞다고 할 것입니다. 2에다 3을 더하면 5가 되므로, 2 더하기 3은 5와 같습니다.
하지만 외계인에게 이걸 보여줬다고 합시다. 그는 2, 3, 5, +라는 기호를 처음 봤습니다. (=이라는 기호는 이해한다고 합시다.) 그는 2+3이라는 기호의 조합과 5라는 기호를 ‘같은 것’으로 볼까요? 아마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 반대로 그에게 5=5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5라는 기호의 뜻은 모르지만, 어쨌든 같은 기호가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있으니까요.
조금 수학적인 이야기를 해봅시다. 수학에서 무언가를 ‘같다’고 부르려면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할까요?
같음, 이른바 동치류(Equivalence class)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 A가 무엇이 되었든, A는 A 자신과 같아야 한다. (반사성)
- A가 B와 같다면, B는 A와 같아야 한다. (대칭성)
- A가 B와 같고, B가 C와 같다면, A는 C와 같아야 한다. (전이성)
만약 어떤 관계가 이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면, 이는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부등호 관계는 같음의 관계가 아닙니다.
부등호, <가 ‘동치류’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반사성과 대칭성을 만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A가 어떤 수든 A < A를 만족하지 않으며, A < B라고 가정할 때 B < A는 거짓이 되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전이성은 만족합니다.)
이러한 같음의 관계가 명확하게 보이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초등~중학교때 배우는 기하학이지요.
삼각형의 ‘합동’조건과 ‘닮음’조건이 있습니다.
합동이란 둘을 포개었을 때 완전히 같은 것을 합동이라 하고
닮음이란 하나를 비율에 맞게 늘렸을 때 다른 것과 합동이 되는 것을 닮음이라 합니다.
이들이 동치류인 것을 증명하기란 쉽습니다.
삼각형 A는 자기 자신과 합동이며,
A가 B와 합동이라면, B는 A와 합동이고 (A를 B에 포개냐, B를 A에 포개냐의 차이 뿐이니까)
A가 B와 합동이며 B가 C와 합동이면, A는 C와 합동이어야 할 것입니다. (셋 다 한번에 포개면 확인할 수 있다.)
닮음류도 비슷하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삼각형 A는 자기 자신과 닮아있으며 (비율 1로)
A가 B와 비율 x로 닮아있다면, B는 A와 비율 1/x로 닮아있을 것이고
A가 B와 비율 x로, B가 C와 비율 y로 닮아있다면, A는 C와 비율 xy로 닮아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기하학에서는 ‘포갰을 때 완전히 똑같아야만 진짜 같은거지! 합동이 원조 같음이야’ 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크기는 달라도 비율이 같으면 같다고 인정해주자, 닮음도 같음이야!’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 같은가를 ‘같음’이냐 라는 질문은 필연적으로 ‘무엇이 보존되느냐’라는 질문을 내뱉습니다.
합동 관계에는 무엇이 보존되느냐, 닮음 관계에는 무엇이 보존되느냐 등 말이죠.
A와 B가 합동이라면 둘은 포개었을 때 완전히 일치해야 합니다. 즉 각 변의 길이도, 각 각의 크기도, 삼각형의 넓이도 모두 일치합니다. 이러한 성질들이 ‘모두’ 보존됩니다.
하지만 A와 B가 닮음이라면, 각 변의 길이와 넓이가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각의 크기는 변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모든 삼각형은 같다’고 주장하는 파가 있다고 합시다. (이 새로운 ‘같음’역시 동치관계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같음은 무엇을 보존할까요? 내각의 합이라는 개념을 보존하겠지요. 삼각형이 제 아무리 달라도 그 내각의 합은 항상 180도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무엇을 같은 것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그들 같음 사이에는 어떠한 성질이 보존되는가?’라는 질문을 필연적으로 떠올리게 합니다. 이렇게 보존되는 성질을 수학에서는 불변량(invariant)이라고 하죠. 정말 중요한 개념입니다.
기하학으로 예를 들었으니 이렇게 마무리하죠. 초등학교 때 배운 기하학은 굉장히 엄밀한 같음의 기준을 듭니다. 합동만 같은거야, 닮음만 같은거야 등 말이죠. 하지만 그 반대의 끝도 있습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같은 것이라고 하자’라고 주장하는 분야가 있지요. 바로 위상수학입니다.
그들은 심지어 머그잔과 도넛 또한 같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머그잔을 조물조물 찰흙빚든 잘 빚으면 도넛이 되기 때문이지요.
위상수학에서는 이렇게 어설프고 관대하게 ‘같음’을 정의합니다. 이러한 같음을 ‘위상동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위상동형 아래에서도 여전히 보존되는 불변량이 존재합니다. 이 경우에는 구멍의 개수가 여전히 보존되는군요.
수학자들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낼 때마다 ‘어디까지 같은 것을 같은 것으로 할까’ 고민합니다. 같음의 조건을 너무 엄격하게 잡아도, 반대로 너무 루즈하게 잡아도 안됩니다. 어설픈 수학자가 정의한 ‘같음’은 이내 연구 대상이 고갈되어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통찰있는 수학자가 정의한 ‘같음’은 수학자들을 아득히 먼 곳으로 데려다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