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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찾은 고향

이병건치이병헌
24.03.03
·
조회 687

한창 비가 내리더니 간만에 날이 말끔히 개어서

 

고향인 제주도 서귀포에 갔다왔습니다. 근데 사실 40분이면감 ㅋ

도심지 한 가운데 있는 정원인데, 희안하게 중앙에 매화나무들을 엄청 심어놨습니다.

 

공원을 따라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이렇게 천이 나옵니다.

 

공원을 한바퀴 가볍게 돌고 다시 주차장으로 가다보면

뜨거운 코트를 가를 수 있는 축구장과 농구장도 있는 좋은 곳입니다.

제가 살던 시절엔 이런게 아예 없던 삭막한 도시였는데 감개무량합니다

 

주차장쪽으로 나오면 저렇게 정면에 눈쌓인 한라산이 똭 하고 보입니다.

 

참고로 여긴 관광지가 아니라 도심 시내 한 가운데입니다.

 

 

항상 보는 광경이긴 하지만, 사실 제주도에서 겨울에 이렇게 맑게 개인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겨울엔 항상 비가오거나 우중충하거든요.

 

여기서 차로 10분 정도를 이동하면 제가 태어나고 15년 넘게 자란 고향이 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 공원이나 관광지가 많이 생겼네요. 가는 길목에 생긴 미술관 근처에서 유비(?)를 만났습니다.

서귀포에 뜬금없이 중국사람이 왜 있나 싶겠지만, 사실 서귀포에는 전설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신하들을 이끌고 온 곳 중에 하나가 서귀포라는 전설이죠.

 

저 석상들은 다 그 전설에 기반해서 제작된 것들입니다.

이 곳은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정방폭포가 있는 곳입니다. 제가 살던 고향 바로 아래쪽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더 내려가면

이런 아담한 정자를 지나

 

하천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그곳에 백로가 나옵니다(…?)

 

오리들이 단체로 목욕도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여긴 도심 한가운데입니다.

 

백로와 오리들을 지나 하천을 건너면

대나무가 아름다운 무량정사라는 절이 나옵니다.

사실 이 절은 저와 인연이 깊습니다.

 

원래 이 절은 서귀포가 아닌 중문관광단지 변두리에 자그마하게 차려진 비구니 분들이 운영하는 절이었습니다.

당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던 어머니는 매일 밤 늦게 그 곳에 기도를 하러 가셨고

어렸던 저는 어머니가 나갈때마다 절 버리고 도망갈까 무서워 항상 따라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그 절을 운영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는지, 저렇게 도심 한가운데로 이사가며 크게 절을 지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이사를 간 위치가 제가 살던 고향집 바로 옆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 주변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지만, 개인적으로 올 때마다 속이 거북한 곳입니다.

별로 좋은 기억이 없거든요.

 

게다가 그 유명한 도깨비터+애기무덤터가 합쳐진 저주받은 터라 어릴적에 정말 초자연적이고 미스테리한 일들을 많이 겪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건 나중에 시간이 나면 썰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제가 살았었던 집 터도 갔다오긴 했는데, 일부러 사진을 찍진 않았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장소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현재는 그 집 터에 아파트가 지어져 있기 때문이죠.

 

20년만에 재방문이었는데, 아파트가 들어서긴 했어도 담장이나 돌담 등 예전에 살았던 흔적이 미묘하게 남아있어서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살았던 집을 떠나 다시 바다쪽으로 향했습니다.

 

날이 정말 맑습니다. 얼마만에 제주도에서 이런 깨끗한 하늘을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잉메리호가 떠다닐 것 같은 분위기네요.

 

어릴적 밤에 종종 와서 물놀이를 하던 소낭머리라는 곳입니다. 20년만에 왔더니 관광지가 되어 있더군요.

근데 상태를 보아하니 운영을 안하는 듯 합니다

 

내려가는 길목에 예전엔 없던 공원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공원이 생기기 전 소년원+판잣집+점치는 할머니들이 모여살던 꽤 빡센 장소였는데

전부 싹 철거를 하고 공원을 만들어놨더라구요.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유채꽃도 피었네요. 벌써 유채꽃 피는 계절이 왔나봅니다. 참고로 제주도에서 정석비행장이란 곳이 유채꽃 폈을때 정말 예쁩니다.

 

가는 길목에 약 5분간 저 상태로 서로 그르릉거리던 냥이쉑들

 

마지막으로 여긴 도심에 있는 공원인데, 저 데크가 있던 자리가 예전에 저희 증조할머니 할아버지가 묻혀있던 무덤이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들어갈때즈음 파묘 후 이장하고 그 곳에 공원이 들어섰죠.

 

이 넓은 공원터가 과거에는 전부 저희 가문 땅이었습니다.

고조 할아버지가 당시에 현재로 치면 경찰서장 급의 높은 직책에 계셔서 엄청난 땅부자였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저희 할아버지가 엄청난 한량이어서 노름하면서 이 땅들을 노름비용으로 다 팔아버렸다고 합니다.

 

눈물이나네요.

댓글
알렉산드리아1세
24.03.03
막줄보고 제주도 경치가 눈에 안들어옵니다..
이병건치이병헌 글쓴이
24.03.04
피부껍질
24.03.03
마지막구절... 우리집 얘기랑 똑같네요ㅋㅋㅋㅋ
이병건치이병헌 글쓴이
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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