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수학자들이 사랑한 수 (2)
소수, 바탕이 되는 수
어쩌면 가장 거대한 소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잠시 미뤄두고, 소수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편에서 언급했듯, 소수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그들은 소수를 πρῶτος(protos)라고 불렀다. 이는 '첫째, 최초의'라는 뜻으로, 이후 같은 의미의 라틴어 primus로 번역되었고, 오늘날 영어 단어 prime이 되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소수라는 표현을 쓰는데, 흴 소(素) 자는 본디 바탕을 의미한다. 일본 측 사료에 따르면, 1881년에 prime number를 '소수'로 번역했으며, 한국도 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각주 [1] 참고) 중국에서는 바탕 질(質) 자를 써서 질수(質數, zhìshù)라 부르고, 북한에서는 씨수라고 부른다. 이처럼 소수를 부르는 다양한 이름들이 있지만, 그 이름들의 공통점은 소수가 바탕이 되는 수라는 점이다. 소수는 무엇의 바탕인 것일까?
사물의 개수를 셀 때 우리는 1, 2, 3, 4,... 등의 수를 사용한다. 이들을 자연수(Natural number)라고 부른다. (각주 [2] 참고.) 앞서 언급했듯, 자연수는 1, 소수, 합성수로 분류된다. 합성수는 정의에 따라 1과 자기 자신 외에도 다른 약수를 가진 수이기에, 소수들의 곱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예컨대 15는 3×5로, 100은 2×2×5×5로 말이다. 이처럼 주어진 자연수를 소수들의 곱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소인수분해(Prime Factorization)라 부른다.
1을 제외한 모든 자연수는 소인수분해가 가능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소인수분해 방법은 유일하다는 점이다. 15를 갖고 제아무리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분해한다 한들 3×5로밖에 분해가 불가능하다. 너무나도 당연해 익숙한 사실이지만, 이 익숙함을 두고 고심해 보면 경이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소수가 뭐길래 모든 자연수를 유일한 방법으로 나눈단 말인가? 이 경이로운 사실에 수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멋진 이름을 붙여줬다.
산술의 기본정리(Fundamental Theorem of Arithmetic) (각주 [3] 참고)
1보다 큰 모든 자연수는 유일한 방법으로 소인수분해 가능하다.
만약 소수에게 prime number가 아니라 다른 이름을 붙여줬다면 어떤 이름이 가장 적합했을까? 필자는 atomos number라는 이름을 제안해보고 싶다. 원자를 뜻하는 영단어 atom은 그리스어 ἄτομος(atomos)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ἄ-(a)와 끊다, 자르다, 나누다를 뜻하는 단어 τέμνω(temno)의 어근을 가져왔다. 즉 "나눌 수 없는" 혹은 "쪼개어질 수 없는"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소수의 뜻과도 부합한다. 물론 오늘날 우리는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나뉘어질 수 없는'이라는 본래 의미에 비추어볼 때 소수를 수의 원자로 비유하는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원자가 물질세계의 기본 입자이듯, 소수는 수의 기본 입자다. 원자가설이 모든 만물이 원자의 조합이라 주장하듯, 산술의 기본정리는 모든 자연수가 소수의 조합임을 천명한다. 수많은 수의 성질과 비밀들이 소수로 환원되기에, 소수에 관한 이해는 결국 수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더욱이 수학적 세계가 물리적 세계보다 탁월한 점은 소수의 결합이 원자의 결합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는 데 있다. 금속결합, 이온결합, 공유결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물질을 이루는 원자와 달리, 소수는 곱셈이라는 단 하나의 방법만 사용한다. 또한 화학에서는 같은 원자들을 갖고 있더라도 그 조합과 배열에 따라 다른 물질을 만들어내지만, (각주 [4] 참고) 소수는 그렇지 않다. 3 곱하기 5나 5 곱하기 3은 둘 다 15라는 수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1을 소수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만약 1을 소수로 취급한다면, 자연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방법은 다양해진다. 예컨대 6은 2×3, 혹은 1×2×3, 또는 1×1×2×3으로 분해가 가능해진다.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뉘는 수'라는 소수의 정의에 따라 1을 소수로 간주하면,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산술의 기본정리'는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즉 1을 소수에서 제외하는 것은 '산술의 기본정리'라는 아름다운 정리를 보존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다. 이 선택이 어찌나 설득력이 있었는지, '0은 자연수인가?'와 같은 질문에는 여전히 수학계가 나뉘어있지만 '1은 소수가 아니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합의한다.
[1] 한국은 소수(小數)와 소수(素數)가 공교롭게도 발음이 같아, 전자를 소수로, 후자를 소쑤로 발음해 둘을 구분한다. 반면 일본은 전자는 (しょうすう; shōsū) 후자는 (そすう; sosū)로 발음이 달라 둘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한다.
[2] 0을 자연수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는 수학계의 오래된 논쟁이다. 일반적으로 대륙 유럽은 0을 자연수로 인정하고, 러시아 및 영미권은 0을 자연수로 인정하지 않는다. 필자의 지도 교수와 부인 분은 두 분 다 정수론 교수님이신데, 미국에서 나고 자란 지도교수는 0을 자연수로 취급하지 않으셨던 반면, 루마니아 출신의 부인은 0을 자연수로 취급하시곤 하셨다.
[3] 수학에서는 각 분야별로 중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정리에 기본정리(Fundamental Theorem)라는 이름을 붙이는 관례가 있다. 산술의 기본정리 외에도 미적분학의 기본정리, 선형대수의 기본정리, 갈루아 이론의 기본정리 등 다양한 기본정리가 존재한다.
[4] 분자식은 같지만 배열이 달라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다른 물질을 이성질체(isomer)라고 부른다.
박사도 마쳤으니 슬슬 수학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 올리다가, 침하하에도 과학/수학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올렸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본업인 연구와 수업도 병행하며 궤도님과 생선님처럼 많은 사람들께 수학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알리는 학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