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나라 얼음칼 절도사건
때는 서기 2000년,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를 좋아하는 초딩이 있었다.
당시 바람의나라는 특정 레벨이 되면 무료 체험기간이 끝났고, 다시 키우기를 반복했다. 단 한번이라도 월정액을 해서 금갑옷을 껴보고싶었던 초딩은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그 내용은 ‘바람의나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 뭐 이런거였던거로 기억한다. 부여랑 고구려가 어쩌구 저쩌구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울수 있으며 어쩌구저쩌구….
그 모습이 대견(?)했던지 부모님은 무려 29,700원짜리 월정액을 들어주셨다. 지금 물가로도 굉장히 비싼 비용이었다…
그렇게 내 도적 캐릭터 ‘청월진류’는 무럭무럭 커갔다.
내겐 로망 무기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얼음칼이었다.
얼음 99개를 모아가면 만들어줬던거로 기억한다.
우여곡절을 통해 결국 얼음칼 한자루를 얻었고 도사의 도움없이 전갈굴에서 마비를 걸며 투비사냥을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러던 어느날 어둠의 그림자가 찾아왔다. 내 얼음칼을 노리는 사기꾼이었다. 사기수법은 간단했다. 얼음칼을 복사해주겠다며 잠시 바닥에 떨어뜨려보라는 요구였다. 순진한 초딩은 그 말을 믿었다. 사기꾼의 뒤로 소환되었고, 사기꾼은 내 소중한 얼음칼을 ‘습~’ 하더니 사라졌다.
잠시 넋이 나간 초딩. 이내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접속을 끊고 엄마아빠 방으로 숨을 몰아쉬며 달려갔다. 그리곤 침대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그때 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두번다시 바람의나라 안해” 라고 말했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내 얼음칼 훔쳐간 사기꾼아
잘 살고있니?
씨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