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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짬밥 20년+@, 커뮤 사이트회사 일하면서 느낀 것

가난한 사마휘
24.03.26
·
조회 10136

침하하 익명화 때문에 크고 작은 소란이 있었나 보네요

 

저는 잼민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커뮤질을 놓은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다들 이름을 말하면 알만한 꽤 큰 커뮤 회사가 전 직장이기도 한 사람이죠.

 

천리안 나우누리 시절때부터 시작해 엽사 플포 아햏햏시절 겜조선 디씨 웃대 오유 도탁스 인벤 에펨 개드립 루리웹 등등 활동 안해본 사이트가 없습니다.

(그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이상한 사이트들은 당연히 안해봤습니다)

 

그간의 경험에 빗대어 볼 때 익명의 게시판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간단히 적어보려 합니다.

 


 

모든 커뮤니티에는 ‘성향’이라는게 존재합니다. 이건 사이트 자체에도 생기지만,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 내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도 그랬습니다. 사이트 성향과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이트를 운영했죠.

 

지금의 침하하와 비슷한 분위기의 대형 커뮤 사이트라면 과거의 오늘의유머가 그나마 유사합니다. (현재는 절대 아니고 한 10~13년대 오유)

적당히 선을 지키며 가면무도회를 하는 커뮤. 그래서 당시에 오유는 타 커뮤들이 ‘10선비’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성향이 완전히 바뀌고(정치색이 매우 강해짐) 사용자 나이대도 확 올라가 버렸는데, 결국에는 저런 분위기가 큰 몫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유저들의 성향 뿐만 아니라, 그런 성향을 따라갔던 운영자의 운영 형태 까지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오유는 가장 흥했을 시절부터 쇠락하는 시절까지를 라이브로 직접 생생히 다 직관했기 때문에 어떻게 변질되어 갔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오유뿐 아니라 다른 커뮤사이트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커뮤사이트에는 각자 ‘성향’이라는게 생기고 특정 성향이 더 강세일 때 그 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즉, 익명속에서의 자유 분방하면서도 거친 분위기와 기명속에서의 화기애애한 가면무도회가 밸런스를 이루며 적절하게 공존하는 유토피아같은 커뮤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반드시 강세인 한 쪽이 약세인 한 쪽을 잡아먹게 돼 있다는 거죠.

 

물론 강제로 두 성향을 유지시켜보려는 시도들도 있었습니다. 근데 이런 커뮤들에서 대체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파가 갈립니다. 익명파와 기명파. 처음에는 적절히 잘 융화되는가 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물과 기름처럼 층이 분리되어 서로 모략질하고 뒷담화까고 그럽니다.

 

예를들어 기명은 익명을 “저 ㅅㄲ들은 진짜 병신들인가?”라고 비난하고 익명은 반대로 기명을 “어휴 저 10선비들 ㅉㅉ”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현상이 생긴다는거죠.

 

이 때 부턴 운영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순수하게 양 측 유저 세력간의 기 싸움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한 쪽이 스러지고 다른 한 쪽이 해당 사이트 성향의 주축을 차지하게 되죠. 가끔 보다못한 운영진이 방관에서 개입으로 스탠스를 바꾸고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형태로 막타를 쳐버리기도 합니다.

 

여전히 익명과 기명은 둘 다 살아있긴 하지만, 살아도 산게 아닌것처럼 밀려난 사람들이 활동하는 게시판은 반 사망상태가 되어 활동이 거의 없어집니다. 글리젠도 주축이 된 게시판들과는 상대도 안되게 처참해져서 사실상 유령게시판이나 다름이 없어지죠.

 

어떤식으로 굴려봐도 결국 그렇게 가더라고요. 현재 침하하처럼 두 밸런스를 적절히 잡아 이상적인 커뮤를 만들려고 했던 시도가 타 커뮤에서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두 실패했을 뿐.

 

 

물론 침하하가 그걸 잘 잡아내는 기적적인 사례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제 경험상 그건 현실적으로 좀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걸 잘 조율해보려고 노력하는 가운데서 혼란에 휩싸이는 유저들이 서로 분열해버리거나 맘상하거나 떠나거나 하는 부작용도 꽤 생기고요.

 

전 익게식, 디씨식 자유분방한 성향도, 가면쓰고 하하호호하는 화목한 성향도 다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가능하면 한 쪽 성향을 선택해서 우직하게 미는방향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최근에 생겼으면서도 성공한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례가 블라인드죠. ‘성향’과 ‘컨셉’을 확실하게 잡아서 제대로 성공했습니다.

 

아니면 기존 커뮤들에는 없는 새로운 형태의 성향을 만드는것도 좋겠죠. 가능하면 이상적인 방향으로.

 

방송인 왁굳님의 사례처럼 흘러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우왁굳이 좋아서 모인 팬카페에서 ‘이세돌’이라는 새롭고 강력한 구심점이 생긴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이니까요.

 

이와 비슷하게 침하하도 침착맨과 별도로 ‘침착맨 유니버스’ 같은게 형성돼서 안에 강력한 구심점이 생기고, 이를통해 물과 기름같은 두 성향의 유저를 유화제를 넣은 것 마냥 같이 섞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거죠.  전 자치령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자치령이 사라지더라고요

 

침하하만의 독창적이며 대체불가능한 ‘세계관’이 만들어지면, 그걸 즐기기 위해서라도 물과 기름같은 두 세력이 같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회사다니면서도 느낀거지만 사실 커뮤운영이 참 답이 없습니다. 그냥 일상이 가불기의 연속이에요.

 

제가 다녔던 회사도 전화로 ‘커뮤운영은 이래야 한다. 이렇게 운영해라’이런 형태의 문의가 수도 없이 걸려왔었습니다.

근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죠. 불가능합니다…불가능해요.

 

댓글
부유한 손경
24.03.26
BEST
아니 근데 나는 사람들끼리 예의를 지키고 서로 존중하고 이런게 그냥 사회라는 시스템의 기본 법칙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왜 언젠가부터 그걸 가면이니 미드소마니 무슨 할말도 못하고 규제에 억눌려있는 사람들처럼 표현하는게 기본값이 된건가요?
내가 사회에 대해서 배워온 게 잘못된건지 아니면 사회에 적응하기 싫은 사람들만 커뮤를 하는건지 넘 헷갈려...
충직한 관구수
24.03.26
BEST
자유분망 디씨에 익숙한 방장(운영자)과 가면무도회가 좋은 이용자라.. 그래서 더 간극이 생기는걸지도
가난한 사마휘 글쓴이
24.03.26
BEST
경험상 같은 주제의 게시판을 나누는 것도 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봅니다.
높은 확률로 양쪽이 서로 불편해하게 될거고 기싸움 시작될거에요.
오히려 협소에서 더 치고박고가 심할수도 있죠.
단기로만 보고 '성공했는데?'라고 보는 것도 안됩니다. 저런 기싸움과 한 쪽 세력의 잠식 작업은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이뤄지거든요.
다른 커뮤들도 단기만보고 '성공했네'하다가 장기로 가면서 결국 물과 기름처럼 갈리고, 그 때 되면 이미 손쓸 수 없이 오래 방치해놔서 운영자도 함부로 손을 대기 힘들게 되는 지경까지 오게 되는게 보통이긴 합니다.
졸린 습진
24.03.26
BEST
횐님과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하는 논문이 있습니다. 사이트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기명파와 익명파 사이에 서로 다른 정체성이 형성되며 갈등하다 사이트 폭파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사례를 다룹니다.
안피곤한 윤상
24.03.26
BEST
그냥 침하하 개빡세게 했으면 좋겠다
아니 어떻게 된 게 서로가 지켜야할 선을 "가면"을 썼다고 하냐.
이해가 안 가네 진짜.
관통한 대교
24.03.26
잘 읽었습니다~
하남자인 위막
24.03.26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분탕질 치고 싸울때가 커뮤니티가 가장 왕성하게 불타오를 때입니다.
그만큼 몸집이 커져서 분열이 일어나는건지,
분열이 일어날때 커지는게 커뮤의 본질인진 모르겠지만
(상식선으로는 전자이긴 하지만요.)
중요한건 일시적입니다. 회광반조로 제몸 불살라 불타오르고 재가되는거죠
과학식으로 말하자면
적색 거성이 되어 커졌다가 나중에는 식어서 차가운 백색 왜성이 됩니다. 그리고 그상태로 수조년을 가죠.
커뮤가 활발할 시기,
적색 거성이 되는걸 반겨서는 안됩니다. 가장 크게 경계하고 관리해야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하남자인 위막
24.03.26
ps. 우왁굳과 이세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방송보면 정말 하루종일 카페를 탐방하고 이상한게 있다면 즉시 후드러 팹니다. 이게 그들의 방송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컨텐츠가 오히려 비중이 적어요
그런데도 조금씩 사건사고가 세어나와서 운영자가 자다가 말고 직접 가서 사태를 언급합니다. 이거 스트레스 장난 아니라고 호소하는 날도 많아요.
다시말하자면 이정도 정성 아니면 커뮤니티가 자정작용 못합니다.
그리고 우왁굳도 만약 한달정도 기강잡는거 손 놓으면 어느새 커뮤니티 박살나고 복구하는데 또 꽤나 많은 공을 들일겁니다.
그만큼 유지하는것도 어렵다는거죠. 그저 사건사고가 안일어나길 바랄뿐.
.
->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사람들이 모이고 몸집이 커지면 분열되서 크게 박살나서 타노스 되는건 시간문제이므로,
어떻게보면 내려놓고 그러려니 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반토막 나면 반토막 나고 뭐~ 하면서 받아들이는게 나을것같다는 이야기를 하고싶었습니다.
가난한 사마휘 글쓴이
24.03.26
거기도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하남자인 위막
변덕스러운 두장
24.03.26
커뮤에 찌들어도 인생이 10선비라서 그런지 반대쪽은 진짜 ㅄ이 더 낫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ㅄ도 너도 ㅄ 나도 ㅄ 하면서 선 있게 낄낄 대야 재밌지 일부러 남 까내리면서 비하하고 지 잘낫다고 하는데 모순을 외치는 모순 덩어리 느낌이라 참 다다가기 힘드네요. 90년대생 남자로서 어딜가든 남자 많이 모인 곳은 다 그런 느낌이라 이번 익명화로 바뀌면서 댓글이나 생각을 보면서 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네요.
글 잘읽었어요 재밌네요.
가난한 거목
24.03.26
일베나 여시 같은 극단적 혐오 사이트가 아니라도, 결국 커뮤니티에서 어떤 '주된 색깔'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듯 그게 정치적인 것이든 커뮤니티의 분위기 같은 것이든
가난한 거목
24.03.26
디씨같은 경우는 갤러리마다 성향이 엄청 다르지만 이건 사실 각각의 갤러리가 하나의 커뮤니티 사이트라고 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서로간 교류가 없으니 가능한 거고... 침하하같이 부분을 모아볼 수 있는 전체가 있는 사이트에선 어쩔 수 없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같긴 해요
줄건주는 사유
24.03.26
왜 스크랩이 안되나요?
안피곤한 윤상
24.03.26
미스터킴. 이분 당장 섭외해서 자문을 구하세요.
안피곤한 윤상
24.03.26
BEST
그냥 침하하 개빡세게 했으면 좋겠다
아니 어떻게 된 게 서로가 지켜야할 선을 "가면"을 썼다고 하냐.
이해가 안 가네 진짜.
그릇이작은 정서
24.03.26
결국은 다 경험해봐야 하는 과정인것같네요.
개인적으로는 기명을 하더라도 다른사람이 쓴 글,댓글은 운영자만 볼 수 있음 좋겠습니다.
자기 의견이랑 다르다고 그 사람 글, 댓글 하나하나 읽어보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그걸 언급하는거 보니깐 소름끼치더라구요.
초조한 노손
24.03.26
제가 기억하기로는 일단 그 사람의 그 글 외 전에 썻던 글이나 댓글 등 외부언급 금지 조항이 있어서 칼치면 되긴 할겁니다. 저는 재밌는 글 쓴 분의 다른 글도 보는게 좋아서 작은반대의견입니다 ㅎㅎ
변덕스러운 조휘
24.03.26
요즘 비슷한 커뮤니티는 웃대쯤 되는거 같더라구요.
예의없는 사정
24.03.27
저도 커뮤경력 20년 가까운 헤비 인터넷유저인데... 막말로 아예 커뮤 성향이 디씨풍이든 네캎풍이든 정해지고 나면 그 성향 유저들 위주로 꾸려질텐데, 방장은 비난글,논란글 없는 팬커뮤가 정체성이라고도 했고, 자유로이 발언하길 원한다고 하기도 했는데... (인터넷세상에서) 두개는 애초에 양립이 불가능하다보니 공존이 불가한 양측이 각자 방장은 우리를 원한다 하면서 계속 싸우고 끝이 안나는듯요...
차라리 관리 방향성을 한번 정리하고 가는게 낫다 싶습니다.
우직한 사마준
24.03.27
디씨만 14년정도 했는데 걍 초딩판임
명예로운 방굉
24.03.27
이거 보면 침하하에 여러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거 같아요
변덕스러운 국의
24.03.27
쉽지않다.. 커뮤!
행복한 주연
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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