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해지고 싶은 인간] ep.3 다시 뛰는 이유
평범한 사람의 결정과 행동에는 ‘just do it’은 없다 생각한다.
무엇이든 ‘이유’가 있기 때문에 결정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이러한 생각을 늘 품고 살고 있어 세상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이 참 많다.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할까?’, ‘저 사람은 왜 저런 결정을 했을까?’,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그리고 다시 러닝을 시작한 요즘에는 러닝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늘었다.
‘사람들은 왜 러닝을 하는 걸까?’
‘저 사람은 왜 러닝을 할까?’
‘저 사람 뛰는 게 좋아서 뛰고 있는 걸까?, 왜 뛰지?’
하지만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이유를 들을 수 없고, 그저 내 상상과 유추의 영역인 것이다.
그럼 이쯤 해서 나에게 질문해 보자. ‘나는 왜 다시 뛰었는가?’ 다시 뛰긴 뛰었지만 다시 뛴 이유는 정의해보지 않았다.
진짜 분명한 건 내 지론과 같이 ‘쩌스트 뚜잇’은 아니었을 것이다.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뛰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첫 러닝(학창 시절 달리기 말고)은 장교로 임관해야 해서 뛰었다. 커트라인이 있었고, 그 커트라인을 넘겨야 했다.
임관을 하고 나서는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무시당하기 싫어서 뛰었다. 그들만큼 잘 뛰지는 못해도 같은 등급은 맞으려고 뛰었다.
그리고 그렇게 뛰다 보니 뛰기 전에는 받지 못했던 영감과 활력을 얻는 게 재밌고 좋아서 뛰었다.
그럼 이번에는 왜 뛰었지? 우선 첫 러닝을 해야 했던 이유는 완전히 없어졌다.
나는 이제 민간인이고, 러닝 기록이 좋지 못하다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받을 이유도 없었다.
그럼 러닝을 멈추고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했던가? 아니면 건강 적신호가 왔는가? 이것도 아니다.
다시금 나를 채워주고 있는 영감과 활력을 얻기 위해 뛰었는가? 이것도 아니다.
무언가 빠져버린 것을 다시 채워주고 있는 이 영감과 활력은 그저 뛰었더니 얻어걸린 것이다.
다시 뛰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니었다.
이 해답을 구하기 위해 러닝을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최근 나에게 찾아온 변화가 무엇인지 더 솔직하게 생각해 보자.
내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저 계속 답답하고 뭔가 빠져버린 기분이 지속되고 있었을 뿐. 외적인 변화는?
지금 당장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외적 변화는 최근 ‘침하하’라는 커뮤니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에는 침착맨 팬카페를 했다.
그럼 나의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는 ‘침하하’에는 뭐가 있었지?
그렇다. 침카페 시절에는 올라오지 않았던 ‘러닝 후기’가 지속적으로 올라왔고 나는 그 게시글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바로 이것이다. 내가 다시 러닝을 시작한 진짜 솔직한 이유.
나도 후기를 올리는 이 러너들처럼 꾸준하게 기록을 남기고 익명의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고 싶어서 뛴 것이다.
더 솔직하게는 내 은밀한(?) 취미와 사생활을 지인들에게는 숨기고 싶지만,
그 은밀한 취미로 다른 익명의 사람들한테는 관심을 받고 싶던 이상한 관종이라 뛰었던 것이다.
“고맙다! ‘침하하’야. 내 러닝의 이유가 돼 주고 내 러닝의 목적을 찾아줘서.”
이렇게 쓰고 보니 처음 ‘침하하’를 시작할 때 ‘침하하’가 내 삶의 이리도 큰 변화를 그것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레거시 미디어에 노출되는 커뮤니티의 사건사고로만 커뮤니티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커뮤니티에는 나쁜 편견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인터넷방송에 대한 편견을 깨준것도 침착맨이다.) 뭐 그렇다고 이번 경험을 통해 커뮤니티에 대한 모든 부정적 편견을 깨준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커뮤니티에도 침하하에서 내가 받은 긍정적인 영향과 같은 글과 이야기들이 공유되고 있을 것이고,
그 글과 이야기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조금은 이타적인 바람과 다짐을 하며 식상한 글 맺음을 하려 한다.
내가 언제까지 러닝을 하고 침하하를 지속할지 모르겠지만,
활동하는 만큼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겠다는 바람과 다짐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바람과 다짐을 조금은 넓혀 내가 살아가고 활동하는 어디서든 내가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는 못줘도,
적어도 부정적인 에너지는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말이다.
ps. 누군가의 긍정적 변화의 이유가 될 순 없겠지만, 누군가의 부정적 변화의 이유가 되지는 말자