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사단 백마부대를 나왔습니다. 군 생활을 하던 도중 운이 좋게도(?) 북한군으로 활동할 기회가 생깁니다.

바로 KCTC훈련입니다. 보통은 훈련부대로 많이 이 훈련을 참여하게 되지만 저희는 특이하게 북한군의 지원부대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북한군 역할을 하시는 병사분들과 같이 붙어있을일이 많기도 하고, 이 훈련에서 복귀하게 되면 남는게 없을 것 같아서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어 KCTC에서 계속 북한군 역할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병사들로부터 패치교환을 하고 싶었습니다.
같이 임무수행을 했던 한분과 용기를 내서 교환을 시도했고 제 패치를 드렸는데 다른데에 두고왔다고 하셔서 내일 바로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에 윗선의 명령체계의 의해서 서로가 떨어지게 되면서 제 패치만 가져가시고 저는 그분의 패치를 못받았습니다..
제가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되게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일 것 같아.. 그 이후로 또 용기를 내기가 힘들어서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날에
‘하… 나 진짜 이렇게 그냥 돌아가면 너무 속상할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두 주먹 꽉쥐고 심장을 두근두근대며 용기를 내서 북한군 역할을 하시는 분들에게 가서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크게 여쭈어 보았습니다.
“저 혹시 패치 교환하실 분 계신가요?”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다른분들과 패치를 전부 교환하시고, 두고 오신 분들도 계셔서 패치 교환은 실패했습니다…
‘용기 내봤는데도 안되네.. 아… 정말 이렇게 끝이 나는건가..’
그렇게 여쭈어 보다가 복귀할 시간이 다되어서 나가야 되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 .. 진짜 어떡하지… 진짜 어떡하지…’
그 때.
여쭤봤던 무리들중 한분께서
“이거 견장인데 이거라도 교환하실래요?”라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아 됐다… 정말 다행이다 패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이 생겼다..’
제 백마패치와 그분의 북한군 견장을 교환했습니다.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거 병장이에요 병장”
(북한군 견장은 작대기 3개가 병장이라고 하더군요)
“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 백마네요? 감사합니다”
그분께서 마지못해 주는 느낌이라 저만 기분좋은 상황인줄 알았는데 그분도 좋아하셔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백마 속에 갇혀서 몰랐지만 저희 사단을 높게 평가하시는 것 같아서 놀랐습니다. 자부심도 생기고 ㅎㅎ
무튼 이 견장은 용기의 훈장같기도 하고 그때의 고생과 한계를 회상하게 되는 매개체 같아서 버리지도 못하고 계속 가지고 있네요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