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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도 이집트가 먼저였어...!

라그나로크
23.07.03
·
조회 5509

성경에선 야훼(하느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천사들중에는 여섯 장의 날개를 지닌 천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치천사 혹은 스랍/세라핌/세라프라고 불리는데요. 걸그룹 르세라핌(Le Seraphim)의 그룹명의 모티브가 바로 이 천사들입니다.

 

[시선 부담스러워…]

기독교 전설에선 치천사는 야훼의 최측근 시종이며 불타는 몸에 여섯장의 날개중 두장의 날개가 몸을 가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장엄한 천상의 존재라도 신 앞에선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가린다는 겸손의 상징이라고 여겨지죠.

 

그동안 학자들은 치천사(Seraphim)의 기원은 ‘구불거리다/불태우다’는 뜻의 히브리어인 ‘사라프'(Sarap)에서 유래되었다고 추정했는데 최근엔 ‘사라프’가 명사로는 ‘뱀’이라는 의미로도 썼다는 점에 주목해 치천사의 기원은 ‘뱀’ 그중에서도 ‘날개 달린 뱀’이었다고 추정합니다.

 

때문에 '사라프'는 일종의 말장난으로서 ‘불태우다’라는 의미는 사실 뱀독을 비유적으로 부른 표현으로 여겨집니다. 흔히 뱀에게 물렸을때 “(물린 곳이) 불타는 것 처럼 아프다”라고 표현하듯 말이죠.

 

 

그런데 이 치천사의 기원이 이집트 신화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집트 신화에도 ‘뱀’이면서 ‘날개’를 가지고 있고 ‘신-왕을 보좌해주는' 존재가 치천사보다 먼저 확인되기 때문이죠.

 

 

바로 코브라 형상의 여신 ‘와제트/우라에우스’입니다.

 

이집트에선 뱀이 재생과 부활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독으로 무언가를 지켜주는 수호자라는 상징을 가져서 뱀 상징을 애용했는데 이중 와제트 여신은 신화에서 태양신 라를 아포피스/아펩의 습격에서 지켜주고 주술적으로는 파라오를 보좌해주는 여신이었는데 도상이나 기록으로도 이스라엘보다 먼저 ‘날개 달린 뱀’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고고학적으로도 이스라엘이 와제트 도상을 참고했다는 증거가 확인되는데요. 이 유물은 예루살렘에서 발굴된 이스라엘 왕국 시대의 인장입니다.

 

그런데 인장에는 이집트의 전통적인 도상인 ‘날개 달린 태양’ 말고도 두쌍의 날개를 달고 있는 코브라, 즉 와제트도 그려져 있습니다.

 

이건 당시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와 무역을 통해 문화적 교류를 했다는 증거면서 동시에 와제트의 형상과 개념을 히브리인들이 자신들의 종교관에 편입해서 치천사를 만들어냈다는 상상을 해볼수도 있죠.

 

“엥?? 성경 보면 유대인들은 이교도랑 우상숭배 엄청 싫어하던데?” 싶죠?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달리 히브리인들은 오랫동안 다신교적인 개념의 종교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성경이 철저히 야훼주의자(?)의 관점에서 써진 걸 염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나이 반도에서 발견된 도기 파편, 도기엔 원시 시나이 문자로 “사마리아의 야훼, 그의 아셰라” 라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때문에 충격적이겠지만 이 당시 일부 히브리인들은 아셰라(Asherah)라는 여신도 믿었는데 이 여신은 무려 야훼의 아내(!?!?)였던걸로 추정됩니다.

 

히브리인/유대인들의 느슨한 일신교-다신교 체제가 교조적인 일신교로 변화하게 된 계기는 이로부터 수백년 후 남유다왕국도 멸망하는 바빌론 유수 이후라고 합니다.

 

(까와이한 새끼 코브라 슉슉)

 

여담으로 와제트의 도상에 간혹 날개가 있는 이유는 와제트가 뱀, 그중에서도 이집트 코브라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코브라들은 위협을 느끼면 몸통 좌우면의 ‘넓은 피부막’을 팽창시키곤 구불거리며 방어자세를 취하는데요. 고대인들은 이 피부막을 일종의 ‘날개’로 인식했었다고 합니다.

 

 

한줄요약

 

"천사도 이집트가 먼저였어…!"

 

 

=참고자료=

  • 강승일 - 신의 얼굴을 그리다
  • 마이클 하이저 - 천사를 말하다
  • 보이드 시버스 - 고대 이스라엘과 근동 지역의 인장: 제조, 사용, 이교적 상징주의의 명백한 역설
  • 위키피디아 - Uraeus, Wadjet, Seraph
  • 구글

 

p.s 요즘 근동 신화 관련으로 공부하던 중 최근 읽은 책에서 이집트 신화와 기독교/유대교의 연결점이 나온게 너무 흥미로워서 배운 내용을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댓글
썬더블러프차돌짬뽕진동토템
23.07.03
다크세라핌도 이집트가 먼저ㄷㄷ
라그나로크 글쓴이
23.07.03
무친 이집트 최초 그만해버리라고!!
짱갈래종수짱
23.07.03
성경을 종교가 아닌 역사의 관점으로 분석한거 보면 진짜 다른 민족의 종교들 다 끌어다가 씀. 그 민족을 흡수하려고 한건지 모르겠는데, 그나마 여기서는 천사네요 다른 종교는 괴물이나 악마로 바꿔놨던데
라그나로크 글쓴이
23.07.03
결국 종교란건 문화와 같이 상호보완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은거니깐요. 그 결과 부정적인 결과와 긍정적인 결과 모두 발생하는거고요. 저는 인터넷에서 아브라함계 종교는 타종교를 악마화시켰다는 주장엔 어느정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종교적 세계관을 보면 메소포타미아-가나안의 다신교와 조로아스터교등 다른 종교의 긍정적 영향을 받았거든요.
짱구는잘말려
23.07.03
출애굽(진짜 애굽에서 수출함)
진정한용기
23.07.03
최초들의 최초
라그나로크 글쓴이
23.07.03
사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모든 길은 에굽으로 통한다"로 바꿔야합니다 크흐흐흐
피최촌
23.07.03
고것은 이집트가 먼저였구연
시크아웃
23.07.03
우주는 이집트에서 시작됬지
월클맨
23.07.03
https://resources.chimhaha.net/comment/1688366250268-p34flgmbk68.jpg
풍카페
23.07.03
가장 먼저 쓰여진 성경은 시작인 창세기가 아니라 모세가 이집트에서 나오는 이야기인 출애굽기부터임을 생각해보면 성경을 작성하던 사람들이 이집트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수가 없음.
라그나로크 글쓴이
23.07.03
지금도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옆동네라는걸 생각하면 두 세력의 교류와 영향이 없을수가 없죠. 저는 출애굽기는 실제 역사는 아니지만 그 기원이 되는 역사적 사건(힉소스족의 이집트 정복? 시나이반도의 가나안인의 북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흐흐
DS아빠
23.07.03
천사 등장시 무조건 치는 대사
“두려워 말라”
저런 몰골인데 어떻게 안 두려워?
라그나로크 글쓴이
23.07.03
그렇긴 하지만 동시에 천사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사례들도 있어서 저건 "집에 있을때" 인간에게 나타났을땐 "업무중일때" 라고 생각하셔도 될지도요!?
DS아빠
23.07.03
그럼 인간형으로 안나타난 천사는 아 오늘 귀찮아서 머리 안감고 출근해야지 같은 거군요!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 글쓴이
23.07.03
급하게 출근하고 왔는데 회사 도착하고보니 사실 잠옷 바지에 쓰레빠 신고 왔던거죠...으악!!
@DS아빠
침풉풉
23.07.03
아세라 여신은 예전에 신화학 공부할 때 포트니아 테론 관련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뱀을 들고 있는 여신의 형상이 고대 근동을 넘어서 유럽 각지, 인도의 파티파슈 인장 같은 거에서도
나오는 거 보고 종교의 문화적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탄한 기억이 있습니다ㅋㅋㅋ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인문학 글 너무 좋아요!!
라그나로크 글쓴이
23.07.03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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