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소수가 수의 전부일까?
저 고등학생때에는 허수와 복소수를 배웠습니다. 허수라 하면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들을 말하고, 복소수라 하면 그런 실수와 허수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수들을 말합니다.
허수의 정의를 처음 접하면 찜찜합니다. 수학자들이 어떤 편의를 위해 허수를 정의했다고는 하지만, 기존의 수학같지가 않다, 뭔가 미친 실험실 박사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다, MSG같다 그런 느낌… 저도 잘 압니다.
복소수의 정의를 접하면 또다른 찜찜함이 있습니다. 과연 이게 끝일까? 하는 그런 느낌 말이죠. 아니 허수도 수학자들 맘대로 만들었잖아? 복소수보다 더 큰 것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배우지 않는 이유가 있지요.
임의의 복소수는 a+bi의 꼴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이 때 a와 b는 실수지요. 다시 말해 2개의 실수가 있으면 하나의 복소수가 뿅 하고 튀어나온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보고 ‘좌표평면같다' 혹은 '2차원같다’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여러분의 수학적 센스는 탁월하신 겁니다.
정확합니다. 2차원 평면에서 하나의 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2개의 실수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복소수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2개의 실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x축을 실수, y축을 허수로 해서 복소좌표계라는 것을 종종 사용합니다.
사실 복소수보다 ‘더 큰 수체계’는 존재합니다. 복소수를 포함하는 체계는 사원수입니다. 하나의 사원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4개의 실수가 필요합니다. 그래요, 마치 4차원 세계와 같습니다.
사원수를 포함하는 체계로는 팔원수가 있습니다. 예상하실 수 있듯, 하나의 팔원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8개의 실수가 필요합니다. 마치 8차원 세계와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십육원수, 삼십이원수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차원 2배 이벤트 확장’은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하지만 왜 그렇다면 우리는 복소수까지만 배울까요? 왜 사원수를 굳이 배우지 않을까요? (물론 사원수 혹은 그 이상의 수체계를 사용하는 분야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수체계를 확장하면, 수체계가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실수를 표현할 때 하나의 직선을 그립니다. 이를 수직선이라고 하지요. 수직선에서는 왼쪽과 오른쪽이 있습니다. 즉 더 큰 수와 더 작은 수가 있습니다. 임의의 두 수는 항상 크기비교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평면에서는 더 왼쪽과 더 오른쪽과 같은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0,1) 과 (0,2) 중에 무엇이 더 왼쪽에 있나요? 무엇이 더 작나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i와 2i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복소수로 수체계가 확장되면 ‘비교성’을 잃습니다.
a x b라는 식을 떠올려보죠. 우리는 a x b나 b x a가 같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 성질에 ‘교환법칙’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줬지요. 하지만 사원수에서는 이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두개의 사원수를 곱할 때, 순서를 뒤바꾸면 다른 값을 내놓습니다.
이번엔 a x b x c를 떠올려보죠. 여기서 a x b를 먼저하든, b x c를 먼저하든 같은 값을 주리라는 사실을 압니다. (즉 (a x b) x c = a x (b x c)라는 사실.) 이 성질에 ‘결합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지요. 하지만 팔원수에서는 결합법칙을 상실합니다.
이번엔 a^2b를 떠올려보죠. 이는 a x a x b로 표현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a^2을 먼저 구한 뒤 b를 곱하나, a x b를 먼저 곱한 뒤 a를 곱하나 같은 값을 주리라는 사실을 압니다. 아마 생소한 성질일텐데 ‘애기버전 결합법칙’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정확한 용어는 교대성(alternativity)) 십육원수에서는 애기버전 결합법칙을 잃어버리죠.
삼십이원수에서는 더 이상한 것들도 튀어나옵니다. 두 실수 a와 b를 곱했다 가정해보죠. 그 값이 0이라면 적어도 a와 b 둘 중 하나가 0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삼십이원수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두 0이 아닌 삼십이원수의 곱은 0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연수에서 정수, 정수에서 유리수, 유리수에서 실수, 실수에서 복소수로, 우리가 수 체계를 확장시켜온 배경에는 ‘연산을 더욱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복소수라는 임계점을 넘어서자마자 우리에게 익숙한 모든 연산적 성질들이 와르르멘션마냥 무너져내립니다. 오히려 우리를 배신한 듯한 느낌도 들지요. 그래서 사원수 이상서부터는 잘 사용하지 않는답니다. (물론 사용하는 분야도 있고 이들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도 있습니다.)
오늘의 짧은 수학 글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