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민수가 말하는 미생물이야기 - 항생제와 종류와 내성 이야기
안녕하세요 세균민수입니다. 연말 연초라 무진장 바쁜 게 거의 끝나고 이제 좀 여유가 있어서 다음 글을 써봅니다.
지금 세종기지 출장이 얼마 남아서 칠레에서 격리중이라 시간이 좀 여유롭거든요. 아마 13일 이후부터 2달 간은 남극에 있어서 다음 연재는 3월 이후가 될 것 같네요.
다만 해외라 그림 업로드가 어려워서 그림은 나중에 한국 돌아와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오늘 내용에서 항생제는 세균의 구성성분을 타겟으로 하여 제거하는 것을 항생제라고 하겠습니다.
죽이기만 하면 모조리 항생제라고 할 경우 비누나 락스, 빨간약도 항생제라고 이야기해야하는데 이건 항생보다는 소독에 가까운, 좀 더 큰 개념이기 때문이죠. 이런 친구들은 농도가 높을 경우 세균만 죽이진 않습니다.
물론 항생제 중에서는 별반 차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실제 병원이나 일상에서 쓸법한 항생제 이야기로 구성해봤습니다.
1. 항생제의 종류? - 항생 메카니즘과 클래스
항생제는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적기도 합니다.
이게 뭔 침소리냐 싶지만 쉽게 말해서 주요 메카니즘 항생제의 가짓수는 적고 파생 상품은 많습니다.
좋은 예로 가장 잘 알려진 “베타 락탐” 계열 항생제만 해도 그 아래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같은 또 다른 클래스가 있고, 각 클래스, 카바페넴 아래에는 이미페넴 메로페넴, 페니실린 아래에는 암피실린, 메티실린, 아목시실린 등 이렇게 다양하게 나뉘죠.
이런 클래스는 대부분 같은 항생 메카니즘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항생제 내성도 보통 이런 클래스에 어느정도 맞추어 나타나기 때문에 베타락탐에 강한 항생제 내성이 다른 베타락탐 클래스에도 저항성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주요 항생 메카니즘에 대해 알아보자면 아래의 녀석들입니다.
- 베타락탐 계열: 세균의 세포벽 합성 저해
-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세균의 단백질 합성 저해 1
- 클로람페니콜 계열: 세균의 단백질 합성 저해 2
-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세균의 단백질 합성 저해 3
- 마크로라이드 계열: 세균의 단백질 합성 저해 4
- 퀴놀론 계열: 세균의 DNA 합성 저해
- 그 외 계열: 설파제(설폰아마이드), 린코사마이드, 니트로푸란, 리팜피신, 반코마이신, 리네졸리드 등등..
이런 계열들마다 각자 고유의 메카니즘이 있습니다.
2. 왜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가? - 항생제의 메카니즘
항생제는 당연한 말이지만 세균을 죽입니다. 물론 세균'만' 죽이지는 않지만 대부분 세균을 죽이죠.
사람에게 쓰는데 세균과 사람을 둘 다 죽이면 그건 항생제가 아니라 그냥 독약이니까요.
그럼 어떻게 항생제는 세균만 골라 죽일 수가 있냐? 라고 하시면 이유는 아주 쉽습니다.
“세균에게만 있는 것"을 공격하면 세균만 죽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균 특유의 세포벽이나, 단백질 합성 리보솜 같은 것들이죠.
이것도 예시로 설명하죠. 세포벽이라는 건 식물과 세균에서 주로 보이는 세포막 외 껍질 구조 중 하나 입니다. 특히 세균의 세포벽은 펩티도글라이칸을 합성해서 만들어진 단단한 구조입니다. 즉 세균만 동식물과 달리 펩티도글라이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1. 세포벽을 공격하는 페니실린(베타락탐) 항생제:
베타락탐 링의 특수 구조(페니실린 내부의 네모구조)가 펩티도글라이칸의 연결을 끊어 합성을 저해하고 세포벽을 망가뜨려 세균을 죽인다.
즉, 펩티도글라이칸을 공격하는 화학물질은 세균에게 치명적이게 됩니다. 이 방면에서 잘 알려진 세포벽 합성 저해제가 베타락탐계열 항생제이죠.
다른 예로는 세균 특유의 단백질 합성 리보솜을 공격하는 화학물질도 있습니다. 위에서 보여준 아미노글리코사이드, 클로람페니콜 같은 녀석들입니다. 이 두 항생제는 같은 리보솜 단백질을 공격해도, 주요 화학물질구조가 달라 작용하는 위치가 다릅니다.
3. 왜 어떤 항생제는 세균을 못 죽이나? - 항생제의 저항 메카니즘
항생제가 많은 만큼 그에 대한 저항 메카니즘도 많습니다.
아래 몇가지 정도의 큰 계열의 메카니즘을 들 수 있죠.
- 항생제 자체를 분해하는 경우
- 항생제를 펌프로 퍼내는 경우
- 항생제가 작용하는 구조가 돌연변이로 변형된 경우
- 항생제가 없어질 때 까지 잠드는 경우
- 다른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주변에 있는 경우
첫번째로 항생제 자체를 분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경우는 베타락타마아제(beta lactamase)같은 겁니다. 그림 1에서 보이는 페니실린 중간에 네모난 특유의 베타락탐링을 공격하는 효소로 모든 베타락탐 계열은 이런 효소에 약합니다. 다만 개량된 베타락탐계열 항생제는 저런 효소에 또 내성을 갖고, 개량된 베타락타마아제는 그걸 또 뚫는 등 창과 방패의 대결이 펼쳐지는 저항 메카니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림 2. 항생제 펌프가 발달한 경우의 항생제 저항 구조
항생제를 세포 내에서 퍼내는 펌프가 많아져서 내성을 갖는 경우 이 경우 세포 안쪽에 작용하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다
두번째로는 항생제를 퍼내는 경우입니다. 그림 2 처럼 화학물질을 퍼나르는 펌프인, efflux펌프가 많아 항생제를 퍼내서 작용을 못하게 하는 거죠.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고, 있을 경우 많은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펌프의 에너지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이런 내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어떤 항생제가 세포벽만 공격하는 경우에는 대책이 없기도 하죠. 그리고 항생제 자체를 없애지 못해서 벌어지는 문제도 왕왕 발생합니다.
세번째는 항생제가 작용하는 구조가 변하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반코마이신 내성을 들 수 있죠. 반코마이신 내성의 경우 펩티도글라이칸을 공격하는 또 다른 항생제 계열인데, 반코마이신 내성균은 펩티도글라이칸 연결 구조가 변형된 경우의 내성입니다. 반코마이신이 작용해야할 곳을 딱 꼬집어 변화된 경우이기 때문에 반코마이신에만 특별히 강한 세균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이런 경우는 많은 종류의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지진 못하지만 특별한 항생제에 아주 강한 내성을 가지게 되죠.
네번째는 그냥 자는 경우입니다. 돌먼트, 퍼시스턴트, 등 부르는 명칭도 많은 이 상태는 세균이 그냥 외부 활동을 멈추고 겨울잠을 자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세균이 활동을 못하게되는 대신에 항생제도 역할을 못합니다. 그리고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그냥 기다리는거죠. 시간이 지나면 주변환경에서 항생제 농도가 줄어들거나 하면 깨어납니다. 즉, 생장을 포기하는 대신 좋은 상황이 올 때 까지 기다립니다. 그 외에도 포자와 같이 주변 환경에 강한 형태로 버티는 경우도 이런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다른 항생제 내성균 옆에 있는 겁니다. 생물막(biofilm)을 구성해서 항생제가 들어오지 못하는 외부구조(ECM)를 만들거나 자기는 항생제 분해효소를 생산 안하면서 남이 생산한 효소에 기생한다던가 하는 형태죠. 외부 구조를 만들면 안쪽은 영양분이 적어 살기 힘들어도 외부 공격으로부터는 안전해집니다. 다른 항생제 내성균에 기대는 경우는 잔류 항생제에 응징 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훌륭한 생존전략이기도 합니다. 힘이 많이 들거나 위험한건 다른 세균에게 외주로 맞겨버리고 자기는 살아남는거죠.
4. 마치며…
전반적으로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항생제 내성이란건 세균 입장에서도 양날의 검입니다. 효소를 생산한다거나 펌프를 생산한다던가, 이미 최적화된 구조를 바꾼다던가 하는 부분을 감내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거죠. 즉, 내성이 많으면 많을 수록 에너지를 소비하고, 생장속도에서 불이익을 얻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모든 항생제에 저항하는 슈퍼박테리아가 흔하지 않기도 하고 있어도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서 도태되어버립니다.
지극히 세균적인 관점에서는 주어진 환경에서 빨리 성장하는 것이 살아남는 최적의 길이고 환경이 항생제를 가지고 있느냐가 그 진화의 방향성을 결정하게 되는거죠.
따라서 어떤 환경이 조성되느냐에 따라 항생제 내성이 많아질수도 적어질수도 있습니다. 자연환경에 항생제가 많아질수록 세균들은 항생제 내성이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겁니다. 이런 상황들이 학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항생제의 오남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뭔가 항생제와 내성에 관한걸 간단히 쓰려고 했지만 두서가 없어졌네요.
다음에는 남극 다녀와서 극한 환경 미생물 관련 내용을 써보겠습니다. 저온이나 초고온 미생물, 사해 같은 소금이 많은 곳에 사는 미생물 같은 걸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