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기 3일차] 후시미이나리, 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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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돌아다닌 탓인지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을 다 가버렸다. 콘텐츠 소모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그래서 어디를 갈까 찾다가 후시미이나리에 가기로 했다. 그렇게 아침 일찍 향한 후시미아니리역. 일본에는 이런 소박한 전철 역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작지만 매력적인 역들 때문에 일본에는 철도 덕후들이 많은 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조금 가서 본 작은 건널목. 일본에서는 이런 건널목 감성을 자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철도를 따라 가까이 지어진 집도 많았는데 나같이 소리에 예민한 사람들은 소음 문제 때문에 힘들겠다. 감성은 있지만 조용히 살고 싶어요.


가다가 본 치이카와 모구모구. 교토의 특징을 담은 상품들을 파는 곳이었는데, 치이카와 인기가 인기인지라 줄이 있었다. 더 적어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더 많아져서 포기했다. 그래도 첫날에 이미 치이카와 랜드 가서 귀여운 거 샀으니 오케이입니다. 그리고 요즘 솔직히 말하면 먼작귀 애니 잘 안챙겨 봐요... 미안해 먼작귀들아.


강렬한 붉은 색이 인상적인 후시미이나리 신사. 역시나 사람들로 붐볐다. 전에 갔던 청수사와 달리,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이었다. 풍요를 상징하는 이나리 신을 모시는 신사라고 한다. 여러 세계 신화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신화에도 굉장히 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일본에 신사가 많은 것일까?

후시미이나리는 여우 신사라는 이명에 맞게 여우상이 많았다. 여우가 신의 권속이랬나. 그래서 주변에 여우 모양 기념품을 팔기도 했다. 여우 신사... 와! 원신! 여우상! 기억의 렌즈 아시는구나! 그래서 이 게임 원신 맞죠?


천 개의 토리이, 센본 토리이로 유명한 만큼, 길마다 무수히 많은 토리이가 세워져 있었다. 반대편에는 염원을 담아 세운 사람이나 단체의 이름이 적혀져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아무 의미도 모르는 그저 신비로운 글자들이겠지만, 일본 사람들한테는 정보 과잉일 것 같다.

중간중간 본 작은 사당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거의 등산을 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하는 등산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힘들었다. 중간에 앉지 말라고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다들 웃으면서 지나갔다. 귀여워 죽겠다. 나는 죽겠다.

정상!은 아니고 딱 산 중턱에서 본 풍경이다. 여기서 40분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랬는데, 더 무리하면 다음에 갈 곳을 못 즐길 것 같아서 중간에 하산했다. 또 날도 우중충해서 언제 비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여기서 만족했다.


점심은 라멘을 먹고 싶어서 라멘집으로 갔다. 여기는 약간 일본식 중식집 느낌이었다. 여기는 돈코츠는 안팔고 시오라멘이나 쇼유라멘만 팔았다. 쇼유라멘과 교자를 시키는데, 세트로 시키면 더 싸다고 해서 세트를 추천해주셨다. 일본인의 친절을 오늘도 느꼈다. 교자는 조금 이따 먹어서 그런지 바삭한 느낌은 덜했다. 속이 꽉찬 느낌은 아니고 촉촉한 느낌이었다. 쇼유라멘은 맛있었다! 먹는 사람에 따라 짜다고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여기 삶은 계란이 있었으면 딱 좋았을 것 같다.

근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밥을 먹고 나오니 완전 맑게 개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날 개고 나서 사진 찍을 걸!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 맑은 하늘이 다음 행선지에도 이어지도록.


이나리역 안녕.

역에서 내려 다음 행선지로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무서웠던 이상한 가게. 옆에는 무슨 마네킹이 주저 앉은 모습으로 있었는데 엄청 무서웠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원래는 마지막 날에 보려고 했던 도지로 향했다. 혼자 우뚝 서서 그런지 전날에 본 호칸지보다 더 웅장한 느낌이 드다. 또 주변 정원들이 잘 꾸며져 있어서 벚꽃이 필 때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사실 야간 개장을 할 때 가고 싶었는데 야간개장 하는 기간이 아니라 아쉽다. 주변은 개방되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받는다. 일본 문화재는 한국에 비해 뭔가 입장료가 비싼 듯하다. 생각해보니 이제 만25세 넘어서 고궁들 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으악!



주변에는 매화가 조금씩 펴 있었다. 매화말고도 본격적으로 봄이 되어서 나무들에 이파리가 자라면 풍경이 더욱 예뻤을 것 같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에서 매화꽃만이 주변을 꾸며주고 있을 뿐이었다. 괜히 사군자 중 하나가 아니다.


가까이서 본 목탑.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더 웅장했다. 야간 개장에 오면 확실히 더 이뻤을 듯. 그림자가 져서 목탑의 디테일이 잘 안보였다.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는데 주변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사진은 동아시아 젊은이들이 잘 찍는다고 주변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어르신 분들이 많으셨다. 마실 나오러 오시기 좋아서 그런 듯하다. 완전 도세권이네!


그리고 여러 문화재들이 있는 건물. 안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심지어 스케치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일본에는 이렇게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된 곳이 많아 주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웅장한 불상들이 많아서 볼 만했다. 그런데 사실 한국인들이 보기엔 특별할 건 없었다. 그래도 멋지긴 멋짐.

담 너머로 본 도지의 목탑.


잠깐 비온 뒤 버스 정류장



다음 행선지로 가기 전에 잠시 쉬러 들른 카페, 외국인 두 명과 같이 들어갔는데 외국인들이 일본어로 주문을 했다. 니혼고 죠즈데스네. 나는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을 시켰는데 사이폰으로 추출한 커피였다. 맛은 괜찮았다. 바 형식이라 여유롭게 앉아서 쉬기에는 맞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좋았음!

그렇게 다음으로 향한 곳은…?
-닌텐도 박물관 방문기로 이어집니다- https://chimhaha.net/food_trip/7000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