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실바나스는 도대체 왜 그런거야? (스압)
[* 바쁘신 분들을 맨 아래 5줄요약으로]
와우의 새 확장팩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슬슬 방송에서도 와우언급이 늘어나면서
다시금 와우스토리에 관심이 생긴 분들도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주변 와우 한다는 사람들한테 “요즘 와우스토리는 어때?”하고 물으면,

대충 이런 식의 답변을 듣곤 했을거다.
물론 그 사람이 스토리에 딱히 관심이 없는 유저였을 수도 있으나,
진득하게 여러 와우저들에게 스토리에 대해 물어봐도 딱히 좋은 소린 못들으셨을 것이다.
아니 분명 예전엔 와우가 그렇게 스토리 맛집이라고 너도 당장 와우하라고 난리치던 친구들도 있었던거 같은데…
어째서 이리도 스토리에 대해 악평일색이 된 것일까?
이쯤에서 오늘의 주제인 ‘실바나스 사태’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이 글에 관심을 갖고 들어온 정도의 사람이라면 ‘낫띵호드’나 ‘좌바나스&우바나스’ 얘긴 어느 정도 들어보셨을 것이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게 왜 그렇게 ㅈ같았는지 간략히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군단때 측면좌 볼진이 죽고 실바가 대족장이 되었다.

뭐 얼탱이가 좀 없긴 했지만 실바가 워낙에 인기캐릭이다보니 이때만 해도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헌데 진짜 문제는 이 후 확장팩인 ‘격전의 아제로스’때부터였다.
대족장이 된 실바는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급발진을 하기 시작한다.

공식적인 전쟁선포 없이 얼라이언스를 기습하여 민간인을 대량학살하고 나이트엘프의 수도를 전소시켰으며,
제이나의 오빠 데렉 프라우드무어를 강제로 언데드로 부활시켜 볼모로 잡는 등,
이미 전기구이가 된 가로쉬가 돌아온거마냥 정신나간 전쟁범죄자의 행보를 보여준다.

근데 이 와중에 전쟁은 또 되지게 못해서 동부왕국에 있던 포세이큰의 모든 영토를 얼라이언스에게 뺏기며
호드의 국력은 박살나게 되고

이를 참지 못한 호드의 개국공신 바로크 싸울팽은 은퇴했던 그린 지쟈스 스랄까지 모셔와
목숨을 건 실바나스의 탄핵(막고라)를 진행하였는데…
실바나스가 싸울팽한테 칼 한 대 맞고는 느닷없이 한다는 말이

이거였다.
블리자드는 격전의 아제로스라는 확팩 내내 호드 유저들에게 아무런 선택권도 주지 않은 채
강제로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퀘스트를 직접 시켜왔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이런 저급한 홀로코스트 스토리를 유쾌해하는 유저들은 거의 없었고
그 때마다 게임사는 실바에겐 원대한 계획이 있으며 ‘이게 다 호드를 위한 일’이라고 씨부리고 넘기곤 했었다.

그런 식의 스토리 진행이 2년간 지속되었고 격아도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도 아무런 수습을 안 한 채 ‘너희는 낫띵이야!’로 모든 유저를 도발하며
확팩을 마무리지어 버리니, 스토리에 대한 여론은 회복불능급으로 박살나게 된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다음 확팩인 ‘어둠땅’에선 그래도 실바나스의 서사를 잘 마무리해주지 않을까 하는
아주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긴 했다.
특히 실바나스가 어둠땅의 최종보스인 ‘간수’ 밑에 들어가 있고, 레이드 보스로 나올 것이라는게 확정되면서
실바나스는 과연 ‘권선징악 vs 세탁’ 중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더욱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의 어둠땅 제작진들이 준비해놓은 결말은 바로, 거지같은 ‘좌바나스&우바나스’였다.
리치왕을 상징하던 검 서리한(프로스트몬)을 다들 들어보셨을 것이다.

워크래프트3에서 실바나스가 이 검에 의해 사망한 뒤 강제로 밴시가 된 사건은
와우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수준으로 유명한 이야기이다.
헌데 와우의 8번째 확팩 어둠땅이 돼서야 이 검에 새로운 설정이 붙게 되었는데,
이 검에 의해 죽게 되면 영혼이 반으로 쪼개져서 영혼의 절반을 검에게 뺏긴다는 것,
그리고 이 검의 주인은 리치왕이 아니라 사실 어둠땅의 최종보스 ‘간수’였다는 것으로 설정이 변경되었다.
즉, 미치광이 전쟁범죄자 실바나스는 그저 간수에게 영혼의 반쪽을 강탈당한 ‘반쪽짜리 실바나스’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약 5년의 세월동안 아무 명분도 없이 유저들에게 계속 의문을 남겼던 실바나스의 그 모든 악행들은,
“그건 좌바나스가 한 짓이에요! 원래 실바나스는 그렇지 않아요!”라는 말도 안되는 세탁질로 정리가 되었다.
... 라는게 바로 와우저들조차 대부분 잘못 알고 있는 일반적인 오해이다.
실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어둠땅(사후세계)의 최종보스 간수는 ‘나락’이라고 하는 곳에 갇혀 있었다.
(나락은 대충 사후세계의 유배지 같은 곳이다.)
간수가 이곳을 빠져 나오려면 아주 대량의 ‘령’이 필요했는데, ‘령’은 영혼에서 추출한 에너지같은 것이다.
즉, 령을 많이 모으려면 누군가가 사람을 잔뜩 죽여서 간수에게 보내줬어야 했다.
그래서 간수는 나스레짐(공포의 군주)들을 시켜 자신의 검인 서리한이 리치왕에게 ‘발견되도록’ 하였다.
그렇게 리치왕은 본인이 간수를 돕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서리한으로 수많은 생명들을 해쳤다.
이후 리치왕이 죽자 간수는 새로운 령 수급처가 필요했다.
그때 간수의 눈에 들어온게 실바나스였다.
간수는 마침 서리한 덕분에 실바나스 영혼의 반쪽을 가지고 있어,
실바나스를 세뇌시키거나 강제로 굴복시키기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실바나스에겐 아주 커다란 정신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실바나스의 남동생 ‘리라스 윈드러너’였다.
윈드러너는 세 자매로 유명하지만, 이들에겐 사실 늦둥이 남동생이 한 명 있었다.
윈드러너 세 자매가 군사적으로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것과 달리 남동생 리라스 윈드러너는 무력을 전혀 타고나지 못했다.
대신 리라스는 시와 노래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고, 아주 어려서부터 왕실이나 귀족이 주관하는 행사에 공연을 서곤 했다.
실바나스는 이런 남동생의 재능을 무척 소중하게 여겼고, 남동생만큼은 세 자매와 다르게 전쟁과 상관없는 삶을 살게 해주리라 다짐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아제로스에 오크들이 침공하여 2차 대전쟁이 일어나고 실버문에도 오크들이 쳐들어 왔다.
이 때 실바나스가 처음으로 순찰대 사령관 자리에 올라 군대를 지휘하게 되었는데,
오크들을 너무 쉽게 생각한 나머지 방심하여 양동작전에 걸려들게 되었고,
그 사이 오크들이 실버문을 습격하며, 남동생 리라스가 이 때 사망하게 된다.
이 일은 실바나스에게 평생의 죄책감으로 남게 되었다.
간수는 바로 이 점을 공략하여 실바나스를 세뇌하기 시작한다.
먼저 실바나스에게 접근한 뒤 사후세계인 어둠땅의 존재를 알려주고,
“너는 쌓아놓은 업보로 보아 걍 나락행 직행이야! 그럼 죽어서도 니 남동생 못 만나!”라며 실바나스를 속인다.
그리고 자신에게 령을 잔뜩 보내주면 자기가 나락에서 탈출하여 ‘태초의 존재 매장터’라는 곳에 갈 수 있고,
자기가 그 곳에서 어둠땅의 시스템을 바꾸고 생사의 경계를 무너뜨리게 되면,
실바나스가 남동생을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거라고 얘기한다.
이에 실바나스는
'내가 령을 보내기 위해 사람들을 잔뜩 죽여도
어차피 간수가 생사의 순환을 무너뜨리게 되면,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다 똑같애 지니깐
죽어도 걍 부활하는거나 다름 없자나?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앙?’
라고 이해하였고,
그 날부터 사람들을 열심히 대량학살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간수의 충직한 졸개로 살던 실바나스는 어느 날 간수에게 잡혀온 안두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안두인이 자신의 남동생과 굉장히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던 실바나스는 안두인이 간수에게 완전히 잠식된 모습을 보게 되었고,

영혼이 반쪽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세뇌에서 깨어나 간수를 공격하게 된다.

하지만 실바를 가볍게 격퇴한 간수는 더 이상 볼모로 쓸 수 없는 영혼의 반쪽을 실바에게 돌려주고,


더 확실한 볼모인 안두인만을 챙겨 ‘태초의 존재 매장터’로 향하게 된다.
그 후, 어둠땅 최종 레이드인 ‘태초의 존재 매장터’에서
유저들은 간수를 죽이고 안두인을 해방시키며 어둠땅 스토리가 마무리 된다.
아마 여기에 있는 내용을 처음보는 와우저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왜 어둠땅의 마무리가 ‘좌바나스’로 알려지고 이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이 내용이 인게임에는 없고, 오직 ‘공식 소설’에만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블리자드는 많은 유저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요구해 온 ‘실바나스 급발진'에 대한 이유를
인게임으론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돈을 받고 소설로만 팔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게임으로만 스토리를 접하는 유저들은 이 내용들을 전혀 몰랐고,
유저들의 기억속엔 어둠땅이란 오로지 ‘좌바나스 세탁질’만 있는 더러운 스토리 망팩으로 남게 되어 버렸다.
물론 이 소설 내용 하나로 위에 써놓은 스토리상의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긴 하다.
스토리상 아다리는 이제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긴 했으나
“우리는 스컬지와 다르다! 우린 포세이큰이다!”를 외치며
자유의지와 전략의 중시하던 실바나스 캐릭터성은 크게 손상을 입고 말았다.
너무 큰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감이 있지만,
블리자드는 앞으론 유저들이 인게임만으로 모든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실제로 용군단부턴 위와 같은 방식의 소설출간은 안하고 있긴 하다.
그리고 이번 확팩 내부전쟁부터 시작되는 ‘월드 소울 사가’는 와우 세계관의 아버지 크리스 멧젠이 복귀하여 쓴다고 하니,
부디 다시 한번 좋은 스토리가 나오길 진심으로 기원해 보겠다.
[ 5줄 요약 ]
- 실바나스는 어린 나이에 죽은 남동생에 대해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음
- 간수는 이를 알아차리고 ‘넌 죽으면 나락행 확정이라, 죽어서도 동생 절대 못 만남 ㅅㄱ’라며 접근하여,
자신을 구출하면 생사의 순환을 무너뜨리고 어둠땅 시스템을 바꿔 동생을 만나게 해줄테니 령을 모아오라고 함
(이 협상에서 서리한에 깃들어있던 실바 영혼의 반쪽을 동원)
- 간수가 생사의 순환을 무너뜨리면 죽은 자나 산 자나 똑같아진다고 이해한 실바나스는 거리낌없이 대량학살을 하며 간수에게 령을 보냄
- 이 후, 간수에게 잡혀온 안두인을 만나보고 굉장히 자기 남동생과 닮았다고 생각한 실바나스는 점점 복잡한 감정을 느끼다가
결국 세뇌에서 깨어나 간수를 공격하게 되고 간수로부터 영혼의 반쪽을 돌려받게 됨
- 이 모든 이야기를 블리자드는 인게임에서 설명하지 않고 오직 소설책에만 설명해놔서 유저들의 혼란을 가중시킴
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