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내성적이지만 선생님들에게 좋은 학생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던 학생이라 수업 시간에 발표를 자주 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도덕 시간에 선생님께서 自(스스로 자)我(나 아)를 칠판에 쓰시고
‘이 한자가 무슨 한자인지 아는 사람~~?’ 하시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발표를 하고 싶어서 빠르게 한자를 확인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앞에 한자인 [스스로 자]는 확실했고 [나 아]는 확실하진 않지만
갑자기 생각난 한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知[알 지] 였습니다.
평소에는 발표하고 틀리면 창피하기 때문에 항상 신중하게 손을 들었었는데 그 날 따라 ‘틀리면 뭐 어때?’ 라는 위험한 생각이 저를 지배했고 저도 모르게 손을 들고는
(스스로 자)의 음인 ‘자’ (알 지)의 음인 ‘지’ 합쳐서 ‘자 X!’ 라고 당당하게 외쳐버렸습니다.
그 순간 제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졌던 정적이 흐르고 교실은 방금 전에 있던 정적이 무색하게 웃음 바다가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왜 웃지?’ ‘내가 틀려서 웃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의미를 이해했고 제 얼굴은 침착맨이 술을 먹고 관우맨이 됐을 때처럼 얼굴이 씨뻘게졌습니다.
선생님도 웃느라 수업은 한동안 진행이 불가했더랬죠. 쉬는 시간에는 여전히 웃는 친구들에게 ‘내가 왜 그랬지 허허’ 하고 머쓱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날 이후로 저는 좀 더 겸손하고 신중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때 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모두 웃게 만들었으니 착한 일을 한 게 아닐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