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화가 이병건' 그림 모음 (다크모드로 보면 좋습니다)
<울산>

1-1 ‘2222년 씨름’
우리 민족의 전통 씨름은 나의 균형은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균형을 어그러트리는 스포츠이다. 서로의 균형을 무너트리기 위해 동원되는 기술과 심리전이 일품인데 직접 관전을 해보니 속도감이 장난이 아닌 것이라. 승부가 눈 깜짝할 새 갈리는데다 그 짧은 순간에도 엎치락 뒤치락 우세가 몇 번씩이나 바뀌는 공방이 일품이다.
나는 씨름에서 국제적으로 인기 스포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실제로 외국 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씨름을 배워가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더라. 씨름의 가능성을 붙이고 붙여 200년 뒤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전세계 인기 스포츠를 초월한 전우주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외국 선수를 넘어 외계인, 해저인, 기계 A.I., 안드로이드도 참가하고 각종 길짐승, 날짐승에다 남녀노소의 경지도 부수어 신생아까지 즐기는 무차별 씨름을 떠올렸다. 전우주적 스포츠 씨름의 챔피언은 더이상 ‘천하장사’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천상천하장사’로 불리게 될 것이다.

1-2 ‘I LOVE ULSAN’
야생의 너굴맨에게선 사진으로만 접했던 라쿤의 팬시함과는 다른 궤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너굴맨의 어둡고 넙대대한 얼굴에서 야생의 쓴맛이 배어나오고, 그 야생의 쓴맛에 시선이 머무르다 이윽고 느껴지는 투박함이 있으며, 그 투박함에서 은근히 묻어나는 사랑스러움이 있다.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마주한 너굴맨. 같은 도시 안에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나는 너무나 도시적인데 반해 너굴맨은 어쩐지 전혀 도시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 고양이들은 참 도시적인데 너굴맨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런 이유로 외로워 보이는 너굴맨을 같은 장소에서 보았던 다른 고양이와 짝을 지어 카페 데이트하는 모습을 그려 보았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생선과 너굴맨이 좋아하는 솜사탕을 디저트로 깔았다. 다분히 인간의 관점이지만 너굴맨도 도시 생활을 만끽했으면 해서.
<서울-서울대>

2-1 ‘아니메 학당’
서울대 애니메이션 동아리 ‘노이타미나’의 동아리원들은 겉으로 봤을 때 얌전해 보인다. 이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상대방에 말에 수긍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특정 상황일 때에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편집 영상에는 통으로 잘렸지만 ‘방랑화가 이병건’ 촬영 당시 ‘애니메이션 티어메이커’를 진행했을 때가 그렇다. 즉석에서 열띤 토론이 열리고 논쟁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그것은 흡사 나에게 고대 그리스 ‘아테네 학당’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2-2 ‘노이타미나 동아리 포스터’
서울대 애니메이션 동아리 ‘노이타미나’의 포스터를 즉석에서 그려보았다.

2-3 ‘M之’
얼핏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것 같지만 가까이 지켜보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중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MZ세대가 티 나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방식으로 가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MZ의 ‘Z’와 서울대의 ‘ㅅㄱㄷ’ 마크, 갈 지의 ‘之’가 비슷한 형태인 점은 참 공교롭다.
<경주>

3-1 ‘인스타 감성’
사람들이 추구하는 인스타 감성이란 무엇일까 고민했다. 전국 인싸들이 즐겨 찾는 황리단길을 취재하고 통닭천사와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뚜렷한 답을 도출해 낼 수 없었다. 똑같아 보이는 게 어떤 것은 인스타 감성이고 어떤 것은 아니란다. 달라 보이는 두 가지가 보면 또 같은 것이란다. 잘 모르겠지만 인스타 감성은 순 지 마음대로라는 것이다. 가느다랗게 느껴보자면 ‘현재로서 판단한 인스타 감성’은 통 넓은 바지를 입고 한 없이 낮은 테이블에 커피를 마시며 주변이 어떻든간에 내 감정에 충실하는 것?

3-2 ‘힙’
힙하다는 것은 개성이 있다는 것. 개성이라는 것은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이라는 것. 나 너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게 개성이라는 것. 억지로 따라하지 않는다면 너도 힙하고 나도 힙하다는 것. 당연히 침착맨의 힙도 힙하다고 할 수 있겠다.
<여수>

4-1 ‘여수 가는 기차’
4회차부터는 편하게 슥슥 그려보기로 했다. 여수 내려가는 기차에서 강민경 매니저님과 지나가던 행인. 출발할 때의 설레임이 느껴진다. 사실 이런 식의 부담없이 죽죽 그은 선이 그리는 재미가 있다. 바닥의 검은색은 슴슴해서 그림자로 넣어봤는데 나중에 보니 별로였다.

4-2 ‘여수십미’
조수 통닭천사의 코로나19 투병으로 대타 주호민 작가님과 함께 한 여수 여행. 여수에서 자랑하는 10가지 맛있는 음식을 체험해 보았다. 생선 먹고 싶어서 군침을 흘리는 주호민 조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없던 그림도 추가해서 그리고 싶은 기분이다. 물론 실제로 바들바들 떨며 침을 흘리지는 않았다.

4-3 ‘여수 빵바다’
여수의 밤은 밤바다, 낮은 빵바다라 할 수 있겠다. 빵과 커피를 먹으며 바라보는 바다의 정취가 일품이다.
그런데 이 날 진짜 추워서 5분 이후에는 입과 손이 얼어버렸다.
바다의 정취는 5분까지.

4-4 ‘간장게장’
간장게장 간장게장 노래를 부르던 주호민 조수님이 게장집을 나오며 나지막히 뱉은 솔직한 고백. “사실 나 게장 안 좋아해.”
피가 거꾸로 솟았다.

4-5 ‘돌문어삼합’
(주호민 작가님 작성)
'호객행위하는 곳은 맛집이 아닙니다' 라는 현수막을 배경으로 호객행위에 이끌려 들어간 식당에서 맛본 여수 해물삼합. 소주 도둑이 따로없다.
<서울-강남>

5-1 ‘손톱 먹은 아이돌 1’
강남 K-POP 아이돌 편은 연작으로 구상해 보았다. 평소 자신이 아이브 리즈 닮았다는 괴소문을 퍼트리던 통닭천사. 아이돌들이 받는다는 전문 메이크업를 통해 아이돌로 거듭나는 모습을 담았다. 참고로 이거 그릴 때 옆에 메이크업 받던 통닭천사가 보더니 진심으로 빈정 상했다.

5-2 ‘손톱 먹은 아이돌 2’
아이돌 메이크업을 통해 외모 자신감이 차오른 통닭천사를 차량 이동중에 그렸다. 묘하게 당당한 모습과 아우라가 감상 포인트.

5-3 ‘손톱 먹은 아이돌 3’
급기야 자신감이 치사량까지 차올라서 주변에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내리기 시작하는 통닭천사. 이대로 가만두면 죽을지도 모른다!

5-4 ‘손톱 먹은 아이돌 4’
진짜 아이돌 아이브 리즈 양을 만나고 갑자기 겸손해진 통닭천사. 그동안 뿜어내던 아우라가 사라져 버렸다. 역시 사람은 자신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평창 & 강릉>

6-1 ‘인생과 쇼트트랙’
짧은 시간 안에 전술을 짜야하는 쇼트트랙이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강변북로인지 올림픽대로인지 퇴근길마다 고민에 빠지는 현대인들. 매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단단해진다.

6-2 ‘오들오들 쭉쭉’
김아랑 선수의 추위를 많이 탄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쇼트트랙 선수는 오랜 기간 엄청난 양의 훈련으로 경기장 한기에 익숙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이지만 속은 뼈가 후덜덜 떨리는 선수의 고충을 표현해 보았다.

6-3 ‘술을 탄다’
스키장에서 시민의 인터뷰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스키장은 낮에 스키를 실컷 타고 난 후 밤에 술을 마시는 게 진짜 즐거움이다. 사실 밤에 술 마시려고 스키를 탄다.”
<논산>

7-1 ‘폭풍전야’
입대를 앞둔 이찬 군이 머리를 짧게 깎을 때 모두가 하하호호 웃던 중 일순간 정적이 흐른 적이 있었다. 유쾌하고 싶어도 끝내 유쾌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생이별이 그렇다.

7-2 ‘2022년 입대는 이렇다’
03군번인 침착맨이 전역한지 20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군대는 놀랍도록 변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신병이 재테크 책과 텀블러, 샴푸를 사가지고 입대한다는 사실을.
<제주>

8-1 ‘여행은 가출’
여행은 왜 할까? 여행을 하면서 생소한 것을 봤을 때 경계심으로 인해 몸이 긴장되는데 그 긴장감이 쾌감으로 느껴져서 그렇다는 의견이 있었다. 가출을 했을 때 느끼는 경계심하고 닿아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였는데 일리가 있었다. 참고로 나는 가출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8-2 ‘여행은 헤어짐’
여행은 익숙한 것에서 헤어지는 것이다. 이 헤어짐은 여행지에서조차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상대적으로 익숙한 것을 계속 해서 새로운 것으로 덮어나간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일상으로 돌아올 때 다시 한 번 또 헤어진다. 새로운 것을 만난다는 것은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것. 만남이 헤어짐이라는 것. 것것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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