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시오 전문의 알보칠이올시다. 나처럼 살지마시오.
가끔 평캔으로 침착맨 라방 보는 유사매직박입니다. 쉬는 동안 허리 아파서 병원 왔다갔다 했다는 말을 보니 키보드를 잡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 하는 말 내 진료실에 써서 붙이고 싶은데 호들갑 떤다고 할까봐 여기서 찌끄려봅니다. 허리 아픈 사람들이 많을텐데 지금 하는 어드바이스를 대원칙 삼아 진료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어디어디 병원이 용하다는 말 믿지 마라.
가끔 환자들 보면 어디가 잘한다 그래서 A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안나아서 B 한의원 가서 침맞고, 또 안나아서 C병원 가서 도수치료 받고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기본적으로 ‘의학’은 ‘과학’입니다. 어떤 병을 가진 사람들을 동일한 치료법으로 치료했을 시 호전이 되는 것을 통계적으로 의미를 가질 시에 치료 방법으로 채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의학적인 부분은 대부분의 의원이 동일한 치료법을 사용합니다. 물론 주사치료 등에서 기술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약을 쓰고, 어떤 주사제를 사용하는 지는 대부분 같습니다. 솔직히 백종원 레시피 따라하면 요리 똥손이라도 얼추 맛있잖아요.. 물론 레시피대로 안하는 집도 있긴 한데 비법 소스 같은 걸 허리에 넣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의료 소송 걸려요..
2.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예전에 통풍 글 쓸 때에도 비슷한 말 한 것 같은데, 환자분들은 약먹는 거 귀찮아하고 잘 따르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치료 방법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가를 두고 ‘근거수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에 근거수준이 제일 높은 것은 약물치료입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편하고 간단해서, 혹은 주사 맞는 걸 싫어해서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를 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논문 내용을 들어 설명하자면 허리 통증을 완화시키는 목적이라면 [약물치료 > 주사치료 >>>>>> 물리치료, 도수치료 >>>>>>>>>> 자세교정, 근육강화, 침술 등]이 되겠네요.
3. 치료 받았는데 안나아서 왔어요
이게 참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인데, 1번 내용과 연관됩니다만, 가령 동네에 있는 주사실 딸려 있는 작은 정형외과에서 허리 디스크로 주사를 맞았는데 잘 안낫는다고 칩시다. 그럼 다른 병원에서 치료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다른 병원가서 또 주사 맞고, 또 안나으면 또 주사 맞고.. 이렇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리디스크의 진단은 신체검사와 X-ray로는 불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X-ray는 우리가 알듯이 흔히 뼈모양을 보는 거잖아요? 근데 보통 허리 디스크 탈출로 인한 신경의 압박은 뼈모양을 백날 쳐다봐도 안나옵니다. 그래서 MRI를 찍어 어느 디스크가 어떤 모양으로 돌출된 건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방장같이 처음 병원에 가는 거면 바로 비싼 검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앞서 말한 약물치료, 주사치료, 도수치료 등으로도 충분히 낫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1개월 이상 치료를 지속했더라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조금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정확히 내 병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개인의원→MRI를 찍을 수 있는 준종합병원→대학병원 순으로 병원의 규모를 올려가면서 치료를 받아야합니다. 매번 동네 의원만 돌아다녀서 낫지는 않아요
4. 사실 허리 디스크는 가만 냅둬도 낫는다.
우리 원장님이 이거 쓴 거 보면 뒷목 잡을 수도 있는데, 허리 디스크 환자 중에는 아무 치료 안해도 낫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제가 환자들한테 자주 드는 비유 중에 하나인데요. 우리가 주위에 많이 보이는 고혈압 환자들 있죠? 고혈압 환자들 어떤 날은 혈압 엄청 높은 날도 있고, 잘 쉬고 운동 잘하면 혈압 낮은 날도 있잖아요? 허리 디스크도 그런거에요. 디스크 탈출이 있어도 우리 몸에는 어느 정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나 허리 하나도 안아픈데’ 하는 사람들도 길가다 잡아서 MRI 찍으면 디스크 탈출 있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따라서 병원에서 비싼 시술 등 과잉 진료 하는 것을 감안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뭐 다른 의료인이 보면 위 내용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쓴 글이라 다소 전문성이 떨어질 수는 있겠으나, 허리 진료 5년차라 반박 시 전문의 5년차 이상일 경우 님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환자 개개인에 따라 몸의 상태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키보드로 진료보기는 어렵겠지만 질문 댓글 달아주시면 가능한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방장 쉬는 날 동안 심심했지만 예전 영상 복습하며 잘 쉬었습니다. 절대 아프지마 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