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상형문자와 고전 이집트어의 교육이 공교육에서 이루어져야 함에 대하여.
얼마 전 논설문 형식으로 써서 다른 데다 올렸던건데 지금 여기에다도 올립니다.
공교육에서의 한자교육에 대해서는, 한자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 사이의 갑론을박이 많다. 한국어의 어휘 중 과반 이상이 한자어임과, 반대로 국어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한글전용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했음이 이 두 의견의 주요 논지이다. 그러나 본 글에서는 첫째로는 공교육의 특징과 둘째로는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인재상,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문자사에서 상형문자가 가지는 의의를 통해 이집트 상형문자와 고전 이집트어의 교육이 필요함을 논증해 보고자 한다.
공교육의 가장 큰 의의는 지식의 보편화에 있다. 공교육의 제도가 자리잡지 못한 사회일수록 계층에 따른 지식의 편차가 커지는 경향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경향성은 실무적이지 않은, 추상적이거나 고차원적인 지식일수록 더 극단적으로 커진다. 조선의 예시를 들어 보자면, 농사나 육우 등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은 보편적으로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거나, 혹은 국가 단위로 보급하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성리학의 이기론과 같은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지식은 그러지 못한 채 지배층의 전유물로 남겨졌다. 이러한 지식의 불균형으로 인해 계층 이동이 어려웠기에, 법적으로는 양천제 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지배층인 양반이 군림할 수 있었고, 반상의 구분이 안정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만민이 평등한 공화정을 정치 체제로 내세운 현대 사회에서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회 계층 고착화를 막아야 할 당위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공교육을 통해 고차원적이거나 추상적인 지식을 다루게 된다. 이집트 상형문자와 고전 이집트어는 매우 고차원적이거나 추상적인 지식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공교육의 목적에 부합한다.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에서는 암기력보다 연상력의 중요성이 크다. 두뇌의 암기력은 두뇌 외부의 매체를 통해 보완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암기력이 아닌 연상력이다. 연상력이 부족하다면 구글링 키워드를 만들어낼 수가 없어서 개발 직종 등의 업무에서 매우 불리하다. 고전 이집트어와 그 언어를 표기하는 이집트 상형문자는 연상력을 키우는 데 매우 유리한 과목이 될 수 있다. 이는 고전 이집트어의 특징과 관계가 있다. 고전 이집트어의 어휘를 상형문자로 표기할 때, 단어 뒤에 발음과 무관한 특정 글자를 붙여 의미를 특정 범주로 한정시키거나, 특정 단어에서는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가 다른 단어에서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표기법을 학생들에게 어린 나이부터 학습시킴으로써 연상력을 키워 줄 수 있다.
상형문자는 쐐기문자와 더불어 문자사에서 처음으로 나온 문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이 문자사에서 가지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쐐기문자는 고대 서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으나 그 후대 문자를 남기지 못하고 대체되었다. 반면에 상형문자는 시나이문자로 파생된 이후 페니키아문자,그리스문자를 거쳐 로마 알파벳에 이르기까지 수많은파생 문자들을 낳았으며, 오늘날 사용되는 문자 체계 중 절대 다수의 기원은 상형문자이다. 상형문자를 배운다는 것은 상형문자의 파생 문자의 기원을 배우는 것의 기초를 닦아 줄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이 문자사를 배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이 공교육의 특징과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 그리고 문자사에서의 의미를 고려할 때, 고전 이집트어와 상형문자를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것의 당위성과 효용성이 입증된다. 따라서 한자 교육을 완전 폐지하고 고전 이집트어와 상형문자 교육을 도입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