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에선 야훼(하느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천사들중에는 여섯 장의 날개를 지닌 천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치천사 혹은 스랍/세라핌/세라프라고 불리는데요. 걸그룹 르세라핌(Le Seraphim)의 그룹명의 모티브가 바로 이 천사들입니다.

[시선 부담스러워…]
기독교 전설에선 치천사는 야훼의 최측근 시종이며 불타는 몸에 여섯장의 날개중 두장의 날개가 몸을 가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장엄한 천상의 존재라도 신 앞에선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가린다는 겸손의 상징이라고 여겨지죠.
그동안 학자들은 치천사(Seraphim)의 기원은 ‘구불거리다/불태우다’는 뜻의 히브리어인 ‘사라프'(Sarap)에서 유래되었다고 추정했는데 최근엔 ‘사라프’가 명사로는 ‘뱀’이라는 의미로도 썼다는 점에 주목해 치천사의 기원은 ‘뱀’ 그중에서도 ‘날개 달린 뱀’이었다고 추정합니다.

때문에 '사라프'는 일종의 말장난으로서 ‘불태우다’라는 의미는 사실 뱀독을 비유적으로 부른 표현으로 여겨집니다. 흔히 뱀에게 물렸을때 “(물린 곳이) 불타는 것 처럼 아프다”라고 표현하듯 말이죠.
그런데 이 치천사의 기원이 이집트 신화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집트 신화에도 ‘뱀’이면서 ‘날개’를 가지고 있고 ‘신-왕을 보좌해주는' 존재가 치천사보다 먼저 확인되기 때문이죠.

바로 코브라 형상의 여신 ‘와제트/우라에우스’입니다.
이집트에선 뱀이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독으로 무언가를 지켜주는 수호자라는 상징을 가져서 뱀 상징을 애용했는데 이중 와제트 여신은 신화에서 태양신 라를 아포피스/아펩의 습격에서 지켜주고 주술적으로는 파라오를 보좌해주는 여신이었는데 도상이나 기록으로도 이스라엘보다 먼저 ‘날개 달린 뱀’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고고학적으로도 이스라엘이 와제트 도상을 참고했다는 증거가 확인되는데요. 이 유물은 예루살렘에서 발굴된 이스라엘 왕국 시대의 인장입니다.
그런데 인장에는 이집트의 전통적인 도상인 ‘날개 달린 태양’ 말고도 두쌍의 날개를 달고 있는 코브라, 즉 와제트도 그려져 있습니다.
이건 당시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와 무역을 통해 문화적 교류를 했다는 증거면서 동시에 와제트의 형상과 개념을 히브리인들이 자신들의 종교관에 편입해서 치천사를 만들어냈다는 상상을 해볼수도 있죠.
“엥?? 성경 보면 유대인들은 이교도랑 우상숭배 엄청 싫어하던데?” 싶죠?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달리 히브리인들은 오랫동안 다신교적인 개념의 종교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성경이 철저히 야훼주의자(?)의 관점에서 써진 걸 염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나이 반도에서 발견된 도기 파편, 도기엔 원시 시나이 문자로 “사마리아의 야훼, 그의 아셰라” 라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때문에 충격적이겠지만 이 당시 일부 히브리인들은 아셰라(Asherah)라는 여신도 믿었는데 이 여신은 무려 야훼의 아내(!?!?)였던걸로 추정됩니다.
히브리인/유대인들의 느슨한 일신교-다신교 체제가 교조적인 일신교로 변화하게 된 계기는 이로부터 수백년 후 남유다왕국도 멸망하는 바빌론 유수 이후라고 합니다.

(까와이한 새끼 코브라 슉슉)
여담으로 와제트의 도상에 간혹 날개가 있는 이유는 와제트가 뱀, 그중에서도 이집트 코브라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코브라들은 위협을 느끼면 몸통 좌우면의 ‘넓은 피부막’을 팽창시키곤 구불거리며 방어자세를 취하는데요. 고대인들은 이 피부막을 일종의 ‘날개’로 인식했었다고 합니다.
한줄요약
"천사도 이집트가 먼저였어…!"
=참고자료=
- 강승일 - 신의 얼굴을 그리다
- 마이클 하이저 - 천사를 말하다
- 보이드 시버스 - 고대 이스라엘과 근동 지역의 인장: 제조, 사용, 이교적 상징주의의 명백한 역설
- 위키피디아 - Uraeus, Wadjet, Seraph
- 구글
p.s 요즘 근동 신화 관련으로 공부하던 중 최근 읽은 책에서 이집트 신화와 기독교/유대교의 연결점이 나온게 너무 흥미로워서 배운 내용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